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진화생물학은 말한다) 왜 인간 여성에게만 폐경기가 있나?

정암님 2013. 12. 18. 02:52

자연계에서 생물학적 개체의 존재 목적은 생존이 아니라 번식이다. 생존이란 단지 유전자를 전달

할 기회(번식)를 반복적으로 갖기 위한 한가지 전략에 불과하다.

그런 면에서, 인간의 성적 습성중 가장 미스터리한 것이 여성의 폐경이다.

 

폐경이란 이전 가임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짧은 기간동안 생식능력이 완전히 중단되고, 그후

꽤 오랜기간에 걸쳐 생식을 할수 없는 상태가 계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대부분의 야생동물은 죽을때까지, 혹은 죽기 얼마전까지 생식능력을 잃지 않는다. 인간 남성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는 대략 40세 전후에 시작하여 약 10년안에 생식력이 완전히 사

라져 버린다.

 

왜 인간 여성은 다른 동물들과 다른 선택을 했을까? 

자손을 늘리기 위해서는, 더 오랫동안 생식능력을 보존하는것이 유리한 데도 말이다.

 

자연선택의 본질은 어떤 개체의 자손을 증가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유전자의 생존을 촉진하는 것

이다.  그런데 자연선택은 왜 여성으로 하여금 더 많은 자손을 남기는 능력을 억누르는 유전자를

갖도록 작용했을까? 또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여성의 폐경이 자리잡았다고 치자. 그럼 그이후 

진화방향은 폐경이 시작되는 연령이 점차 늦어지다가, 사라져야 합목적적이지 않을까?

 

흔히 생물학자들은 폐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모든 난자들은 여아가 태어날때 이미 생성되어 있고, 출생이후로는 더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

생리 주기중에 1개 또는 2개의 난자가 사용되고, 그보다 많은 수의 난자들이 퇴화되어 사라진다.

래서 나이 50세 정도가 되면 애초에 보유하고 있던 난자들이 모두 사라진다. 설령 난자가 조금

남아있다 하더라도, 이 시기 난자들은 뇌하수체호르몬에 대한 반응이 떨어지고, 호르몬의 분비를

진하는 에스트라디올을 생산하지 못하기에 폐경이 생긴다는 것이다.

즉 폐경은 여성의 생리적 기전때문에 일어나는 자연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난자의 고갈및 노화가 인간 여성 폐경의 직접적 원인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묻고 싶은

것은 왜 자연선택이 여성의 난자가 40대에 고갈되거나 호르몬에 반응하지 않도록 만들었냐는 것

이다. 태어날때 난자의 수가 2배가 되도록 진화하거나, 50세가 넘어도 호르몬에 반응하도록 진

되어서는 안될 정당한 이유라도 있단 말인가?

코끼리나 수염고래의 난자는 60년이 넘도록 남아있고, 거북의 난자는 더 오랜기간, 기능을 유지

다. 인간난자도 같은 능력을 갖도록 진화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물론 인간을 구성하는 모든 신체기관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노화한다. 그럼에도 폐경은 너무 특이

하다. 모든 여성에게 있어,  예상 수명이 수십년이나 남은 상태에서 짧은 기간에 생식기능이 전

적으로 정지되어 버린데는 매우 사소한 이유가 있을 뿐이다. 제 기능을 할수 있는 난자가 다 고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 한번의 돌연변이로, 난자의 소멸 속도가 변화된다면 쉽게

사라져 버릴수 있는 이유다.

 

인간여성의 폐경은 생리적으로 불가피한 측면는 없다. 포유류 전체의 관점에서 볼때도, 진화론적

으로 불가피하다고 할수 없다.

 

그러나 인간에게 지난 수백만년 가운데 어느 시점에, 여성에게만 일찌감치 생식기능을 중지시키

프로그램이 자연선택을 통해 입력되었다. 이런 여성생식기관의 때이른 노쇠는 진화의 압도적 경향

에 반하는 것이기에 놀라지 않을수 없다. 인간은 다른 모든 측면에서는 노쇠현상을 앞당기는 것이

아닌, 뒤로 미루는 쪽으로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여성폐경의 진화론적 근거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겉으로 보기에 자손을 덜 만드는 것같이 보이는 

진화상의 전략이 어떻게 결과적으로 더 많은 자손을 갖도록 했는지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폐경은 출산,양육에 따른 위험성을 감소시켜, 여성의 수명을 연장시킴으로서, 자신의 유전자 증

을 촉진시켰다. 이는 크게 세가지 효과에 의해 나타난다.

