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한국정부는 중국에 안중근의사 의거현장에 표지석을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수용한 중국은 표지석
이 아니라, 아예 하얼빈 역사에 200 제곱미터에 이르는 안중근의사 기념관을 세워주었다. 중국이 이렇게 우호적으로 나
오는 이유는 한국을 각별히 생각해서가 아니다. 중국은 지금 자신에게 정면 도전장을 낸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을
필요로 하고, 대일공동전선에 한국을 묶어두기 위해 이런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지금 동북아에는 미중의 친구만들기 경쟁이 한창이다. 이에따라 최근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그 와중에서 한국은 깊은 선택의 딜레마에 빠져있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는 요동치고 있다. 동북아의 국제정치구조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체제의 급격한 변화는 국제관계의 불안정을 초래하고, 불안정은 최악의 경우, 전쟁을 불러온다.
현재 동북아 국제체제 구조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지난 30년간 중국의 국력이 대단히 급속한 속도
로 증강했다는 사실이다. 인구 14억에 이르는 대국이 연평균 10%에 육박하는 경제성장을 30여년이상 지속했다는 것
은 국제체제의 급격한 변동을 초래하고도 남을 일이다.
중국의 급부상은 현상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대응을 불러왔다. 2011년 미국은 아시아회귀(재균형)전략을 발표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을 외교정책의 중추로 삼겠다는 것이나, 이전략은 대중국전략을 전제하고 있었다.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정책이후, 은연자중하며 힘을 키우던 중국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이후 공세적 태도를 드러
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미국체제의 치부가 드러나고, 상대적으로 무난하게 위기를 극복한 중국은 자신감에 차있었
다.
국제정치의 속성상, 힘이 커진 나라들은 기왕의 국제질서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이라 생각하고, 이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꾸고자 한다. 그러나 현재의 일인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질서를 쉽게 양보하지 않는다.
중국이 미국을 앞설 것이냐의 문제와 상관없이 중국은 앞으로 이미 증강된 국력을 이용하여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
의 지배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 확실하다. 아편전쟁에서 패전한 1842년이후 1949년 붉은 중국이 수립
될 때까지 약 100년의 세월을 치욕의 세월로 간주하는 중국은 자신의 힘이 증강되자, 본격적으로 공격적, 팽창적, 강
압적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1978년 이후 연평균 10%씩 성장하던 중국은 2010년 GDP총량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같은 기간 중국의군사비는 지난 20년 동안 경제성장 속도의 거의 두배에 이를 정도로 급속하게 증액되고 있었
다. 중국정부가 막강한 경제력을 외교 및 군사수단으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독재권력을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
할때 이는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중국군이 육군위주의 구식 군사력으로부터 해군 및 공군 위주의 과학적 군사력으로 변한 것이
다 중국의 육군은 중국의 지정학적 성격상 방위 내지 국내치안 유지군의 성격이 강하다. 반면 해군과 공군은 힘의
투사용도 즉 공격용으로 쓰기 적합한 군사력이다. 중국과 같은 대륙국가가 해군력을 급격히 증가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중국이 점차 공세적,팽창적 국가목표를 추구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일이다.
물론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은 그들로 하여금 개방된 해양국가를 지향하게 만들었다. 중국의 경제발전은 동부해안
지역의 급격한 산업화와 함께 이루어졌고 이는 국가안보 전략의 중심축을 대륙에서 해양적인 것으로 바꾸게 하였다.
이와 더불어 중국이 무역에 의존하는 국가가 되었다는 것은 해안 방위는 물론 중국의 생명선이 되어 버린 해로를 보호
해야 할 중요성을 극적으로 높여 주었다. 따라서 중국은 해군력을 증강하고 바다를 중시하는 전략을 택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물론 중국의 주변국들이 중국의 해군력증강을 우려하는 이유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 상당
히 불투명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중국의 필요를 훨씬 초과하는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나아가 시진핑이
후 중국 군사력과 대외정책이 대단히 공격적인 성격을 보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더이상 방위전략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의 공세적 해양전략을 수립해 놓고 있다.
중국은 서태평양 전체를 마치 자신의 바다처럼 만들어 버리는 도련선을 그어놓고 그 선 안쪽에 중국에 해로운 세력의
출입을 반대하고 ,출입시 쫓아내겠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정책은 항해자유의 원칙을 패권유지의 한
축으로 삼고 있는 미국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중국은 서태평양에 두개의 도련선을 설정했는데 각각 제1도련선,제2도련선이라 부른다. 중국은 궁극적으로 두개의 도
련선 안쪽 지역을 자신들의 영해처럼 지배하고 싶어한다. 중국은 먼저 일본열도-오키나와-필리핀-보르네오를 잇는
제1도련선 안쪽에 중국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세력의 접근을 금지(anti access)하고, 위험세력의 군함이 접근 할 경
우 이를 격퇴할수 있는 거부능력(area denial)을 갖추고자 한다. 미 국방부는 중국의 이런 전략을 A2/AD(반접근/지역
거부)전략이라고 부른다.
