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필연이자만, 누가 죽을 것인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조지프 헬러
시장이 멈추어 선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말라버린 유동성은 우리를 절벽으로 내몰았다.
지금도 나는 그 누구도 이런 상황에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앨런 슈왈츠(베어스턴스 전 CEO)
당시 얻을 수 있었던 모든 정보를 바탕으로 내가 내린 결정과 행동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하지만 내가 달리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리처드 펄드(2008년 위기시 리먼브러더스 회장)
어떻게 경제에 끼치는 영향 때문에 금융회사 하나의 파산을 허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가? 언젠가
는 여러분이 왜 우리가 이런 시스템을 갖게 되었는지 나에게 설명해 주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이 금융사의 파
산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실험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비참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당신들은 제대로 일을 한 것이 아니다
부시 (미 대통령, 2008년 AIG의 구제금융을 승인하며)
미국에서조차 사회주의가 살아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이 사회주의는 부자들, 연줄이 좋은 사람들, 그리고 월가
를 위한 사회주의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학 교수)
이익은 사유화되고 손실은 사회화되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덮쳤다.
베어스턴스,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고 월가가 공포에 휩싸인 와중에서. 미국은 2008년부터 2009년까지 400여개
의 금융사에 7500억 달러를, 자동차 3사에 150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쏟아부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자, 연준의장 버냉키는 비전통적 정책수단을 사용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먼저 금리를 제로수준으로 내렸다. 그럼에도 실물경제의 추락이 멈추지 않자, 양적완화와 사전고지를 동원했다.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로 거리를 돈으로 가득 메우고, 사전고지를 통해 향후 정책기조를 공개적으로 밝혀 불확실
성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2014년 10월 31일 미국의 양적완화가 종료됐다. 2008년 금융위기이후 6년간 연준은 양적완화를 통해 시장에 약
4조달러를 퍼부었다. 미국 GDP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이다.
천문학적 돈을 뿌린 양적완화는 미국 경제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을까?
효과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2008년 금융위기이후 퇴조하던 미 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뚜렷한 회
복 속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미국의 2014년 경제성장률은 2.4% 이며 2015년에는 3%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반영하듯 고용 사정
도 좋아졌다. 2009년 10월 10%로 치솟았던 실업률은 2015년 4월 5.4%로 떨어졌다.
미국경제 최대 난제인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적자도 개선되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는 2013년 4분기 873억 달러로 1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가 2014년 1분기 1112억 달러로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는 평균 1500억 달러를 웃돌던 금융위기 이전 4년간의 분기 적자폭보다 크게 줄어
든 것이다. 2014년 회계년도가 시작된 2013년 10월부터 2014년 5월까지 8개월간 재정적자규모는 4360억 달러
로 전 회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3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수지가 개선된 것은 낮은 금리와 달러화 약세가 수출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였기 때문이고, 재정수지 개선
은 경기회복에 따른 세수증대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양적완화의 효과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은 자산시장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공급된 유동성은 실물경제보다
는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었다. 그결과 미국의 다우존스 지수는 글로벌위기 이전을 회복하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
다. 채권시장에도 자금이 몰려들면서 주요 국가의 국채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주택경기의 회복세도 뚜렷해졌다. 미국 연방주택금융청의 주택가격지수는 2013년 2월 196.35로 2009년 4월 수준
을 회복했다. 양적완화로 자산시장의 추가 붕괴를 막았지만 다시 글로벌 위기 이전의 버블상태로 돌아간 것이다.
풍부한 유동성은 미국 자산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세계로 수출되어 태국,인도네시아,홍콩등 신흥국가들의 부동산
과 주식가격을 끌어 올렸다. 이에 따라 국제 경제기구들은 이런 현상이 자산버블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주식, 채권, 부동산등 자산가격이 폭락하자, 상류층의 부는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양적완화
가 본격화되면서 자산가격이 폭등하자 상류층의 부와 소득이 다시 큰 폭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반면 중하위층의
소득은 실물경제 회복의 지연으로 상류층에 비해 증가율이 크게 떨어졌다. 그 결과 빈부격차가 미국 10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벌어졌다. 미 연준이 6000 가구를 대상으로 1989-2013년 사이 가계수지를 조사한 결과 상위
5%는 실질소득이 38% 늘어났다. 반면 차상위 45%는 9%, 하위 50%는 8% 증가에 그쳤다.
이에 따라 부의 불평등은 더 심해졌다. 상위 5% 가구가 차지하는 부의 비중은 1989년 54%에서 2013년 63%로 높
아졌다. 차상위 45%는 부의 비중이 43%에서 36%로 낮아지고 하위 50%는 3%에서 1%로 줄었다.
이처럼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서민 경제가 어려움을 겪자, 구제금융과 양적완화를 주도한 버냉키등에 대해 일반인
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버냉키는 코끼리가 쓰러질 때 뭉개지는 풀을 상기하라며 자신의 행위는 월가가 아닌 보통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항변했지만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되돌리지 못했다.
양적완화가 미국내 빈부격차만 벌여놓은 것은 아니다. 기축통화인 달러의 특성상, 미국내 과잉 유동성이 세계로
흘러 나가 다른 나라들을 궁핍화시키고 타국 내부의 빈부격차도 심화시킨 것이다.
통화전쟁 측면에서, 양적완화는 자국통화의 약세를 통해 환율을 의도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 목적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수출을 촉진시켜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부채부담을 타국에 전가시키는 것이다.
즉 달러표시 자산을 보유한 국가들은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환차손을 입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양적완화는 타국의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그들이 보유한 달러표시자산의 가치를 감소시킴으로써 이웃 나라
들을 궁핍하게 만들었다.
또한 미국의 과잉유동성이 신흥국으로 유입되어 자산가격을 끌어 올려 그나라 자산가들에게는 이득을 주는 반
면 대다수 나머지 계층에게는 주거비와 임차료의 상승등 고통을 주고 빈부격차를 심화시켜 놓았다.
미국이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는 일단 미국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주고
있다.
첫째, 지표상에서 보듯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누구나 똑같은 혜택을 누리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둘째, 미국의 부채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돈이 풀리면 그 가치는 중장기적으로 떨어지게 되어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의 정부부채나 기업,가계의 부채부담
도 가벼워 졌다.
그렇다면 초저금리와 양적완화의 효과는 일관되고 지속가능하게 나타날 것인가?
글쎄다.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지난 6년간 실물경기 회복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국은 타국에
비해 비교적 정상화 속도가 빠르다고 말하지만 제로금리와 풀린 돈의 양을 고려하면 성장률이 높다고 볼 수 없
다. 그럼에도 자산가격은 크게 올랐다.
대공황은 막았지만, 제로금리와 양적완화가 위기의 원인이었던 또 다른 버블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또 글로벌
불균형과 소득 불평등은 기대 만큼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심화됐다. 이는 더 큰 위기의 전조일 수도 있다.
소득이 극소수 부유층에 치중되면, 소득이 줄어든 대다수 중산층이하 계층은 빚을 내 소비를 하게 된다. 빚은 버
블을 만들고, 그 부풀려진 버블이 꺼지면서 발생한 경제위기가 1929년 대공황과 2008년 글로벌 위기였기 때문이
다.
참고)
1.달러의 역설/ 정필모 지음/ 21세기 북스
2. 다모클레스의 칼/ 유재수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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