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변경지역의 지정 가치 2 / 신장위구르자치구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과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같은 옛 소련의 중앙아시아 공화국들은 중국의 신장위구르자치구와 접경하고 있다. 새로운 영역이라는 뜻의 신장은 전통 초원 유목세력이 소멸되면서 남긴 땅이다. 원주민인 튀르크계 위구르족들은 1930년대와 1940년대 두 차례나 동투르키스탄이란 이름으로 독립을 선포했었다. 그러나 마오쩌둥의 중국군은 1949년 신장위구르의 군벌 양쩡신을 축출하고 이 지역을 장악했다. 

이 지역 역시 티베트와 마찬가지로 분리독립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 2009년엔 대규모 민족분규가 발생해, 2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중국의 대응은 한족화다.

청대에 신장에서 한족의 비율은 30% 내외였는데, 2000년대 이후는 40%를 넘고 있다.중국정부의 통계를 보면, 2015년 신장 인구 2,360만 명 중 위구르족은 1,130만 명으로 46%이고, 한족은 841만 명에 39%다. 신장에 주둔한 군속이나 미등록 이주민을 포함하면 , 신장에서도 한족은 다수일 가능성이 크다.

티베트불교, 달라이라마, 망명정부라는 확고한 실체가 있는 티베트 분리독립운동에 비해, 신장의 분리독립운동은 그 정체성과 강도가 약하다. 신장위구르자치구 자체가 위구르족만의 땅도 아니고, 역사적으로 다양한 민족과 인종들이 살아왔다. 위구르족은 신장의 남서쪽, 특히 텐산산맥 부근에서 전통적으로 다수계였지만, 신장의 수도 우르무치의 다수계는 한족과 회족이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신장은 티베트에 비해 중국 영토임을 주장할 근거가 상대적으로 많다 하겠다.

신장의 지정 가치를 살펴보자

1. 안보에 사활적인 전략적 완충지대.

미국 텍사스 크기의 2배가 넘는 신장은 8개국과 국경을 맞대며 중국에 전략적 종심을 제공한다. 신장과 카자흐스탄의 국경은 중국의 한족 거주 지역과 거의 1,6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다.

2. 중국의 영향력을 유라시아 대륙 한가운데로 투사하는 출구.

소련 붕괴에 따른 중앙아시아의 허약한 신생국 난립은 중국에게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서쪽 변경의 안보를 안정화시켜주고 있다. 이제 신장은 방어적 완충지대에서 나아가 중국의 영향력을 유라시아 대륙 가운데로 투사하는 출구가 되었다. 중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이 지역에 군사력이 아닌 경제력으로 점령을 시도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중국이 추진해온 서부대개발에 이어 시진핑 취임후 대외정책의 핵심인 일대일로 정책의 중심무대로 설정된 이유다.

카자흐스탄에서 신장으로 이어지는 지대는 지리적으로 중국과 유라시아 내륙이 소통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곳이다. 즉 고대부터 실크로드의 주요 간선로였다. 중국이 일대일로로 현대판 실크로드를 개척하려 한다면, 신장과 카자흐스탄을 지나 서쪽으로 나가야 한다. 신장과 접경한 중앙아시아는 중국에게 새로운 원자재 공급처이자 중국 자본과 제품의 소비시장으로 떠올랐다.

3. 중앙아시아의 에너지 수송로.

중앙아시아의 자원인 석유와 가스를 중국으로 수송하는 파이프라인이 이 지역을 따라 깔려 있다. 카스피해에서 나오는 석유는 카자흐스탄을 거쳐 신장으로 가는 송유관을 통해 중국으로 수송된다. 가스관도 마찬가지. 투르크메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 나오는 천연가스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을 거쳐 신장으로 가는 가스관으로 수송된다.

중국은 2008년을 기점으로 러시아를 제치고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했다. 중앙아시아 5개국인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의 대중 교역규모는 2001년 15억 달러에서 2013년 500억 달러로 늘었다. 러시아는 315억 달러다. 2014년 중국 국내 경제의 침체로 중앙아시아 국가와의 교역이 325억 달러로 격감했을 때도 중국은 이지역에 인프라 투자로 640억 달러를 약속하기도 했다. 또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460억 달러를 추가로 약속했다.

발췌)

지정학의 포로들/ 정의길 지음/ 한겨레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