 

먼저, 여자는 늙어 감에 따라 새로운 자식을 낳는 것보다 기존의 자식이나 손자들에게 헌신하는

        편이 자신의 유전자를 지닌 후손의 수를 늘리는데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인간 아이들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부모에게 의존하는 기간이 무척 길다. 대부분 아이들이 10대

나 20대에 이르기까지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이 기간동안 아이는 부모 특히 엄마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 이유는 엄마가 아빠보다 육아에 더 기여하기 때문이다.

 

전통사회에서 부모가 일찍 죽을경우, 어린 아이의 삶은 커다란 손실을 입었다. 부모가 재혼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계부 또는 계모의 이익과 충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명의 자식을 둔 전통사회의 어머니는 가장 어린 자식이 10대에 이르기전, 자신이

을 경우, 유전적 투자의 일부를 잃을 가능성이 높았다. 자식들을 위해서는 어머니가 오래 사

는 것이 좋지만, 현실은 반대였다.

 

어머니가 새로운 자식을 낳을 경우, 그어머니의 이전 자식들은 생명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 아이

낳다, 어머니가 죽을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여성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출산중 죽을 확률이 높

다. 전통사회에서, 특히 산모의 나이가 많을수록 그 위험은 높아졌다. 20세기 선진국에서도 40세

산모의 출산중 사망율은 20세 산모보다 7배 높다. 여기에 늘어난 자식들을 돌보고 먹이려 많이

일하느라, 지치고 병들어 죽을 가능성까지 포함하면 어머니가 죽을 위험율은 더욱 높아진다.

 

나이 많은 산모가 낳은 아이는 그 자체로 생존할 확률이 낮다.산모가 나이듦에 따라 유산,사산,미

숙아 출산,유전적 결함의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다운증후군이라는 유전병이

다. 이 질환은 30세 이전 산모에게는 2000명에 1명꼴이지만, 40대 후반에는 10명중 1명꼴이 된다.

 

여성이 나이가 들수록, 아이의 수는 많아지고 그들을 돌본 시간은 더 길어지는 등 더 많은 투자를

해야하기 때문에, 임신을 했을 때 감수해야 할 위험은 더 커지게 된다. 그외에 여성자신이 출산중

또는 그 이후 죽게 될 위험과 새로 태어 나는 아이가 죽거나 손상될 경우 역시 증가한다.

 

따라서 나이든 어머니가 아이를 낳을때 얻어지는 잠재적 이익은 줄어드는데 반해 위험은 증가한

다. 이것이 인간여성이 폐경을 선택하도록 만든 일련의 요소들이며, 그 결과 역설적이게도 여성은

은 수의 아이를 낳지만, 더 많은 수의 아이를 생존시킬수 있게 되었다.

 

그럼 자연선택은 왜 남성에게는 폐경 프로그램을 입력시키지 않았을까?

남자는 아이를 낳다 죽을 일이 전혀 없고,성교중에 죽는 일도 드물고,아이를 돌보느라 자신의 기력

을 모두 잃게 될 가능성도 여성보다 적기 때문이다.

 

둘째, 폐경을 겪지 않은 늙은 여자가 일찍 죽게 될 경우, 그녀는 자식들에게 투자한 것 이상을 잃게

        된다

 

왜냐하면 그녀의 자식들도 언젠가는 아이를 낳을 것이고, 그 아이들 역시 늙은 여인의 투자에 포함

되기 때문이다. 특히 전통사회에서 여성의 생존은 자식들뿐 아니라 손자,손녀에게도 중요했다.

할머니들은 노동을 통해 여분의 음식을 구해 손자들을 먹이고, 돌보아 줌으로써  성인인 자식들이

할머니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기를 더 많이 낳을수 있도록 돕는다. 또 그들에게 자신의 사회적 지

위도 물려준다.

 

마지막으로 전통사회에서는 늙은이들의 지식과 경험이 그 자손들의 생존가능성을 높이는데 기여한

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이가 많은 구성원이 존재하는것은 후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나이 든 남자들은 출산중 죽거나, 육아중 지쳐 사망할 위험이 없기에 폐경으로 보호받도록 진화 할

필요성이 없었다. 그러나 늙어도 폐경을 겪지 않는 여자들은 그런 위험에 계속 노출되었기 때문에

도태될수 밖에 없었다. 폐경을 겪지 않는 여성이 일찍 죽게되면,  그녀의 유용한 기억도 소실 될 것

이고, 그 때문에 위기가 닥쳤을때, 후손들이 모두 사라질 수도 있었다. 이렇듯 나이든 여성의 기억이

후손들의 생존에 미치는 영향이, 폐경으로 진화에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참고)

1. 섹스의 진화/ 제래드 다이아몬드 지음/ 사이언스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