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처해 있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해 가장 근본적인 문제부터 점검하는 글을 올려보겠습니다. 글을 올리는 순서는 1) 신용화폐 시스템에 대하여 2) 인플레이션 & 디플레이션 3) 신용팽창과 신용축소의 주기 4) 정치인, 부동산 그리고 신용의 팽창 5)우리가 대비해야 하는 것 들의 순서로 진행되는 글에서 오늘은 그 두번째입니다. 지난 번 첫번째 글을 읽어보셔야 이해가 쉽습니다. 첫번째 글을 못보신 분들을 위해 주소를 링크합니다. http://cafe.daum.net/riskmgt/JOwa/814
신용화폐 시스템이 지속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신용(Credit)의 확장, 곧 부채의 증가입니다. 부채의 증가는 끊임없이 돈이 늘어나기 위한 기본 조건입니다.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항상 돈의 총액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성장이란 항상 전년도 대비 몇 %냐를 가지고 말합니다.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항상 전년도 대비 일정비율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 번 글에서 말씀드렸지만 돈은 빚(debt)입니다. 돈이 전년도 보다 일정 수준으로 늘어나야 그 비율만큼 경제가 성장하게 되어 있으니, 그 비율만큼 매년 빚이 늘어나야 신용화폐 시스템에서 경제가 성장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부채에는 이자가 필요합니다. 기본적으로 이자율만큼 늘어나야 본전이고, 그 이상이 늘어나야 성장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신용화폐 시스템을 도입하는 초기에 빚(debt)은 점진적으로 늘어납니다. 문제는 돈을 관리하는 주체가 사람이라는 데 있습니다. 사람은 항상 만족하기 어렵습니다. 좀 더 많이, 좀 더 빨리 성장하기 원하는 것이 인간의 마음입니다. 그런 인간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것이 정치인입니다. 정치인은 표가 필요하기에 과거 정권보다, 일반적인 수준보다 더 많은, 더 빨리 성장하기 원합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의 비밀을 아는 대기업이나 자본가들이 그 이해를 뒷받침하게 됩니다. 그것이 인플레이션의 비밀입니다. 이해를 쉽게 해드리기 위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 드려 봅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라고 우리는 배워 왔습니다.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이 오르고, 반대로 공급이 수요보다 늘어나면 가격이 하락한다고 합니다. 요즘 석유가격의 수요 부족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이것이 알고싶다 버젼 ㅎㅎ) 진짜 가격을 결정하는 수요가 아니라 재화를 교환하는 돈의 양(통화량)입니다. 정말 수요와 공급이 일치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골동품에 한정됩니다. 여러분 교외로 차를 몰고 나가보면 정말 많은 할인점들이 많습니다. 제품이 생산되자 마자 곧바로 할인 판매를 하는 광경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절대로 가격을 내리지 않습니다. 아파트 미분양이 널려 있지만 할인을 해도 시원찮은데 분양가 상한제를 없에달라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골동품을 제외한 재화의 가격은 그것을 교환하는 돈의 총량이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인플레이션의 비밀입니다. 문제는 통화량이 늘어나는 속도는 동시에 늘어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돈을 빌릴 수 있는 능력의 차이만큼 속도가 차별됩니다.
제가 결혼한 것은 96년 12월입니다. 당시 전세가격이 4천만원 이었고, 그 돈을 빌리기가 쉽지않아서 회사에서 2천만원, 나머지 2천만원은 보증인을 두고 은행에서 빌렸습니다. 그런데 그 전에는 더 어려웠습니다. 돈을 빌리기가 정말 어려웠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돈을 빌리기 어려웠던 시기에도 돈을 지금처럼 잘 빌릴 수 있었던 대상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대기업, 재벌 그리고 권력에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가장 먼저 대출을 받을 수 있었고, 그렇게 대출을 받은 돈으로 그들은 공장부지를 사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근처의 땅은 자산가들, 권력에 가까워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렇게 먼저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통화량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올라 돈을 벌게 되었고, 그런 비밀을 알았던 사람들은 악착같이 돈을 빌리려 했고, 그것의 방법이 전세제도였었습니다. 전세라는 제도를 안고 쉽게 돈을 빌려 아파트 투기에 나섰습니다. 그렇게 돈을 먼저 빌릴 수 있는 사람이 돈을 벌게 되는 구조, 그것은 인플레이션의 비밀이었습니다.