중국이 상정하는 제1도련선 속에 한반도와 일본열도가 포함되어 있으니, 중국이 상정하는 위험은 미국일수 밖에 없다.
제1도련선을 중국의 배타적 주권지역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는 국제 해양법을 무시하는 것이다. 또한 중국은 자신이 설
정한 도련선 내의 모든 섬들과 환초들을 자국의 소유라고 주장함으로써 일본,한국(이어도),베트남,필리핀등 주변국가
들과 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이제까지 미 해군에게 직접적 군사공격을 가한 적은 없다. 그러나 중국은 점차 미 군함들이 이 지역에서 활동하
는 것을 물리적으로 방해하기 시작했으며, 중국해군력의 증강에 따라 미 해군에 대한 도전은 증대될 것이 분명하다.
2013년 11월 중국은 이어도를 포함한 동지나해 지역 상공에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했다. 자국의 영공이 아니
지만 자국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면 외국 군용기의 퇴각을 요청하거나 격추할 수 있다고 선언한 것이다.
힘이 증강된 중국이 패권국 미국에게 더욱 빈번하게 도전하고 있다는 것은 국제정치상 이상한 일은 아니다. 중국이 평화
만을 이야기하고 젊잖게 행동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비정상이다. 또한 미국을 비롯한 일본등 중국 주변국들이 중국의 힘
의 부상에 대해 수수방관한다면 그것 역시 비정상일 것이다.
동북아에서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에게 한미일 삼국간의 긴밀한 동맹은 사활적 요소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에 적당
한 수준까지 일본의 힘이 커져야 한다고 보았다. 이를 이용해 일본은 우경화,군사대국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이것은
일제 침략의 상처를 부둥켜 안고 있는 한국의 반발을 샀다. 한미일 삼각동맹을 와해시키려는 중국은 이 틈새를 파고들어
약한 고리인 한국을 끊임없이 유혹하고 있다.
또한 국제공산주의의 몰락으로 기로에 선 북한은 핵무기개발을 카드로 삼아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려 하면서 동북아
국제정치를 한치 앞도 가늠하기 힘든 상황으로 몰고 있다.
중국에게 한반도는 사활적 이해가 걸린 곳이다. 그 지정학적 요건 때문이다. 미국 역시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 평가
하고, 동북아의 린치핀이라 부르며 중시하고 있다.
그림출처 http://www.civiltech.co.kr/xe/?mid=civ_tlk&document_srl=5035&category=4739
중국이 무역국가가 됨에 따라, 중국의 동부연안은 정치,경제,산업의 중심지가 되었다. 이는 중국이 지정학적으로 외부의
공격에 취약해 졌음을 의미한다. 현대전에서 미사일(탄도탄,유도탄)은 중요한 공격수단이다. 그만큼 방어수단도 발전할
수 밖에 없다. 현대전은 공격이 방어이고, 방어가 공격이다. 하지만 공격과 방어 모두 목표물과 가까울 수록 성공확률이
높아진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지척에서 중국의 심장부를 겨냥하는 비수다. 더구나 한국은 중국의 심장부와 가장 가까운 곳
에 있는 미국의 동맹국이다.
평택,오산 미군기지는 세계 최대 기지중 하나이자 중국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 미중간의 무력충돌시 핵심관건 중
하나는 평택오산 기지가 대중국용으로 전환될 것인가의 여부다. 이들 기지에서 출격한 미 전투기는 공중 급유를 받지 않
고도 중국의 심장부를 공격할 수 있다.
이렇듯, 한반도는 중국의 사활적 이해가 걸려있는 곳이다. 따라서 중국의 궁극적 목표는 한반도를 친중국적 지역, 중국의
지배력이 관철되는 지역으로 만드는 것이다. 즉 한국에 대한 중국의 전략은 가능하면 미국과 결별시켜 친중국적 지역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는 한미동맹의 약화 내지 소멸을 지향한다는 말이다.
경제와 일본에 대한 반감을 공통이해 관계로 삼아, 대중국봉쇄망인 한미일 삼각구조의 약한 고리인 한국을 유인하여,
일본과의 동맹을 차단하고 가능하다면 미국과 결별시켜 전략적으로 중요한 한반도를 친중국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한국에 호의적으로 접근하고있다.
