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국제정치 시사/현대 국제정치의 배경지식

그리스 사태, 기원과 전망 그리고 구조와 본질 1편) 원인과 구조

정암님 2015. 7. 11. 02:08

2009년 그리스 정부는 그 해 재정적자액이 GDP의 12.7%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종전 예상액 6%의 2배

를 넘는 비율이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과다한 재정적자는 그리스 재정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채권은행들이

그리스에 대한 채무연장을 꺼리면서 구제금융이 불가피해졌다. 2010년 EU와 IMF는 그리스에 1100억 유로의 구제

금융을 지원했다. 이후 위기는 재정상태가 좋지않은 이웃나라들로 번져나가며 유로존과 세계경제를 뒤흔들었다.


유로존 위기를 촉발시킨 그리스 재정적자의 원인은?


한국 언론들이 주로 언급했던 과잉 복지 지출은 직접적인 위기 촉발 원인도 아니고, 근본적인 원인은 더더욱 아니

다. 재정위기 발생 직전인 2008년 그리스의 GDP대비 복지지출 비중은 21%에 불과해, 프랑스 28%, 스웨덴 27%,

독일 25%에 비해 현저히 낮았고, 심지어 OECD 회원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2008년. OECD자료)

그리스인들의 한 해 평균 근로시간은 유럽국가 중 유일하게 2000 시간을 넘어 OECD 1위인 멕시코와 2위인 한국

에 이어 3위를 차지한다. 독일인들의 근로시간인 1400여 시간보다 무려 50%가까이 더 오래 일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스인의 평균 은퇴은령은 2009년 기준 62.4세로 독일의 62.1세보다 더 길다.


그리스의 재정상태가 취약한 점을 감안하면 복지 지출 비중이 낮다고 볼 수 없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유로존 위기 직후인 2010년 그리스의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147%로 평균 67%인 북,중유럽 국가들에 비해 

씬 높다. 그리스는 당연히 재정 적자를 줄이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 즉 지출을 줄이는 동시에 세수를 늘려야 했

다. 그럼에도 세금을 늘리기 위한 세제개혁을 소홀히해왔다. 뿐만 아니라 해외자본의 투자유치를 명분으로 세율 

인하 경쟁에 뛰어들었다. 

더 큰 문제는 만성화된 탈세와 부패를 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는 그리스 GDP의 최소 8%인 

200억 유로가 탈세와 부패로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그리스가 스웨덴만큼 투명했다면 2000년 이후 

10년동안 국가재정에서 흑자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런 와중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 자본시장 개방과 함께 유입됐던 해외자본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면서 자산시장의 거품이 붕괴됐다. 금융기관들은 연쇄적 파산위기에 직면했다. 그리스는 은행들을 살리기 

해 재정을 쏟아부었다. 그결과 가뜩이나 좋지않던 재정수지는 더욱 악화되었다.


결국 그리스 재정위기는 금융기관들에 대한 구제금융으로 재정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여기다 재정 형편에 비해 낮지 않는 복지비 지출과 그것을 뒷받침해줄 세제개혁의 실패 또는 지연, 만

화된 탈세와 부패등 잠재 요인들에 의해 확대되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 원인은 유로존이라는 통화동맹이 갖는 구조적 한계에 있었다.


유로존이라는 통화동맹이 갖는 구조적 한계


1995년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유로화의 도입이 결정되었다. 이에 따라 2002년 1월1일부터 유로화는 유럽연합의

법정통화로써 정식으로 유통되었다. 초기 유로화를 도입한 국가들은 그리스를 포함하여 12개국이었다. 이들을 

로존이라 부른다. 이후 슬로베니아등 7개국이 추가되어 현재 19개국이 유로존을 형성하고 있다.

유로존에 가입했다는 것은 자국의 통화정책을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로화의 발권과 가치 유지를 위한 이자

율 결정은 유럽중앙은행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리스가 유로존 가입에 목을 맨 이유가 있었다. 그리스는 1829년 오스만투르크로부터 독립한 이후 90년 정도를 

폴트 혹은 모라토리엄(지불유예)상태로 지냈다. 한마디로 국제금융시장에서 그리스는 문제아였고 그리스 국채

는 정크본드 취급을 받았다. 1990년대 초반에는 10년물 국채 이자율이 25%를 넘어설 정도였다. 그리스는 자본유

치가 절실했다. 유로존 가입은 그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단지 회원국이 되었다는 이유로 신용등급이 독일과 

비슷해 졌다. 자본이 쏟아져 들어왔다. 유로존에 가입한 2001년 10년물 국채이자율이 5%대를 기록하더니 2005년

과 2006년에는 3%대로 신규 국채를 소화할 수 있었다. 이 당시 독일의 10년물 국채와 이자율 차이는 불과 0.5%미

만이었다. 그리스는 투자와 복지를 확대해 갔다. 자본은 어디서 나왔을까? 그만큼 국채를 발행했다. 해외자본은 

낮은 금리임도 불티나게 국채를 사들였다.