이렇게 인플레이션의 시기에는 돈을 먼저 빌려서 투자하는 사람이 이득입니다. 또 현재 빚을 지고 있는 사람들도 이득입니다. 여러분도 빚이 많으니 자신에게 이득이라고 생각하신다고요? 죄송하지만 그것은 오산입니다. 가장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것은 여러분이 아니고 은행, 정부,대기업 및 권력에 붙어 있는 자산가들입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 시기에 돈을 빨리 구할 수 있는 기관도 바로 이들입니다. 중앙은행에서 돈을 풀어, 그 돈이 은행으로 가고, 그 은행에서 가장 돈을 빨리 빌릴 수 있는 곳은 독점대기업입니다. 독점 대기업은 이제 시장에 가서 땅과 원자재를 구입합니다. 그리고 개발에 필요한 사람들을 고용하기 시작합니다. 초기에 돈을 빌린 이들 기업은 구매력이 높은 돈으로 많은 땅과 원자재를 삽니다. 그러면 가격이 오르게 됩니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엄청나게 돈을 법니다.
소규모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이들 보다 나중에 돈을 법니다. 이렇게 통화팽창, 인플레이션 시기에 시장에 나중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이전 사람들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자원을 사야 합니다. 부동산이 가장 대표적이겠지요. 이런 후에 이제 우리들의 월급이 올라갑니다. 월급이 올라간 후에야 물건 가격이 올라가고 그래서 물가지수가 반응하게 됩니다. 이렇듯 인플레이션은 자원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즉 돈을 늦게(비싸게) 빌리는 곳에서 일찍(싸게) 빌리는 곳으로 자원이 이동합니다. 돈을 늦게 빌리는 개인이나 소규모 자영업자,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은행, 정부 순으로 부가 이전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 처럼 가격은 물건과 돈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결정이 됩니다. 가격의 높고 낮음은 물건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돈이 많고 적음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아파트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던 이유는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돈을 쉽게 빌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지방에서 불과 몇년전에 은행 근처에도 가지 못했던 직업을 가진 분들에게 신용금고와 저축은행이 달려가서 돈을 빌려줍니다. 이들은 당연히 먼저 사서 들고 있던 아파트를 이어받으며 이제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문제는 여러분들이 대출을 받아 샀던 아파트를 더 가격을 붙여 팔려고 한다면 다른 누군가가 더 많은 돈을 빌려서 받아 줘야 합니다. 그런데 그다음은 누구일까요? 신용 팽창의 마지막 끝을 잡고 있는 여러분들에게 구세주가 될 사람들은 빚이 없는 깨끗한 대학졸업자들이어야 하는데 그들의 반은 비정규직이고, 그나마 일부는 취직도 못하고 있습니다. 토토가에 열광한 40대들이 은퇴용 자산으로 들고 있는 아파트를 비싸게 팔려면 40대 보다 더 많은 빚이 없지만 신용이 되는 청년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가능한 것일까요?