반면, 미국은 한국에게 일본과 군사동맹을 맺도록 강요하는 한편, 자국의 미사일 방어시스템(MD)에 한국을 계속 끌어
들이려 하고 있다. 잠재적 적국인 중국과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을 포착하는 데 지리적으로 인접한 한국이 최적의 장소이
기 때문이다. MD체제의 핵심은 상대 미사일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포착하느냐에 달려있는 데 수천킬로 떨어진 곳의
작은 금속물체까지 식별 가능하다는 X밴드 레이더를 한국에 설치하면 중국 전투기,미사일,함정들의 움직임을 세세하게
들여다 볼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MD시스템에 편입되다면 한국은 장비구입을 위해 국방예산을 엄청나게 늘려야 하고
중국을 자극할 것이 뻔하다. 실제로 중국은 한국에 MD(사드)시스템이 설치된다면 중국의 이해에 반하는것이라고 공개적
으로 경고하고 있다. 한중관계의 시금석으로 삼겠다는 말이다.
중국은 전략상 한반도의 통일에 대해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이는 중국이 사악해서가 아니라, 어느 나라든지 자국 주변
에 강력한 나라가 들어 서는 것을 싫어 하기 때문이다. 자고로 주변나라들은 약할수록 좋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국력을 가진 나라다. 그런나라가 통일이 된다면, 지금보다 휠씬 다루기 어려운 강한 나라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는 친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이익, 더나아가 생존의 문제다. 일본 역시 같은 이유로 한국의 통일
을 바라지 않는다. 설령 북한에 의한 통일이라 할지라도 중국은 반대 할 것이다. 분단 상황에서도, 동맹국 중국의 말을 잘
듣지 않는 북한이 통일을 이룩하여 더욱 막강해 지는것을 어떻게 달가워 하겠는가.
중국은 지정학적 요건상 한국의 영토 그 자체에 관심이 없을수 없다. 최소한 중국의 영향력이 관철되야 하는 곳이다.
만약 한반도가 통일이 된다 하더라도, 통일 한반도에 미국의 영향력, 특히 군사적 영향력이 없는 상황을 원한다.
한반도통일에 대해 중국이 최악의 상황으로 간주 하는것은 미군이 북한지역에 주둔하는 것이다. 중국은 통일 한반도가
미국의 대중압박거점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지지한다.
현상유지를 위한 중국의 한반도 정책의 기본순위는 평화(전쟁방지),안정(혼란방지),비핵화 순이다. 이로 인해 북한의
핵포기를 정책의 최우선순위로 삼는 미국과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중국에게 대북제재를 강화하라고 압박한다. 중국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주변국의 평화와 안정확보가 비핵
화보다 중요하다. 특히 북한과 인접한 동북3성은 중국내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이라 후진타오시절부터 이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한반도 내 무력충돌이나 북한 급변사태에 따른
동북3성으로의 난민유입등을 원하지 않는다. 미국이 요구한 강력한 대북압박은 북한의 반발과 도발, 북한사회의 불안정
을 초래할 수 있어 중국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그러나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이후 비핵화를 중시하는 태도도 보이고 있다.
한국이 지정학적으로 두려워 해야 할 나라는 중국과 일본이다. 두나라는 한반도의 통일에 부정적이다. 한국이 중국,일본
에 대응하면서 통일을 위해 협력을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강대국은 현재로서는 미국뿐이다. 미국이 좋은 나라여서가
아니라 멀리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미국도 당연히 지배를 원하는 강대국이지만 지정학적,국가체제적 속성을 볼때 한국
에 영토적 관심이 없다. 또한 통일한반도는 지정학적 요건상 미국편이 될 확률이 가장 높기때문에 한국에 의한 한반도통일
을 지지한다.
동북아는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중국의 급격한 부상은 패권국인 미국의 대응과 동맹국인 일본의 군사화,우경화를 몰
고 왔다. 이런 와중에서 통일된 한국은 한민족의 한단계도약을 위해서 달성해야 하는 중심 과제다.
중국과 일본은 주변에 통일한국이란 강국이 들어서기를 원하지 않는다. 자국의 영향력 속에 있지 않을 바에야 차라리
현재의 분단상태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미국은 대중국 요충지로서, 한국을 적극 활용하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잘못 행
동하면 원치않는 미중 전쟁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 작금의 동북아 정치구조의 격변을 잘 헤쳐 나감으로써 새로운 도
약의 계기가 되기를 바랄뿐이다.
참고)
1.격동하는 동북아, 한국의 책략/ 이춘근 지음/ 백년동안
2. 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 이용인,테일러 워시번 엮음/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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