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儒家)의 지향점은 수기치인이었다.물러나서는 심신을 수양하고 학문을 연마하며, 출사해서는
백성을 교화하는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겼다,그래서일까? 그들의 시선은 안에서 밖을 지향했다.
유가의 건축물은 청빈의 기풍이 흘렀다.그것은 장식을 배제하고,서까래와 보같은 구조자체를 드러
내며, 꼭 필요한 기능만 수용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조선조, 일시적 유흥과 의례를 위해 등장한 누각과 정자는 이런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건물 자체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누각내부에서 바라보는 경치은 시심을 돋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불교는 절집의 중심부에 정토의 상징인 불전이 있었다. 모든 시선은 불전을 향해 모여야 했다.
그래서 불교건축물은 밖에서 안으로 향하는 구심적 경관구조를 지닌다. 하지만 유교는 안에서
밖으로 향하는 원심적 경관구조를 지니는데 누각과 정자가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시선이 밖으로 향하려면 누각의 위치가 외부자연을 잘 조망하는곳에 있어야 한다.건물보다는
위치와 주변의 자연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멀리 촉석루가 보인다
촉석루는 고려 공민왕때 세워진 이래 여러번 불탔는데, 지금 건물은 한국전쟁때 불탄 후 재건한 건물
이다.옆에서 해설사가 한국전쟁후, 그 폐허에서 진주시민들이 성금을 거두고 정부에 호소하여 다시
짓기까지, 그 간난의 과정을 열변을 토하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간과되고 있었다.종전후 빠른 도시화과정에서 강폭은 좁아지고, 강변에는
제방이 만들어졌다. 그위에는 집들이 촘촘히 들어섰다.조선시대에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 것이다.
너무나 평범하게 변해버린 조망...나는 감흥을 느낄수가 없었다.
촉석루
재건당시에 촉석루 맞은편 강변을 포함해서 그 주변을 보존했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
는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조망을 즐겼을까? 그들은 앉아서도 보고,서서도 보고, 멀리서도 보고,
가까이서도 보았을 것이다.멀리서 보면 기둥들이 경관을 분절하니 한폭의 병풍화를 보는듯 했을
것이고,가까이서 난간에 기대어 보면 테두리없는 풍경화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을 것이다.
이렇듯 누각에서 경치를 감상하려면 오두방정을 떨어야 한다.그러다 어느순간 시심이 동한다면,
화룡점정이 아니겠는가..
시간이 지나면 수많은 시인묵객이 방문하고, 절경에 취하니 시심이 발동한다.그들의 시구는 어느덧
액자에 담겨져 기둥과 보들에 걸리게 된다.이름있는 명사들의 시구가 많이 걸려 있을수록 건물의
격은 높아진다.그래서 옛사람들은 누각에 걸려있는 시구들로 그 건물의 가치를 평했다.
많은 누각과 정자들이 최근들어 보수를 하면서, 이런 액자들이 상당수 사라졌다. 안타까운 일이다.
강변에서 올려다본 촉석루
명사들이 찾아오면 대접을 해야 했다. 접대를 하려면 돈과 일손이 들수밖에 없었다. 가산이 넉넉하
지 않다면 부담이 가는 일이었다.
조선 양반가의 큰일은 손님을 접대하고 제사를 지내는 일이었다. 부녀자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더구나 꼭 필요한 술과 과자는 파는 곳이 없었기에,집에서 직접 만들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집집마다 고유의 제조법을 가지게 되었고, 그중 입소문을 탄것들은 오늘날 그지방의
전통 민속주와 한과가 되었다.
찾아오는 명사들 중에는, 사회에서 힘께나 쓰는 자들도 많았다.그들과 친분을 맺을 수도 있고, 고급
정보를 얻는 경우도 있었으니 남는 것도 있었으리라...
가끔 보면 조망을 잃어버린채 누각만 덩그라니 서있는 경우를 볼수 있다.그런경우 무리하게 복원 할
필요가 있을까...자연과의 유기적 관계를 잃어버린 누각은 제 기능을 할수 없다.그 누각은 환경과의
유기적 관계에 옛사람보다 더 둔감한 현대인들을 비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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