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1.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우리가 흔히 물가상승률이라고 하는 것은 이 소비자 물가지수의 상승률을 말한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각 가정이 생활을 위해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알아보기 위해 작성하는 통계다.
소비자물가지수는 2015년 기준으로 460개 품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세상에는 더 많은 수의 상품과 서비스가 존재하지만 조사의 용이성을 위해 대표성이 있는 품목으로 압축하여 가격 조사를 한다. 460개 조사 품목에는 쌀, 라면, 닭고기, 우유, 딸기, 스낵과자, 즉석식품, 커피, 맥주, 담배, 여자상의, 등산복, 전세, 월세, 소파, 냉장고, 건전지, 신문, 가사도우미료. 생리대, 중형승용차, 휘발유, 택시요금, 애완동물관리비, 온라인콘텐츠이용료, 사립대 납부금, 짜장면, 갈비탕 등등이 들어있다.
우리가 지출하는 항목 중 가장 큰 항목을 꼽자면 당연 주거비다. 월세는 물론이고, 대출로 전세와 자가를 마련한 경우 매달 일정 액을 지출하고 있을 것이다. 집이 없는 경우에는 여기에 더하여 언젠가 집을 사기 위해 저축도 해오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한국에 사는 그 누구도 주거비의 무거운 부담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없다.
근데 2010년 이후, 특히 2014~2018년의 기간 동안 급작스럽게 집값이 상승했다. 과거에는 2003~2007년이 그러했다. 이렇게 집값이 한번 오르면 물가가 체감적으로 크게 오른 느낌이다. 어찌 됐든 주거비가 늘어나긴 하니 그렇게 보는 것이 맞다. 그러나 한국 소비자물가에는 집값이 포함되지 않는다. 전세와 월세만 포함될 뿐이다.
월세는 매달 내는 비용이라 바로 지수화가 가능하다. 전세는 가격의 등락이 발생하면, 그당시 금리를 이용하여 전세금을 월 비용화시킬 수 있다. 가령 전세금이 2억 원이고 이에 대한 은행 금리(일종의 기회비용)가 당시 연 4%였다면 연간 비용 800만 원, 매월 67만 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계산해서 지수화시킨다. 이렇게 산출된 전세와 월세는 각 4.9%, 4.5% 합해서 총 9.4%의 비중을 소비자 물가 내에서 차지하고 있다.(2015년 기준) 소비자의 월간 비용 중 주거비의 비중을 약 10% 정도로 본 것이다.
이상하지 않는가? 우리는 매년 소득 중 상당 부분을 주거에 지출하고 있다. 근데 겨우 10%라니? 여기서 자본주의의 맏형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미국은 주거비가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다. 3배나 차이가 난다. 그리고 미국은 집값도 비용화시켜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한다. 몇가지 차이가 있긴 하다. 가령 한국은 교육비 비중이 전체 물가에서 약 10%를 차지하지만 미국은 3%에 불과하다. 그러나 주거비 비중의 절대적 차이는 매우 크다. 또한 집값이 포함되고 안되고는 매우 크다.
한가지 가정을 해보자. 전월세 비중을 그대로 10% 정도 하고, 집값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5% 정도로 신설해서 전체 주거비가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15% 정도로 가정해 보자. 지난해 집값이 10% 상승했다면 집값이 차지하는 비중 5%와 곱하면 0.5%, 즉 소비자물가지수가 0.5% 오르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물가상승률 2.0%가 2.5%로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립적인 통화정책을 충분히 긴축적인 통화정책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수치이다.
한국은 그동안 물가 통계에 집값을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물가에 의해 움직여야 할 중앙은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에 집값을 포함시키지 않는 얕은 수로 집값 상승을 방관해 왔다. 그 결과 단군이래 최악의 부동산 거품을 키웠고 이로 인한 중산층의 몰락과 매년 기록을 갱신하는 빈부격차를 불러왔다. 그럼에도 자기들 구미에 맞는 소비자물가지수를 바탕으로 금리를 내려 작금의 부동산 거품을 더욱 더 끝모르게 부채질하며 키워가고 있다. 잊지말자, 부동산거품의 주역 이주열과 한국은행을... 또 잊지 말자. 그러면서도 그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호의호식하며 처먹고 산다는 것을...
이제 우리는 외쳐야 한다. 소비자물가지수에 집값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이다. 그날이 망국적 부동산 거품을 조금이라도 거꾸러뜨리는데 일조하는 날이 될 것이다.
참고)
1.나의 첫 금리공부/ 염상훈 지음/ 원앤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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