저금리의 자금들이 몰려들자, 부동산시장이 부풀어 올랐다. 물가도 치솟았다. 그럼에도 그 7~8년동안은 정말 

복한 시기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그리스의 주력산업은 관광업과 해운업이다. 둘다 

경기에 민감한 업종들이다. 전지구적 실물경기의 위축으로 내수가 거덜난 상태에서 금융기관의 급증하는 부실을 

재정을 투여해서 막다보니 재정적자가 급증했다. 2009년 마침내 파국이 왔다.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내수가 극도로 침체된 상태에서 세수는 기대할 수없다. 당장 그리스는 비축한 달러도 부족해 원유 수입도 못할 판

이다.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은 신규 국채의 발행뿐이나 그리스 국채를 사들일 투자자가 있을 리 없다. 구제금

로 한 고비를 넘겼지만 채무는 상환해야 한다. 현재 그리스 정부의 총부채는 3200억 유로(약 400조), 그리스 

GDP177%에 달한다.


유로존은 경쟁력이 있는 국가와 없는국가의 경제력차이를 더욱 벌어지게 만든다. 그 이유는 유로존이라는 통화동

맹이 갖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즉 유로존에는 역내에서 환율을 조정할 수 있는 메카니즘이 없다는 소리다.

유로존으로 통합되기 전후 독일과 그리스 관계를 예로 들어보자.

통합전 독일은 마르크, 그리스는 드라크마란 화폐를 각각 사용했다. 자연히 두 통화 사이에는 환율이 존재했다. 

두나라간 교역에서 독일이 흑자가 나고 그리스가 적자가 나면, 마르크화의 가치는 오르고 드라크마화의 가치는 떨

어진다. 드라크마의 가치가 마르크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은 그리스 제품의 가격이 싸지고 독일 제품의 가격이 오

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독일 제품 수입은 감소하고 그리스제품 수출은 늘어나게 된다. 더불어 그리스에는 

광객들이 북적이게 된다. 유로존 통합전에는 이런 구조에 따라 경상수지가 자동조절돼 균형을 찾아가게 돼 있었

다. 하지만 유로존 통합이후 이런 자동조절 메카니즘은 사라졌다. 그 결과 독일은 막강한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

로 계속 경상수지 흑자를 낸 반면, 그리스는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돼 왔다. 경상수지 적자확대로 그리스 경제는 더

욱 위축되면서 세수증대가 어려워졌다. 반면 늘어나는 지출을 국채 발행으로 메꾸면서 재정수지가 갈수록 악화되

었다. 

이는 유로존 출범전후 독일과 그리스의 GDP 대비 경상수지 추이에서도 입증된다. 유로존 출범전 적자였던 독일

의 상수지는 유로존 출범이후 흑자로 돌아서며 시간이 갈수록, 흑자비율이 뚜렷히 높아졌다. 반면 그리스는 적

자폭이 확연히 늘어갔다.

이같이 유로존이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환율 조정 메카니즘의 상실로 인한 구조적 불균형의 심화가 유로존 재정

기의 근본적 원인이라 하겠다.


유로화가 처음 만들어졌을때 유로화의 가치는 유로존 12개 회원국통화의 가중평균으로 결정되었다. 이는 독일에

는 통화가치 절하 효과를, 그리스에게는 통화가치 절상효과를 가져다 주었다. 그 결과 독일 수출품 가격은 낮

아져 수출 경쟁력은 배가되었다. 반면 그리스 상품은 가격이 상승한 것이니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따

라서 독일은 처음부터 우수한 기술력과 저렴한 가격으로 무장한 채 경상수지 흑자를 늘려 갈 수 밖에 없었고 그

스는 그 반대의 길을 걸어 갈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이를 조절할 환율 시스템마저 없었으니, 구조적으로 그리스

의 재정기는 필연적이었다.


참고)

1.달러의 역설/ 정필모 지음/ 21세기 북스

2.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 유럽편/ 임형록 지음/ 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