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범죄 유형을 분석한다 1편) 사기
사기:사람을 기망해 재물의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행위로 규정하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형법 347조) *기망:허위사실로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는 일
사기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가중처벌한다.(특정 경제범죄 가중 처벌법 제3조 제1항)
1. 한국 범죄 발생 유형 1위
이는 전세계적 관점으로 봤을 때는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사유재산제가 확립된 이후 한국을 제외한 주요한 나라들에서는 절도가 무조건 1위다. 한국은 범죄율이 비교적 낮은 나라다. 법무연수원 발간 범죄백서(2016년 간)를 보면, 인구 10만 명당 범죄율은 미국은 3,000건 가량, 독일은 7,000건 가량인데 비해 한국은 1,700~2,000건 가량이다. 하지만 사기만 놓고보면 엄청나게 높다. 2017년 대검찰청 범죄분석을 보면 절도가 20만 건 정도인데 비해 사기는 25만 건이다. 이는 한국 형법 범죄 발생량의 1/4이고, 교통사고등을 포함한 전체 범죄 발생량의 12.5%에 해당한다. 2분마다 한 건씩 사기가 벌어지고 피해액도 매년 3조 원이 넘는다.
2. 왜 한국은 사기 공화국이 됐나?
1) 처벌이 매우 약하다.
사기는 100% 계획적이다. 즉 사기꾼은 사기를 치기 전에 기대수익과 처벌 수위를 계산한다. 한심하게도 한국은 처벌이 약하기 때문에 사기로 얻는 기대수익이 처벌로 인한 손해를 상회한다. 피해 규모에 상관없이 10년 이하 혹은 2천만 원 이하 벌금이고 특가법상 형량을 가중처벌해도 2배 정도일 뿐이다. 참고로 한국은 50억 사기에 징역 5년을 권장한다(대법 양형위원회). 미국은 650억 달러 다단계 금융 사기에 150년 형이 내려졌고, 중국은 7,500만원 보이스피싱 사기에 12년 형, UAE에서는 3억 달러 폰지 사기에 517년 형을 선고했다. 이러니 한국이 사기꾼들의 천국이 될 수밖에 없다. 참고로 사기 피해 금액 미회수 비율이 83%다.(형사정책 연구원 2016)
더 황당한 것은 사기꾼들은 어지간해서는 이런 약한 처벌조차도 받지않는다는 것이다. 사기꾼이 구속될 확률은 재벌들이 실형을 사는 것만큼 희박하다. 설사 구속되더라도 피해자와 외상합의(합의금의 일부만 주고 나머지는 나중에 주겠다고 약속하는 것)를 하거나 할인 합의를 하면 구속적부심이나 보석으로 쉽게 풀려난다. 재판 중에도 피해자 일부에게 합의금을 주는 조건으로 위증을 교사하곤 한다. 그래서 무죄로 빠져나오기도 쉽다.
설사 실형이 선고되더라도 낙담하기는 이르다. 1심에서 법정구속이 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구속될 경우 사기꾼의 방어권이 심하게 손상될 수 있다는 해괴한 믿음 때문이다. 전관이나 오랜 실무 경험을 가진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일부 합의라도 하면, 항소심에서는 집행유예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실형이 나오더라도 보통 검사 구형량보다는 낮게 선고된다. 교도소를 가더라도 가석방을 노릴 수 있고, 형 집행정지도 종종 받는다. 이처럼 사기꾼에게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다.
이런 천혜의 환경으로 한국 사기꾼의 재범률은 75.9%(2017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이른다. 사기꾼의 55%는 5개 이상의 전과를 가지고 있다. 결국 약한 처벌로 인해 사기는 줄어들지 않고 사기꾼의 재범은 늘어나는 것이다.
2) 기소하기가 힘들다.
사기꾼은 잡히지 않기 위해 뛴다. 더구나 수백 명의 사기꾼을 상대하는 검사와 단 한 명의 검사만 상대하는 사기꾼의 싸움이라면 더욱 녹록하지 않다. 또 사기는 입증하기가 힘들다. 즉 과장인지 사기인지 혹은 실수인지 사기인지 구분하기 애매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 입증 책임이 업무량이 과중한 검사에게 있다. 이런 이유로 기소율이 25.2%에 불과하다(2017 대검찰청 범죄분석).
3) 한국은 사기치기 좋은 환경.
