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의 옥에 대한 사랑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들은 금보다 옥을 더 소중하게 여긴다. 한 예로 왕의 도장은 금인이고 황제의 도장은 옥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옥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외국인들이 중국미술사를 공부하면서 가장 이해하기 힘들고, 아름다움을 감별하기는 더 어렵고, 때로는 지루해서 넘겨버리는 것이 옥공예다. 그럼에도 중국의 모든 박물관 진열실에는 옥공예가 빠지지 않고 아예 옥공예실이 따로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옥공예를 기술의 정교함, 형태의 아름다움, 빛깔의 우아함, 촉감의 부드러움 등 다른 공예와 똑같은 기준에서 예술적으로 가치를 판단한다면 못할 것이 없겠지만 옥은 그 재료 자체부터 등급이 천차만별이라, 그걸 모르면 중국인들이 이해하는 옥의 가치를 쉬이 알기 어렵다.
중국에는 4대 명옥이 있다. 신강성의 호탄옥, 섬서성의 남전옥, 요녕성의 수옥, 하남성의 독산옥이다. 그중에서 호탄옥은 옥 중의 옥으로 좁은 의미로는 호탄 지역에서 생산된 옥을 지칭하지만, 최고 양질의 옥을 가르키는 말로 옥의 대표성 또한 갖고 있다. 호탄옥은 진시황 때는 곤륜산에서 나온다고 해서 곤산옥, 우전국 시절에는 우전옥으로 불리었으나 1883년 호탄옥으로 명칭을 통일했다.
호탄옥의 종류는 모두 36종이다. 호탄옥의 빛깔은 기본적으로 여섯 가지로 분류한다. 백옥, 청백옥, 청옥, 벽옥(짙푸른 색), 묵옥, 당옥(갈색)인데 여기에 2가지를 더 넣어 8가지로 분류할 때는 국화꽃 빛깔의 황옥, 꽃 반점이 있는 화옥을 넣는다. 그중의 으뜸은 백옥이다.
백옥은 양지(양 비계), 상아(코끼리 엄니), 이화(배꽃), 어두(물고기 뱃살), 나미(찰벼), 자기(백자), 어골(물고기 뼈), 계골(닭 뼈) 등으로 분류하고, 그중에서 양지 백옥을 최상으로 치는데 양지 백옥이 희고 투명하고 섬세하고 윤기가 있기 때문이라 한다.
옥에는 경옥과 연옥이 있다. 경옥은 강도 6.5~7의 소위 비취 종류로 근대에 와서 사용된 것이고, 고대 중국의 옥은 모두 강도 5~6의 연옥이다. 옥은 천연 광석의 하나로 겉으로 보면 빛깔이 곱고 윤이 나며 투명하고 깨끗하다. 만져보면 촉감이 보드랍고 매끈하고 따뜻하다. 속이 단단한데 두드리면 맑은 소리가 난다. 이것이 재료로서 지니는 미적 가치이다. 허나 이는 옥만이 아니라 이른바 보석 종류들은 비슷하게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여기에다 약용 가치와 도덕적 가치까지 덧붙인다.
중국인들이 옥에서 약용 가치를 발견한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다. <황제내경>, <본초강목>등 전통 의약서에는 옥을 지닐 때의 효과를 기술해 놓고 있는데, 옥이 혈액순환, 심폐기능, 오장의 기능을 강화해주고, 가래 제거, 해열, 발모 촉진을 도와주며, 귀를 밝게 해주고 뼈를 강하게 해주고 근육을 탄력있게 해주며 나아가 혼백을 안정시켜준다고 한다. 만병통치약이 따로 없다. 물론 중국인 특유의 과장이지만..
그래서 옥을 몸에 지니는 장신구로 만들기도 하고, 손에 쥐는 완구나 안마공구로도 만든다. 심지어는 옥가루를 복용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옥이 시신을 부패시키지 않고 내세의 삶을 보장해 준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기원전 2세기, 서한시대 무덤에서는 옥 조각 2160개와 금실 700그램으로 제작한 <금루옥의>가 발견되었으니 중국인들의 옥에 대한 사랑은 신념에 가깝다 할 것이다.
더하여 중국인들은 옥에서 정신적 가치마저 찾아내고 있다. 옥은 고매함, 순결함, 영구함 등을 상징하는데 옥유오덕이라며 2천 년 전에 허신이 지은 <설문해자>라는 글자 사전에서는 옥의 다섯 가지 덕을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광택이 있고 밝으면서 온화함은 인이고, 속이 그대로 비치며 투명한 것은 진이고, 두드릴 때 소리가 낭랑함은 지이고, 깨지더라도 굽지 않는 것은 의이고, 각이 예리하지만 다른 것을 상하지 않게 함은 공정이다..
이처럼 옥에다 미적 가치, 약용 가치, 도덕적 가치까지 부여하니, 옥 문화가 생기지 않을 수 없었고, 더 높고 아름답고 신비로운 옥을 바라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니 외국인은 들어도 알 수 없는 것이 옥이 되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옥은 중국인의 고유한 문화이자 신앙일 따름이다.
외국인들이 옥의 가치 중에 가장 공감하는 대목은 아마 옥을 가공하는 탁마의 자세일 것이다. 갈고닦음에 아무리 정성을 다해도 다함이 없으니, 어찌 옥에만 해당한다 하겠는가. 학문과 예술, 기예 역시 마찬가지이니 그것이야말로 옥이 진정 이방인들에게 가르켜주는 교훈일 것이다.
발췌)
1.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중국편 3/ 유홍준 지음/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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