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서비스, 변호사는 늘어날수록 좋은 것인가?>
소송비용이 증가하고 법률시장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면 변호사 수를 늘리자는 말이 나온다. 공급이 늘어나면 문제가 해결될까? 아니다. 공급의 증가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도 가져온다.
a>의사, 변호사같은 전문가 시장에서는 공급이 수요를, 심지어 필요 조차 만들어낸다.
:법률가가 늘어나면 법적 분쟁과 소송도 늘어난다. 증가한 변호사들이 갈등과 분쟁을 유발하고 소송을 확산시키기 때문이다. 법률가들은 상대가 원하지 않아도 별다른 비용 없이 누구든 싸움터로 끌어들일 수 있다. 소장을 날리고 고소장을 접수시키면 싸움을 원치 않는 사람도 법적 분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b>변호사가 늘어난다고 누구나 손쉽게, 저렴하게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는 없다.
제대로 된 서비스의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 승소율이 높은 변호사들은 변호사 수에 영향받지 않는다. 오히려 가격이 더 오른다. 숫자가 증가할수록 그들의 희소가치가 더 빛나기 때문이다.
c>법률서비스는 되도록 받지 않는 것이 좋다.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되도록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법률서비스는 불가피할 때 부작용을 각오하고 어쩔 수 없이 택해야 하는 일종의 치료제다. 많이 이용한다고 심신이 건강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변호사가 늘어나면 간단하게 합의로 해결할 문제도 소송이나 고소로 이어지게 된다. 소송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다시는 송사에 휘말리지 않아야겠다는 다짐뿐이다.
d>사회 전체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높인다.->고비용 저효율 체제가 되면서 나라 살림을 거덜낼 수 있다.
미국에서는 변호사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분야의 소송도 증가했다. 주로 불법행위책임소송(불법행위란 민사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다. 이로 인해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과 의료과오소송이다. 개인의 불행과 위험을 다수에게 분담시키는 해결책은 빠르고, 저항이 적으며, 심지어 정의로워 보이지만 사회 전체가 부담하는 댓가는 크다. 소송에 시달리던 병원들은 아주 희박한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했고 결국 불필요한 검진과 고가의 진단장비 사용을 증가시켰다. 당연히 의료비는 천문학적으로 올랐고 여기에 살인적 보험료 인상이 얹어졌다. 그 비용은 소비자에게 청구됐다. 미국의 의료보험 도입이 진퇴양난이 된 것도 비싼 의료비덕분이다.
<법은 궁극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꼭 법률가를 통해 분쟁과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분쟁과 갈등을 꼭 법적인 문제로 볼 이유도 없고, 반드시 현재의 법원.검찰 체제로만 해결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원래 분쟁이나 갈등은 법적인 것이 아니었고 법으로 해결했던 것도 아니었다.
현재의 법 체계는 판사, 검사, 변호사들이 마치 신과 같은 위치에 군림하면서 원인과 책임을 결정하는 구조다. 이들은 국가가 전문성을 보증해주고 일정 분야를 전담.독점하게 하는 '전문화' 시스템을 통해 배출되었고, 그런 논리에 따라 진입장벽을 만들어 자신들의 성을 세웠다. 그런데 전문화로는 더이상 포착할 수 없는 세상의 변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생소하고 희박했던 분야들이 빠르게 일반화하고 보편화되고 있다. 문제는 그러한 새 분야를 관통하는 작동 원리가 너무 전문적이기 때문에 일반화된 전문성으로는 도저히 포섭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전문적(사실은 일반적, 혹은 개괄적이 되어버린) 지식보다는 통섭적이고 다양한 이해가 더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
근대 이후의 법질서는 사적 소유제 기초하에 세워진 것이다. 그런데 정보통신과 인터넷의 발달, 집단지성, 새로운 평판 시스템의 형성으로 공유 경제가 뜨고 있다. 이로 인해 과거와 같은 개인의 절대적 소유권을 기초로 하는 형사 사법 제도의 유효성이 흔들리고 있다.
또 O2O나 온디맨드 경제로 고용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극단적으로 짧은 한시적 계약직으로 노동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이런 계약관계에서 과연 현재의 노동법이 노동시장의 약자들을 보호해 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앞으로 개인과 사회를 공격하는 주요한 범죄는 데이터와 프라이버시 침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런 범죄는 정부와 플렛폼 기업들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인터넷 사용 정보 등을 통해 개인정보를 알아낼 뿐 아니라 온라인 주체성을 조작할 수도 있다. 플렛폼기업들은 정부와 야합하고 , 정보를 과점하고, 대중에게는 왜곡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정보 불균형은 자연스레 권력의 불균형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때도 국가가 장악한 형사법 체제가 그런 침해를 방지해줄 수 있을까?
자율주행차의 교통사고는 누가 책임지고 유전자조작으로부터 인간의 존엄성은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물론 인공지능에 의한 판결이나 네트웍으로 연결된 지역공동체의 자발적 분쟁 해결 능력 향상 등 긍정적인 면도 대두되고 있다.
이런 추세에서 한국의 법률시장과 법률가들은 새로운 변화에 잘 적응할 것인가? 아쉽게도 법률가들은 기득권이 가져다준 불로소득을 자신들의 능력에 따른 대가라고 착각하고 있다. 그래서 자신들의 경험에 갇혀있다. 껍질은 보호막이자 굴레다. 문제는 미래가 우리 경험의 한계를 벗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경험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고, 그러려면 우리 내부에 있는 잠재적이고 비이성적인 힘을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법률가들은 지극히 논리적이고, 그렇기에 누구보다 두꺼운 껍질에 싸여 있다. 그들은 경험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법이 궁극적으로 해결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새로운 문제에 해답을 제시해주기는 커녕 오히려 억압해왔다는 것을 더이상 숨길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이제는 자의든 타의든 법률가에 의한 해결방식은 점점 후퇴할 것이다. 그렇다고 역사나 인류가 후퇴하지는 않을 것 같다.
요약)
검사내전/ 김웅 지음/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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