한국인들은 남을 잘 믿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다 많은 사람들이 큰 착각을 하는 것이 있다. 사기꾼들은 어렵고 힘든 사람보다 돈많고 여유있는 사람들을 노린다고 여기는 것이다. 착각이다. 돈있고 힘있는 사람들은 유혹하기도 힘들고, 잘못 건들면 크게 당할 수 있다. 그래서 사기꾼은 없는 사람, 약한 사람, 힘든 사람, 타인의 선의를 근거없이 믿는 사람들을 노린다. 원래 범죄란 보안이 취약한 곳에서 발생하는 것이다.사기도 마찬가지다. 또 한 번 사기당한 사람이 다시 당하는 경우가 많다. 왜? 본전을 회복하려고 안달하기 때문이다.
3. 사기의 공식
1) 피해자의 욕심을 자극한다.
사기꾼들의 속임수는 우리가 맨 정신으로 들으면 누구나 말도 안되는 사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주성분은 욕심, 욕망, 욕정이다. 일단 발동이 된다면 누구도 자신 안의 탐욕을 이길 수 없다.
2) 사기꾼은 없는 사람, 약한 사람, 힘든 사람, 타인의 선의를 근거없이 믿는 사람들을 노린다.
선의는 자신이 베풀어야 하는 것이지 타인에게 바라는 것이 되서는 안된다. 만만한 데 말뚝박고, 생가지보다 마른 가지 꺽는 법이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니까 쉽게 통하고 만만하니 사기치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어려운 사람이라고 안심하지 마시라.
3) 어설프게 아는 것은 사기당하는 지름길이다.
나름대로 알아보는 것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주변의 지인이나 인터넷 검색으로 얻은 정보는 없느니만 못하다. 또한 다른 사람이 대신해주는 것은 없다. 대신해주겠다는 사람은 대개 브로커다. 뭐든 새로운 일을 하려면 그곳에서 직접 6개월 이상 일해보고 나서 결정해야 한다. 그게 싫으면 안하는 것이 낫다. 그냥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말은 모조리 거짓말이다. 만약 그런 게 있다해도 절대 당신 순번까지 돌아오지 않는다.
4)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이 자주 타킷이 된다.
자신들이 초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자주 당한다. 그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들이나 여러 매체들을 통해 접한 팝콘같은 상식들이 세상을 꿰뚫어보는 혜안과 냉철한 이성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그것들은 술자리에서나 통하는 것이다. 현실이라는 실전에서는 빗방울 하나 막아주지 못한다. 청년들은 눈에 보이는 것을 쉽게 믿고, 한번 믿은 것은 쉽게 바꾸지 못한다. 세상은 조작되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에게 쉽게 주입되는 정보들은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탐사 보도나 고발 프로그램의 내용을 그대로 믿는 자들이 많다. 그러나 선과 악이, 원인과 결과가 그렇게 쉽게 구분될 수 없다. 만약 쉽게 구분된다면 그건 감정 탓이다. 감정이 이끄는 결론과 확신은 편하지만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청년들은 문제가 터졌을 때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초동 대응부터 문제다. 일이 터지면 혼자 해결해 보려고 한다. 물론 도움을 구하기도 하지만, 이때 실제 도움이 될 수 있는 가족이나 부모보다는 친구나 선배에게 의지한다. 하지만 그들이 하늘같이 생각하는 선배란 겨우 1~2년 더 산 사람들이다. 이들은 도움도 되지 못하지만, 그것이 잘못된 도움과 조언이라면 치명적 결과를 낳는다.
4. 한국에서 사기를 안 당하려면?
각자가 알아서 사기를 피하는 방법뿐이다.
사기범은 잡기도 어렵고, 잡았다 해도 제대로 처벌을 받는 자가 드물다. 손실 보전도 사실상 힘들다. 결국 피해자만 죽어난다. 옛말에 도둑놈은 한 죄, 잃은 놈은 열 죄라는 말이 있다. 결국 이나라에서는 각자가 알아서 사기꾼들의 마수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무리한 요구라고? 아니다. 왜냐하면 사기의 공식은 비교적 단순하고 허접하기 때문에 조금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바로 알 수 있다.
참고)
1. 차이나는 클라스 83회/ jtbc 2018.10.24 방영
2. 검사내전/ 김웅 지음/ 부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