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국제정치 시사/한반도와 동북아정세

격동의 동북아 1편) 미국과 중국의 역학 구조는 동북아시아에서 어떻게 작동하나?

정암님 2014. 12. 7. 17:23

한반도 주변의 국제정치상황 변화가 심상치 않다. 중국의 군사력이 급격히 증가하고 미국은 주력을 태평양으로 이동

하겠다는 새로운 군사전략을 마련하고, 그동안 숨죽이던 일본은 본격적으로 군사대국이 되겠다며 나서고 있다.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조차 해소하지 못한 한국은 주변 강대국의 급격한 군사력 증강과 긴장고조라는 엎친데 덮친 격

불안정한 국제안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을 마무리지은 미국은 급성장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2011년 아시아 회귀 정책을 발표했다. 이선언이

후 강도가 높아진 미중의 친구만들기 경쟁에 한국은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동맹국 및 우호국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이들에게 역활을 전이하는 역량동원전략차원에서

미국은 한국에 미사일방어시스템(MD)가입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쪽 네트워크에 깊숙이 편입될 수

록 한중간 외교적 마찰은 잦아질 것이다. 중국의 힘이 커지면 커질수록 미국의 네트워크에서 빠져 나오라는 중국의 압

력 역시 강해질 것이다.

미중관계의 냉혹한 국제역학 속에서 한반도의 현상유지가 장기화되고  심지어는 한반도가 거래의 대상이 될 가능성마

저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엄혹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이런 불안정한 상황이 일어난 이유는 동북아시아의 국제정치구조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체제의 급격한 변화는 국제관계의 불안정을 초래했고, 불안정은 평화를 파괴하고 전쟁을 불러왔다.

 

그렇다면 국제정치구조를 급변하게 만든 원인은 무엇인가?

국제정치는 언제라도 변동하기 마련인데 국제정치가 변동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국제정치체제를 구성하는 국가들

힘이 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나라는 국력이 성장하고, 또 어떤 나라는 힘이 쇠약해진다. 약한 나라가 강하게

되고 한 나라가 약하게 되기도 한다.

 

국력이 변동하는 경우, 국가들의 대외정책도 변한다. 힘이 커진 나라들은 기왕의 국제질서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이

생각하고, 이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꾸고자 한다. 그러나 현재의 일인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질서를 쉽게 양보하

지 않는다. 그럴 경우 힘이 급속이 증강하는 신흥강대국은 노쇠한 강대국을 향해 전쟁을 도발한다.역사에서 보여지는

수많은 패권전쟁들이 대부분 이 같은 방식으로 발발했다.

지금 동북아가 겪고 있는 파란의 국제정치는 과거 후발강대국의 급속한 국력증강과 그로인한 국제체제변동이 초래했

, 대단히 익숙한 국제정치패턴의 반복일 뿐이다.

 

현재 동북아 국제체제 구조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지난 30년간 중국의 국력이 대단히 급속한 속도

로 증강했다는 사실이다. 인구 14억에 이르는 대국이 연평균 10%에 육박하는 경제성장을 30여년이상 지속했다는 것은

국제체제의 급격한 변동을 초래하고도 남을 일이다.

중국의 급부상은 미국의 본격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그 다음 일본,인도,베트남,호주등의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2011년 아시아회귀정책을 선언한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기존의 아시아동맹을 적극 활용하고자 한다. 여기에

적극 호응하고 나선 나라가 일본이다.

2010년 세계2위의 경제대국 자리를 중국에 내주었고 2011년 대지진으로 의기소침했던 일본은 지난 20년간의 '잘 나가

는 중국, 망해가는 일본'이라는 분위기를 일거에 탈바꿈 할수 있는 기회가 찾아 왔다고 본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데 있어 일본의 역활은 사활적으로 중요하다. 따라서 미국은 허약한 일본보다는 중국과 맞장 뜰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일본을 원한다. 2012년 일본은 노골적으로 친미,우경화,군사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집단적 자위

행사를 미국으로부터 허락받았고 미국의 지원아래 군사강국화의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의 군사화는 주변국가들의 경계심을 불러 일으켰다.  일본 군국주의로부터 당한 피해를 아직도 생생하게 기

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부상, 미국의 군사적 대응, 이를 위한 미국의 일본 군사화 지원 및 허락, 일본과 중국의 대결 격화, 이 틈새를 노

린 북한의 핵보유 기정사실화 노력등 동북아 국제정치는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물론 중국,미국,일본 그 어느나라도 사악한 전략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나라들은 지금보다 더 잘 살고 싶어하며, 지금보다 더 강력한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모든 나라들은 돈을 더 많이

벌기를 원하며 돈을 많이 번 나라들은 더욱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려 한다. 누구도 믿기 어려운 것이 국제정치인데

지켜야 할 재산이 늘어난 나라가 어떻게 군사력을 늘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국가들은 서로 협력함으로써  더 잘 살 수도 있지만,  전지구적 자원의 유한함과 지역적 편재로 인해 모두가 잘 살 수는

없는 상황이다. 결국 국가들은 협력의 와중에서도 누가 더 잘 살게 되었는가, 누가 협력으로 인해 더 큰 이익을 얻었는

가를 따지게 된다. 이익은 서열(국력)에 따라 차등적으로 배분된다.  따라서 모든 국가들은 국제정치에서 차지하는 서

열이 상승되기를 원한다.

