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 범죄

양귀비(아편, 모르핀, 헤로인)

정암님 2021. 5. 8. 21:58

아편은 아무 양귀비과 식물에서나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양귀비과에는 30속이 있고, 그중 하나인 양귀비속에는 28종이 있는데, 대부분은 미량의 아편을 생산하는 현란한 야생화이다. 28종 중에 상당량의 아편을 생산하는 것은 두 종뿐이고, 둘 중 재배하기 쉽고, 병충해가 적고, 물을 별로 주지 않아도 되는 것은 학명 파파베르 솜니페룸( Papaver somniferum)인 일명 양귀비뿐이다. 이 단일 식물은 오늘날까지 천연 아편의 대부분을 제공한다. 

 

아편은 기원전 3000년경부터 중동, 유럽, 중앙 아프리카에서 널리 재배되었고, 대중화되었다. 고대세계에서 1등급 아편의 생산지는 그리스 테베 근처로 알려져 있다. 아편은 진통제, 수면제, 마취제, 행복감(안락감) 고취용으로 흔히 사용되었고 심지어 자살용으로도 애용되었다. 현재는 전세계 유통 물량의 80퍼센트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재배되고 있다. 키우기 어려운 식물은 아니라서 국내에서도 매년 100여명이 텃밭에서 몰래 키우다 검거되곤 한다.

 

양귀비 꽃
양귀비 꼬투리

양귀비는 잠깐 동안 꽃을 피우고 꽃잎을 떨군다. 그 후 몇일내에 반질반질한 녹색 꼬투리를 만드는데, 점점 더 커져 달걀만 한 크기가 된다. 그러다 꼬투리가 말라 칙칙한 갈색으로 변하는 적당한 순간에, 꼬투리 표면에 얕은 칼집을 낸다. 대략 개화후 10~20일 정도 지났을 때다. 칼집 자리에서 흰색 수액이 흘러나오고, 그 수액은 반나절이 지나면 끈적끈적한 검은 갈색으로 변한다. 효능이 생겨나는 것은 이 때부터다. 이를 모아 끓여서 불순물을 제거한 후 남은 액체를 증발시키면 고체가 되는데, 이것이 생아편이다.

 

얕은 칼집을 내니 하얀 수액이 흘러나온다.

아편에 물과 석회를 섞어 끓이다가 염화암모늄을 넣어 침전시키면 모르핀이 된다. 모르핀은 오랫동안 최고로 진통제로 통용되었다. 19세기는 중독의 시대였다. 이 시대의 스타는 당연 모르핀이었다. 이즈음 발명된 주사기는 모르핀과 찰떡궁합이었다. 주사기를 통해 주입된 모르핀은 중독자를 더 큰 흥분에 신속하게 도달하게 했음으로 중독자는 급증할 수밖에 없었다. 남북전쟁, 보불전쟁에서 수많은 부상병이 발생했다. 그들에게 통증 완화제는 무차별적으로 투여되는 모르핀뿐이었다. 이들은 중독자가 되었고, 사람들은 모르핀 중독을 군대병이라 불렀다. 고된 노동에 시달리던 노동자들도 아편과 술로 세월을 달랬다. 당시 아편은 어디에서나 구입가능한 합법 제품이었다. 부녀자들도 월경통과 히스테리,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았다. 의사의 처방은 모르핀뿐이었다. 이들중 상당수가 중독자가 되었다. 

모르핀 중독이 사회 문제화하자, 제약사들은 중독성은 없고 진통효과만 있는 모르핀을 발견하고 싶어했다. 그렇게 나온 것이 헤로인이었다. 모르핀에 무수초산, 활성탄, 염산, 에테르 등등을 넣고 화학처리하면 헤로인이 된다. 테스트 결과 헤로인은 모르핀보다 다섯 배 더 강력하면서도 중독성은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헤로인은 모르핀을 대신하는 새로운 슈퍼스타가 되었다. 시간이 흐르자 헤로인의 중독성이 모르핀의 중독성을 능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독자가 급증하자, 미국은 1914년 최초의 유의미한 마약방지법을 제정하여, 마약을 강력히 단속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마약 공급 루트의 한축이었던 의약계에 면허등록제가 도입되었다. 그전까지는 누구나 병의원과 약국을 열 수 있었지만, 마약 규제 의무를 부여하고 관리하기 위해 의사, 약사에 대한 면허제가 시행된 것이다. 마약 규제법이 통과된 지 몇년 안에 약 2만 5000명의 의사들이 마약 관련 혐의로 기소되었고, 그중 약 3000명이 유죄를 선고받아 징역을 살았다.

 

헤로인은 부분적인 천연물인 동시에 부분적인 합성물이다. 이를 반합성 아편제제라고 부른다. 1916년 발명된 옥시콘틴 역시 반합성 아편제로 악명이 높다. 제약사들은 수십 년에 걸친 연구에도 불구하고, 아편 추출물에서 비중독성 약물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제약사들은 다른 접근 방법을 시도했다. 그것은 모르핀이나 코데인에 기반하지 않는 약물을 찾는 것이다. 그러려면 100퍼센트 합성에만 의존하여, 100퍼센트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몇가지를 발견했다. 그런 신합성물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이 펜타닐fentanyl과 카펜타닐carfentanil이다. 그들의 진통효과는 모르핀의 수백 배이나 중독성 역시 매우 높았다. 오늘날 옥시코돈이나 펜타닐같은 아편유사제는 의사의 처방전과 밀매를 통해 거대한 암시장을 만들었다. 단속이 강화되어 처방을 받기 힘들어지면 중독자들은 저렴한 헤로인으로 몰려간다. 새로운 합성 마약(아편 유사제)이 나올수록 마약시장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영화에서, 숟가락에 올린 다음, 불에 녹여 액체를 만든 뒤, 주사기에 넣고 고무 밴드를 팔에 두르고 톡톡 친 다음 주사를 하면, 대부분 헤로인이다. 헤로인의 끓는점이 173도라서 라이터로 녹이려면 시간이 한참 걸린다. 그래서 열전도성이 높은 쇠숟가락을 이용한다, 이때 액체 상태의 헤로인을 보면 갈색이나 검은색이 많은데, 이는 헤로인에 커피나 초콜릿, 흑설탕이 중화제로 섞인 것이다. 순수 헤로인은 녹았을 때 맑은 황금색을 띤다.

 

정리하면 아편, 모르핀, 헤로인은 모두 양귀비가 기본 재료다. 양을 비교하면 양귀비꽃 2000개를 가공하면 아편 10킬로그램을 얻을 수 있고, 이 10킬로그램을 화학 처리하면 모르핀이나 헤로인 1킬로그램을 얻을 수 있다. 

이외에도 동물 마취제로 사용되는 에토르핀, 감기약에 들어가는 진통제 코데인, 그외에도 옥시코돈, 하이드로몰폰등 현재 사용되는 대부분의 중증 진통제가 양귀비 계열이다.

 

참고)

1.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오후 지음/ 동아시아

2.텐 드럭스/ 토머스 헤이거 지음, 양병찬 옮김/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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