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국은 14개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 14개 국가들이 중국을 남, 북, 서쪽에서 감싸고 있다. 이들 중에서 건국 이래 중국과 항구적 우호관계를 지켜온 나라는 북한뿐이다. 중국은 접경국가들로 지속적으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시키고 있으나, 이 국가들과는 역사적으로 갈등관계다. 또한 현재 중국의 팽창이 이 국가들 내에서 반중정서를 되려 키우고 있기도 한다.
사실상 중국은 영토의 삼면이 적대관계 내지 긴장관계인 국가들과 접경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영해도 적대세력에 막혀 있다. 중국의 연안인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감싸는 일본 열도, 필리핀, 괌으로 이어지는 환태평양 지대의 섬들에는 막강한 미국의 군사력이 버티고 있다. 이러니 중국은 동서남북 사면이 비우호국가와 세력들로 둘러싸여 봉쇄되고 있다는 현실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라오스에서 러시아와의 접경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는 서북방 국경지대는 험악한 산악이나 사막, 밀림 등 자연 방벽으로 이뤄져 있다. 더하여 티베트, 신장, 내몽골 등의 완충지대가 연이어있어 중원의 안보를 담보하는 전략적 종심을 제공하고 있다. 거기에다 이지역 안보불안의 근원인 서북방 유라시아 심장지대의 패자였던 초원유목세력과 소련이 붕괴되고, 그 자리는 허약한 국가들이 난립하는 사실상의 세력공백 지대가 되었으니 이 지역의 안보위협은 역사상 최저상태가 되었다. 오히려 중국이 세력 공백을 틈타 유라시아 대륙 내부로 영향력을 확산시키는 통로가 되고 있다.
중국이 영향력을 투사하려는 14개 접경국가는 역사적으로 중국과 적대관계 내지 긴장관계였다. 가장 긴 국경선을 맞대는 러시아는 역사적 경쟁관계다. 몽골은 중국으로의 점령이나 동화를 우려하는 국가로, 현재 미국에 접근하고 있다. 서쪽 변경국가인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은 무슬림 국가다. 중국은 이 무슬림 세력이 신장위구르자치구의 분리독립운동과 연계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남쪽의 인도는 중국을 가상적국으로 설정할 정도로 중국을 경계하고 있다. 현재도 중국과 국경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과 우호 관계인 파키스탄에게 중국은 인도 견제를 위한 전술 관계일 뿐이다. 파키스탄은 지금도 미국의 동맹국이다. 네팔은 냉전 직후부터 미국에게 중국을 정찰하는 전초기지를 제공해왔다. 부탄은 중국과 국경분쟁 중이다. 중국과 부탄은 아직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하지 않았다. 친중이었던 미얀마도 최근 수지 정권이 들어서면서 미.중 등거리 외교로 돌아섰다. 이 나라도 고대부터 반중 정서가 높은 나라였다. 베트남은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대립하고 있다. 라오스는 소극적 등거리 외교를 하고 있다.
중국은 서북방면에서 제기되던 전통적 안보 위협을 그 어느 때보다도 잘 제어하고 있으나, 육상 접경국가들과의 적대 혹은 긴장관계라는 본질적 성격은 바뀌지 않았다. 상황이 바뀐다면, 중국이 육상으로 접경하는 삼면이 모두 바우호적 국가와 세력으로 둘러싸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중국은 건국 이후 주변국과 모두 23건의 영토 분쟁을 벌였다. 이 중 17건을 타결했고, 대부분 상대 국가에 상당한 양보를 했다. 인도와의 국경분쟁을 제외하면 육상 국경을 둘러싼 고질적 영토 분쟁은 대부분 타결했다. 이로써 서출북화의 기초를 다진 셈이다. 여기에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중국 자본과 경제력을 투사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남아 있는 영토 분쟁은 동남 연안 방면의 섬과 해양 영유권 분쟁들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국은 강력한 저항과 마찰에 부딪혔다.
중국은 한반도와의 접경지대를 시작으로 베트남 접경까지 이어지는 동남방면에서 전혀 다른 지정적 도전에 부딪쳤다. 서북방을 향한 서출북화는 비교적 관련국들과 마찰이 적은 반면, 동남방을 향한 동립남하는 강력한 저항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서북방과 전혀 다른 지리 조건과 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세력은 미국이었다.
발췌 요약)
지정학의 포로들/ 정의길 지음/ 한겨레출판 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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