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반군부 민주화시위를 군부가 폭력적으로 진압하여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미국은 그 다음해부터
미얀마에 대한 경제제재조치를 가했다. 또 미얀마 군사정권이 1989년 버마족외에 다른 소수민족도 아우른다는
명목하에 국호를 버마에서 미얀마로 바꾸었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얀마는 무너지지 않았다. 이는 20년이상 군부를 지지하며, 미얀마를 외교적,경제적 교두보로 활용해
온 중국때문이었다.
중국의 입장에서, 미얀마는 부존자원이외에도 상당한 지정학적 이점을 안겨 주었다.
첫째, 히말라야 산맥을 사이에 두고 국경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인도는 무력충돌 상황을 대비해 국경분쟁
지역에서 가까운 미얀마에 대한 영향력확보가 필요했는데 중국이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둘째, 중국의 약점중 하나는 세계 최장의 육상 국경선이다. 그 국경선에 접한 14개국중 비교적 위협이 적은 국가
가 됨으로써 중국의 부담을 덜어 주었다. 참고로 14개국중 중국에 우호적인 나라는 북한과 미얀마뿐이다.
세째, 유사시, 미국이 제해권을 가지고 있는 말라카해협을 거치지 않고 미얀마를 거쳐 가스와 원유를 자국으로
수송하려는 중국 에너지 안보전략의 한 축이 되었다.
미국은 2009년이후 관계정상화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2011년 미국의 지원 속에서 대통령에 취임한 군부출신
떼인 쎄인은 민주화 추진을 천명했다. 이는 그해 11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방문, 그 다음해 오마바 대통
령의 방문으로 이어졌다.
미국과 미얀마의 관계정상화는 20년 이상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중국에게는 큰 타격이었다. 이를 두고 미국의
외교전문가들은 중국과의 외교전쟁에서 승리했다라고 직설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2012년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한 후, 첫 해외 순방 대상을 미얀마를 포함한 동남아 3국으로 결정한 것은 미국의
달러패권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동남아는 달러의 아시아 순환 시스템 가운데 가장 취약한 곳이자 달러에 대한
위안화의 공세가 성과를 거두기 가장 쉬운 지역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동남아 국가들은 경제 규모가 작고, 중국 산업의 가치사슬에서 하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더 쉽게 중국의
영향을 받는다. 즉 중국경제권에 쉽게 종속될 수 있는 곳이자 위안화 국제화에 대한 저항력이 가장 약한 지역이
라는 말이다.
위안화의 국제화란 위안화가 무역 결제통화이자 준비통화로 인정받는 것이다. 이경우 달러패권에 의지한 달러의
글로벌 순환 시스템이 축소되고, 이로 인해 달러를 무제한으로 찍어 미국의 거품을 고착화시키는 기존의 전략을
구사할 수 없게 된다. 결국, 달러발행으로 인한 부작용인 심각한 인플레이션이나 자산거품을 타국에 전가 시킬
수 없으므로 미국 내의 거품은 파열되고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둘째, 1997년 동남아 금융위기의 경험이다. 당시 달러자본은 동남아 각국의 부를 무자비하게 수탈해 갔으며, 일본
역시 그들과 행동을 같이 했다. 반면 중국은 주변국들이 수출증가를 위해 자국 화폐가치를 절하 시키는 열풍 속에
서도 위안화 가치를 고수해 동남아 경제가 안정을 되찾는데 큰 도움을 주었고 2012년 아세안 최대 무역 상대국으
로 발돋음 하였다.
이런 이유로 위안화에 대한 동남아 국가들의 신뢰도는 높은 편이다. 위안화 국제화를 논할 때, 동남아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달러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위안화의 국제화 전략을 방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남아를 장악해야 한다.
동남아는 위안화를 무역 결제 통화이자 준비 통화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제일 높은 곳이가 때문이다.
동남아를 장악하려면, 중국과 아세안이 경제 및 금융 분야에서 협력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즉 서로를 분열시켜
야 한다.
2009년 미국은 동남아 회귀전략을 정식으로 내놓았다. 이후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등의 영토
분쟁을 부채질하고, 그동안 적대시하던 미얀마와 관계를 정상화하는등 동남아에서 중국 영향력을 축소 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향후 미얀마를 사이에 두고 미국과 중국이 또 어떠한 패를 선보일지 두고 볼 일이다.
참고)
1 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 이용인 엮음/ 창비
2 G2전쟁/ 레이쓰하이 지음/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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