한국가의 상승은 다른 국가의 강등을 의미한다. 이웃나라가 강한 나라보다 약한 나라가 되는 것을 더 좋아해야 하는 것

이다. 적은 약할수록 좋다는 것이 국제정치의 원칙이며 국제정치의 영역에서는 누구라도 친구가 될 수도, 또한 적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은 국가로서 당연히 더 강하고 부유한 나라가 되려고 노력했고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한나라의 국력증강

은 다른 나라의 불안을 초래하고, 불안한 나라는 자신을 방어하겠다는 의도로 무장력을 갖추거나 이웃과 동맹을 체결하

는데 그러한 행동은 상대방에게 공격적인 행동으로 인식될수 밖에 없다. 결국 자기를 보호하려는 각 국가의 노력이 상대

를 자극하고 이전보다 더 불안정한 국제정치를 도래케 하며 최악의 경우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안보의 딜레마, 강대국

정치의 비극).

 

중국이 미국을 앞설 것이냐의 문제와 상관없이 중국은 앞으로 이미 증강된 국력을 이용하여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지배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 확실하다. 이미 중국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보다 공격적으로 표현하기 시작

했다. 아편전쟁에서 패전한 1842년이후 1949년 붉은 중국이 수립될 때까지 약 100년의 세월을 치욕의 세월로 간주하는

중국은 자신의 힘이 증강되자, 본격적으로 공격적, 팽창적, 강압적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1978년 이후 연평균 10%씩 성장하던 중국은 2010년 GDP총량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같은 기간 중국의 군사력이 경제력보다 휠씬 빨리 늘어났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중국정부가 막강한 경제력을 외교 및 군사수단으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독재권력을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는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중국의군사비는 지난 20년 동안 경제성장 속도의 거의 두배에 이를 정도로 급속하게 증액되고 있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중국군이 육군위주의 구식 군사력으로부터 해군 및 공군 위주의 과학적 군사력으로 변한 것이다

중국의 육군은 중국의 지정학적 성격상  방위 내지 국내치안 유지군의 성격이 강하다. 반면 해군과 공군은 힘의 투사

용도 즉 공격용으로 쓰기 적합한 군사력이다. 중국과 같은 대륙국가가 해군력을 급격히 증가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중국

이 점차 공세적,팽창적 국가목표를 추구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일이다.

물론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은 그들로 하여금 개방된 해양국가를 지향하게 만들었다. 중국의 경제발전은 동부해안지역

의 급격한 산업화와 함께 이루어졌고 이는 국가안보 전략의 중심축을 대륙에서 해양적인 것으로 바꾸게 하였다.

이와 더불어 중국이 무역에 의존하는 국가가 되었다는 것은 해안 방위는 물론 중국의 생명선이 되어 버린 해로를 보호

야 할 중요성을 극적으로 높여 주었다. 따라서 중국은 해군력을 증강하고 바다를 중시하는 전략을 택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물론 중국의 주변국들이 중국의 해군력증강을 우려하는 이유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 상당

불투명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중국의 필요를 훨씬 초과하는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나아가 시진핑이

중국 군사력과 대외정책이 대단히 공격적인 성격을 보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중국의 국력증강은 자연스레 미국이 주도하는 패권체제에 도전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정치

에서 다른 나라의 국력이 자신을 앞서는 것을 즐겁게 보고만 있을 나라는 아무도 없다. 하물며 미국과 같은 패권국이

말이다. 이미 패권을 장악한 미국의 전략은 무엇을 성취하겠다가 아니라 남이 무엇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데 초점이 맞

추어져 있다. 2등이하의 나라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자신들의 지위를 향상시키려고 노력한다. 그들의 목표는 본질적으

현상의 파괴 내지 타파를 통해 도달할수 있다. 패권에 근접한 나라들은 자신이 패권국이 되는 날을 앞당기기 위해

현재의 국제 정치 질서를 더 빠르게 변화시키려고 할 것이다.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려는 현상 타파적 성격의 중국과 중

국의 패권 도전을 방해하려는 미국의 현상 유지전략은 충돌을 피할 수 없다.

미국의 전략목표는 유럽과  아시아에서 패권국 출현 금지다. 미국은 이 것을 유럽과 아시아에서 세력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유라시아에서 패권을 추구하는 나라는 누구라도 미국의 적으로 간주된다. 결국 유럽 및 아시아에

서 현재 힘이 가장 센 나라가 항상 미국의 잠재적 적국이 되며 그 나라에 대항하는 약간 힘이 처지는 나라들이 미국의

자연스런 동맹국이 되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중국이 아시아의 패권국이 됨은 물론 세계의 패권국이 되려는 것을 저지하고자 하며, 중국에 맞서는 일본,

인도,베트남,호주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국제관계란 강대국,약소국을 불문하고 냉혹하고 잔인하다. 국제정치의 세계는 양과 사자가 함께 뒹구는 낙원이 아니란

말이다.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적 현실이 지금 한반도 주변에 폭풍우를 몰고 오는 것이다.

 

참고)

1.격동하는 동북아, 한국의 책략/ 이춘근 지음/ 백년동안

2. 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 이용인,테일러 워시번 엮음/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