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14일 이승만정권은 작전통제권을 유엔군사령부에 이양했다. 이 후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은 한미연합사령관이 가지게 되었다. 작전통제권은 평시와 전시로 나누는데, 평시 작전통제권은 전쟁
발발 직전까지 부대이동, 경계임무, 초계활동,합동전술훈련등 모든 부대운영권한을 통제하는 권리를 말하고 전
시 작전통제권은 유사시 한국군의 작전을 통제하는 권한이다.
평시작전통제권은 노태우정권때의 협약에 따라 1994년 환수되었다. 당시 노태우정권은 1994년까지 평시작전권
을 환수한 다음 ,곧바로 2-3년 내에 전시작전권(이하 전작권)까지 환수하여 민족자존과 통일의 시대를 준비하
는 자주적 국방태세를 확립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으나 1993년 북핵위기에 이어 전쟁위기가 고조되자 전작권환
수는 무기한 연기되었다.
2003년 집권한 노무현정권은 전작권 환수와 강한 자주군대의 건설을 지향하는 자주국방을 부르짖었다.
동맹이란 언제든지 국가 이익에 따라 변할 수 있다. 또한 예나 지금이나 안보의 본질은 신성불가침한 주권의 확보
에 있다. 노무현정권은 동맹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며 운명을 직접 개척할 수 있는 주권
기반을 확립할 수 있는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했다. 그 기반위에서 안보당사자로서 우리가 외세 의존적 타성
에서 벗어나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평화공존에 기반한 새 시대를 열어 갈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여기에 극렬하게 반발하는 세력이 있었다. 한국 보수들이었다. 그들은 특히 전작권 환수에 대해 강한 거부
반응을 보였다. 세계 어디에서도 자주국방과 동맹중 어느 쪽이 우선인지로 논쟁하지 않는다. 어느 나라든지 자주
적으로 국가를 방위하고 부족한 부분은 동맹으로 보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한국에서만은 그 우선 순위를 두고 논쟁과 대립이 격화되는 것일까?
한국 보수들을 떨게 만드는 것은 어느 순간 미군이 떠날 지 모른다, 미국이 한국을 버릴 지도 모른다는 불안이다.
그들의 두려움에는 이유가 있다. 그 두려움은 한미동맹 자체에 내장된 아주 독특한 구조와 속성에서 유래한다.
1953년 맺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는 한반도 분쟁시, 미국의 자동개입 조항이 없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위기 발생시, 미국이 개입하는 절차와 군사지원 경로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만 한
미상호방위조약에는 그런 구체적 항목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그럼 어떤 문제가 생기는가?
미국은 전쟁선포권한이 대통령이 아닌 의회에 있다. 여론에 민감한 의회가 한반도 위기에 개입하기를 거부한다면
한국에 안보 지원을 한다는 추상적 문구는 공염불이 될 수 있다. 그만큼 헌법 절차라는 것은 불안하고 막연하다.
그럴 경우 의지할 수 있는 것은 한미연합사령부와 주한미군이다. 1978년 한미연합사 창설과 동시에 한미 국방부
장관이 서명해 연합사령관에게 하달한 전략지시1호는 미국4성장군인 연합사령관에게 한반도 방위 임무를 맡긴다
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연합사령관이 본국에 증원군을 요청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연합사령관과 주한미군의 존재가 미국의 자동개입을 보장하는 안전판이 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믿음이었다.
하지만 전략지시1호는 국가간의 공식 조약이나 협정이 아니라 단지 행정규칙정도의 지침일 뿐이다.
게다가 연합사가 한국과 미국이 동등하게 참여한다고 하지만, 연합사령관은 미 합참과 태평양사령부의 군사지침
을 따를 뿐, 한국 합참의 어떤 지시도 받지 않는다. 연합사령관은 미 의회에 정책과 예산을 보고하지만, 방위비 분
담금을 지원하는 한국 국회에는 아무런 보고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 연합사가 미국에 기울어진 까닭에, 미국의 국
익이 한국과 다를 경우 한국을 버릴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역시 상존하게 되었다.
미국은 유사시에 한반도에 증원군을 얼마나 제공할 수 있는지 그 세부내역인 시차별 부대전개목록조차 한국군에
공개하지 않는다. 막연히 유사시에 증원군 69만, 항모 전단 5개, 전투기 3000대를 동원하겠다는 말은 하지만, 현
재 미군 병력이 140만인 상태에서 현실성이 없다. 더구나 미국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서 미국의 안보지원 의지는
더욱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 이렇듯 불안감이 커지면 커질수록, 한국 보수는 마음속에 미국에 대한 불만이 있더
라도 더더욱 미국에 끌려다니는 행태를 보여주게 되었던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는 자동개입 조항이 없다. 따라서 유사시 미군의 자동개입을 보장하는 믿을만한 끈은 한미연
합사의 존재뿐이다. 연합사의 존재근거는 전작권이다. 그럼으로 전작권환수는 안된다.
이런 논리, 이런 정신, 이런 문화, 이런 인맥이 모여서 한국 보수세력의 일단이 형성되었다. 그것이 다른 세력에게
는 굴욕적이고 종속적인 한미동맹의 이미지로 다가가게 된다.
발췌,요약)
위기의 장군들/ 김종대 지음/ 메디치
: 한국 군부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군부의 실상과 문제점을 드러낸 책.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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