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의 파생상품 담당 이사인 그레그 스미스는 자신이 12년 동안 근무한 이 회사를 통렬히
비판하는 글을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다.
..얼마전 파생상품 판매회의에 참석한 일이 있다. 회의에서는 고객의 편의를 어떻게 봐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단 1
분도 논의되지 않았고, 오로지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것인가만 논했을 뿐이다....골드만삭스
사람들은 고객의 돈을 어떻게 빼앗을까를 논의하면서도 죄책감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정말 역겹다. 지난 1년동안
고객을 봉이라고 지칭하는 이사를 5명이나 목격했다...겸손하지 않다고? 바랄 걸 바라야지. 진실성은? 썩어 없어졌다
....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시 하던 골드만삭스가 어쩌다 이렇게 황폐해 졌을까? 스미스는 그 원인에 대해 미국 은행업의 고
수익 시대가 막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투자로 고수익을 낼 수 없게 된 금융기관들은 고객의 주머니를 털 수 밖에
없다. 스미스의 말은 미국경제에서 어마어마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금융업이 수익원을 잃고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오늘날 미국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이자 서브프라임 위기의 진정한 원인이다.
과거 수십년간 미국기업 전체 수익에서 금융업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상승했다.1980년대초 20%도 안되던
것이 2002년에는 무려 45%까지 치솟았다. 2010년 파생상품을 포함한 미 금융업의 자산 규모가 700조 달러에 육박했다.
연평균 수익율을 1%만 잡아도 해마다 7조 달러의 수익을 올려야 한다.
그러나 금융업은 기생산업이다. 즉 직접적으로 이윤 창출을 할 수 없고, 제조업을 포함한 실물 산업에 의존해서 이윤을
창출한다. 21세기에 들어선 후 미국 전체 GDP에서 실물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감소하여 왔다.
2010년 미국 GDP 14조 6578억 달러 중 농업이 1319억(0.9%), 공업이 3조 195억(20.6%), 금융업 및 서비스업이 11조
5063억(78.5%)를 차지했다. 금융업이 3조 달러가 조금 넘는 실물산업에 의존해 매년 약 7조 달러의 수익을 창출하는 것
은 불가능하다. 결국 미 금융업은 해외에서 수익원을 찾을 수 밖에 없다.
미 금융자본이 미국내에서 자체 증식을 하지 못하는 진정한 원인은 세계적 산업화의 확산에 따른 제조업 공동화 때문
이다. 오바마는 셰일가스의 생산으로 인한 원가 절감, 3D프린터 활용에 의한 다품종 소량생산체제 구축, 신재생에너지
산업 지원등을 통해 미국내 제조업 부흥을 부르짖었지만, 현 상황에서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 방법은 다른 나라의 산업을 장기적이고 풍부한 수익원으로 삼아 금융자본을 유지하는 것이다. 즉 타국 자산에 대
한 수탈을 더욱 더 강화하는 것이다.
미국은 신자유주의의 기치아래 군사,정치,경제등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 타국의 산업 생산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자국
금융업의 수익원으로 삼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세계 모든 나라들을 이렇게 만들수 있다면 미국의 패권은 영원히 유지
될 것이고 미국은 신보수주의자들이 세운 21세기 신로마제국으로 우뚝 설 것이다.
2002년 1월, 유로화가 정식으로 유통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유로존 각국의 무역결제와 준비통화는 대부분 달러였
다. 유로화는 탄생하자 마자 달러를 밀어내고 독자적인 순환 시스템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미국과 유로존 간
에 이루어 지는 막대한 규모의 무역거래에서 달러는 독점적 지위를 상실하고 유로화에 일부 자리를 내주며, 기축통화를
이용한 수익창출이 줄어 들었다. 이미 국제무역 결제에서 유로화 사용 비중이 달러를 넘어 섰다. 여기서 유로존 회원국
들 간의 결제를 제외하면 국제무역 결제에서 유로화 비중은 약 25%이고 달러 비중은 60%가 된다.
또한 세계각국의 외환 보유고에서 유로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증가했다. 2002년 각국의 외환보유고에서 유로화와
달러비중은 각각 18.3%대 71.1%였다. 사브프라임사태가 터진 다음 해인 2009년 9월 유로화의 비중은 27.9%까지 치솟
았다. 미국의 파이를 유로화가 조금씩 조금씩 갉아 먹고 있는 셈이다.
21세기 미국 금융가에서 파생상품 CDS(신용 부도 스와프)가 등장한다. 신용(대출,채무) 리스크 헤지용 상품으로 알려진
CDS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더 중요한 기능이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막강한 자본 창출능력을 지녔다는 것이다.
은행은 원래 100 달러를 대출해 줄 때 8 달러의 자본금을 적립해야 한다(바젤 협약). 1996년 미연준은 CDS를 구매하면,
대출금을 떼일 위험을 CDS가 감당해 준다는 이유로, 자본 준비금을 1.6%까지 낮출 수 있도록 허용했다. 따라서 은행은
적립금을 1.6달러로 줄이고 나머지 6.4 달러를 고객에게 대출해 줄 수 있게 된다. 은행은 약간의 보험료( 2007년말 CDS
평균 보험료는 피보증자산 명목금액의 0.1%였다)만 지불하면 엄청난 자본금을 창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에전에는 금융기관들이 신용 리스크에 대비해 일부 자본금을 적립해야 했지만, 이제는 CDS를 구매해 리스크를 이전
시키면 자본금을 거의 적립할 필요가 없었다. 이렇게 창출된 자본금들은 새로운 대출과 투자에 투입되면서 금융자본의
대확장에 견인차 역활을 하였다.
CDS의 등장으로 미 금융기관들의 자본금이 큰 폭으로 증가하자, 달러자본이 다시 한번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서브프라
임 위기가 터지기 직전 미 금융기관들은 CDS를 통해 1조 9000억 달러의 자본금을 만들었다.당시 연방기금금리가 4%인
데 반해 이 자본을 창출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고작 1.56%의 이자금액에 해당하는 액수였다.
달러자본이 늘어난 만큼, 미국은 더 많이 수출해야 했다. 달러를 수출해 국제적으로 순환시키지 않으면 증가된 달러자본
은 미국내에 주저앉아 미국내 자산거품과 인플레이션을 촉발시킬 것이다.
하지만 유로화가 달러자본의 순환시스템을 잠식했기 때문에, 달러 자본의 대확장으로 인해 창출된 달러자본의 일부가
가야 할 곳을 찾지 못해 미국내에 머물게 되었고, 그 바람에 부동산 거품이 팽창했다. 2007년 서브프라임위기를 일으킨
부동산 거품은 이렇게 만들어 졌다.
참고)
1. G2전쟁/ 레이쓰하이 지음/ 부키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경제의 정석 제 12 편 " 지식 지혜 그리고 정의" 그리고 번외편 (0) | 2014.12.27 |
---|---|
기축통화의 조건 (0) | 2014.12.26 |
[스크랩] 경제의 정석 제 11 편 " 주 식 " (0) | 2014.12.19 |
[스크랩] 경제의 정석 제 10 편 " 채 권 " (0) | 2014.12.15 |
[스크랩] 경제의 정석 제 9 편 " 복지 " (0) | 2014.1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