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뿌리는 방법은? (본원통화는 어떻게 풀리나?)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마음대로 돈을 찍어 뿌려댄다면, 화폐에 대한 신뢰는 끝없이 추락하고 종국에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나라는 법으로 그 발권력을 정권 마음대로 쓰지 못하도록 정해 놓았다. 그런 이유로 발권력은 대체로 그 나라의 중앙은행이 가지고 있고, 중앙은행이 정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도록 독립성을 법적으로 보장해 놓았다.
그렇다면 중앙은행은 돈을 어떻게 국민들의 손에 전달할 수 있을까? 중앙은행이 직접 민간에 공급하는 돈을 본원통화라 하는데, 이 돈을 민간에 공급하는 과정에 필요한 것이 민간은행과 비은행 금융기관이다. 크게 두가지 방법이 있다.
1> 중앙은행이 민간은행에 대출을 해준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에는 대출채권이, 민간은행에는 돈이 생긴다. 이 순간 중앙은행이 발권을 한 것이다. 발권된 돈은 민간은행이 기업과 국민에게 대출을 해주는 순간 시중으로 풀리게 된다. 화폐가 민간은행을 통해 시중에 풀린 것이다.
2> 민간이 보유한 채권을 매수한다.
이는 비은행 금융기관을 이용하여 통화를 발행하는 방법이다. 중앙은행이 발권을 하고 싶을 땐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사들인다. 이 경우 민간이 보유하고 있던 채권(주로 국공채)은 민간 금융기관을 거쳐 중앙은행으로 이동하고, 중앙은행이 발권한 돈은 민간 금융기관을 거쳐 민간 투자자들에게 이동한다. 이리 되면 시중의 본원통화가 증가하게 된다.
3> 한국, 중국 같은 수출 중심 국가의 경우 무역 수지 흑자로 유입되는 외화를 사들이고 원화를 팔아 본원통화 공급을 늘릴 수 있다. 중국의 경우 과거 많은 양의 위안화 본원통화 공급이 이렇게 이루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보통의 경우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다시 자국화폐 표시 채권(통안채)을 발행해 통화를 흡수하거나, 애초에 자국 통화표시 채권(외평채)을 발행해 시중에서 자금을 조달해 외화를 사들이므로 통화량 증가는 제한적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중앙은행이 돈을 창출할 때, 즉 본원통화를 증가시킬 때 필요한 것이 대출, 즉 채권이라는 사실이다. 본원통화의 공급을 늘리는 방법은 민간은행에 대한 대출을 늘리거나 민간이 보유한 채권을 사들이는 것이다.
발췌)
1, 달러 없는 세계/ 이하경 지음/ 바른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