현대 국제정치 시사/한반도와 동북아정세

중국이 바라보는 한반도의 지정 가치

정암님 2019. 2. 2. 17:08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에서 중국이 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 봉쇄망은 이 대륙에 직접 발을 붙이기 보다 주로 환태평양 도서 지역을 따라 전개된다. 예외가 있다. 한국이다. 한국은 유라시아 대륙 동반부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갖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는 반도다. 그리고 미국 지상군이 이 거대한 유라시아 대륙에서 직접 발을 딛고 있는 곳이다. 



바다를 두고 격리된 섬과 대륙과 직접 연결된 반도는 본질적인 지정 차이가 크다. 섬은 공격보다 방어가 유리하다. 그래서 섬에 주둔한 군사력은 공격적이라기보다는 방어적이다. 일본열도나 괌 등에 주둔한 미군은 기본적으로 방어전력이다. 소련이나 중국이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것을 막는 봉쇄전력인 것이다. 하지만 유라시아 대륙과 직접 연결된 한반도의 남쪽에 주둔한 미군은 그 성격이 다르다.

한국은 세계의 패권국가 미국이 유라시아 대륙 동쪽에서 군사력을 전개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교두보이자 전략적 전초기지이다. 한국과 주한미군은 중국과 러시아에게 유사시 자신들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공격 발진지이자 공격전력이다. 환태평양 지역의 섬들과 태평양에 전개된 미군전력은 한국을 거치면서 방어전력에서 공격전력으로 전환될 수 있다. 주한미군은 2만 5,000명 내외로, 주일미군 3만 9,000명, 주독미군 3만 5,000명에 이어 해외주둔 미군 규모 중 3위이다. 이는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미국에게 3위라는 것을 말해준다.


중국은 14개 국가와 접경하고 있다. 이 14개 국가들이 중국을 남쪽, 북쪽, 서쪽에서 감싸고 있다. 중국은 현재 접경국가들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나 , 역사적으로는 갈등관계였다. 또한 현재 중국의 팽창은 이 국가들 내에서 반중 정서를 키우고 있다. 영해 역시 적대세력에 의해 가로막혀 있다. 중국의 연안인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감싸는 일본 본토와 오키나와 등 일본열도, 필리핀, 괌으로 이어지는 환태평양 지대의 섬들에는 막강한 미국의 군사력이 주둔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사면이 비우호 세력으로 봉쇄되었다는 현실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중국과 유일하게 일관된 우호관계를 맺어온 접경국가가 있다. 북한이다. 중국과 북한 지도부는 건국과정에서 항일 공동투쟁을 벌인 사회주의 혈맹관계로 맺어져,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한국전쟁은 중국이 건국 이후 해외에 군대를 파견해 전쟁을 벌인 유일한 사례이다. 지금도 조중 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으로 서로에게 유일한 군사동맹을 맺고 있기도 하다. 더구나 북한은 미 군사력이 유라시아 대륙의 동반부에 직접 발을 붙이게 해주는 한국과 대치하는 나라다. 중국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본토를 직접 겨냥할 수 있는 잠재적 공격 교두보이자 전력인 한국과 주한미군에 맞서는 완충지대가 북한이다.


중국에게는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미국이 한국에서 찾는 전략적 가치보다 크다. 북한이 미국의 영향권에 들어간다면 중국은 방어에 가장 취약한 지역을 노출하게 된다. 중국의 북, 서, 남쪽 국경지대는 인구가 희박한 동토, 사막, 산맥, 밀림 지대다. 침공이 어려운 데다 실익이 없는 자연방벽으로 둘러싸인 지역이다. 하지만 중국과 북한의 접경은 인구와 산업시설이 많은데다 침공이 용이한 지역이다. 두 나라의 국경은 약 1,300킬로미터나 된다.

 

중국에게 북한 상실이 가져오는 안보위협은 육지보다 바다에서 더 크다. 중국에 우호적인 북한의 존재는황해를 중국의 내해로 만들었다. 그런 북한이 서방 해양세력의 영향권에 들어가면, 황해는 미국에게 수도 베이징 등 최대 인구밀집지역 및 산업지대를 완전히 노출시키는 무대가 된다. 이리되면 중국은 남중국해,동중국해에 이어 황해마저도 미국에게 봉쇄되며 , 바다로 나가는 길이 자유롭지 않게 된다. 황해를 상실했던 19세기 말의 역사는 중국의 운명이 어떻게 될 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다.


발췌 요약)

지정학의 포로들/ 정의길 지음/ 한겨레출판 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