그래서 중앙은행과 정부는 인플레이션이라고 하면 통화량 이야기는 하지 않고 물가지수를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돈의 전파 경로를 보면 통화량은 부동산 등의 가격에 가장 먼저 나타납니다. 통화량이 물가지수에 나타나는 경우는 여러분과 같은 개개인에게 돈이 풀렸을 경우, 즉 마지막 단계입니다. 결국 중앙은행이 물가를 관리한다는 의미는 우리들의 임금을 관리한다는 의미입니다. 요즘 물가가 하락한다고 난리입니다. 물가가 하락하면 우리들의 한정된 소득에서 지출을 절약할 수 있는데도 왜 그렇게 정부와 언론이 난리를 피우며 막으려 노력할까요? 결국 물가지수가 낮다는 이야기는 우리들이 돈을 많이 빌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고, 당연히 그에 앞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조건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미디어는 가격의 폭등을 보통 원자재 가격의 상승, 환율의 상승, 경제성장과 투기꾼의 잘못으로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의문이 갑니다. 경제성장 때문에 물가가 오른다? 경제 성장에는 생산성의 증가가 늘 따르게 됩니다. 같은 시간 동안에 더 많이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 우리가 사회책에서 배운 경제성장의 요건이니까요. 생산성이 증가하면 컴퓨터 가격처럼 가격이 계속 내려가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동안 반대의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현대차가 과거 200만대를 생산했을 시기보다 현재 800만대를 생산하는 시기에 가격이 더 하락해야 하지만 어떻게 된것인지 가격은 계속 올라갑니다. 이미 공장의 부지 가격도, 기계설비도 다 감가상각이 끝이 났을 것인데도 말입니다. 그렇다고 임금이 올랐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임금은 가장 늦게 오르는 것이니까요.
이렇게 늘어나기만 하는 신용은 이제 한계를 맞이하게 됩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돈을 빌렸기에 더 빌릴 수 있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거나 늘어나는 속도가 과거에 비해 떨어집니다. 이때부터 시장에 돈이 부족해 지기 시작하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디플레이션 초입에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항상 이자율을 낮게 형성해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사람에게 더 많은 돈을 빌리게 하거나 과거에는 빌리지 못했던 사람에게도 돈을 빌려주어 어떻게든 위기를 모면하려 합니다. 학자금 대출을 늘려주고, 대부업 금리를 낮추어 더 빌리게 하고, 전세자금 대출의 한도를 풀어내고 등등 별 희안한 대출제도를 만들어 냅니다. 그러나 소득이 늘어나지 못하고, 청년 일자리가 증가하지 못하고, 정규직 일자리가 줄어드는 수만큼 빚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기를 쓰고 아파트 가격을 올리려 해도 그 대출을 대신 짊어질 사람이 적어지는 것을 어찌할 방법이 있을까요?
신용 팽창의 한계는 이렇게 과도한 경제성장의 이면에 소리없이 다가섭니다. 일본이 우리보다 흥청망청 돈을 써버려서 그런 것이 아니라 신용팽창을 먼저 시작했고, 안타깝게도 경제활동 인구가 그 뒤를 받치지 못했기 때문에 먼저 위기를 겪고 있는 것입니다. 유럽이 그렇고 미국이 그렇습니다. 한국이 이들보다 늦게 신용팽창의 위기가 온 것도 결국 먼저 천천히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신용팽창의 위기는 신용화폐를 쓰는 모든 나라들이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제 그 한계가 한국에도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글이 너무 길었네요. 다음 번에는 인플레이션 & 디플레이션의 두번째 디플레이션에 대한 글을 올려봐야 겠습니다. 정확한 이해가 우선이고, 그 다음에 대책이나 대비가 나올 수 있끼 때문입니다. 우울하다고요? 그러실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것은 인간이 결정하고 선택합니다. 그 우울한 미래를 먼저 대비하는 사람은 항상 살아가는데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도 우울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대비입니다.
다음시간에 뵙겠습니다.
상승미소드림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통화정책의 종류와 특징 (0) | 2015.01.15 |
---|---|
신용장(the letter of credit) 거래 과정 (0) | 2015.01.15 |
[스크랩] (1/5) 신용화폐 시스템에 대하여 (0) | 2015.01.14 |
[스크랩] "위기의 결정타는 부동산 버블 붕괴가 될 것" 최윤식 소장 (0) | 2015.01.08 |
[스크랩] 경제의 정석 제 12 편 " 지식 지혜 그리고 정의" 그리고 번외편 (0) | 2014.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