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그리스 로마사

내전의 시대, 그 안의 인간군상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중에서

정암님 2016. 1. 8. 03:34


죽음은 온갖 모습으로 다가왔고, 그러한 상황에서 있을법한 모든 일이, 아니 더 끔직한 일들이 일어났다. 아버

가 아들을 죽이고, 신전으로 도망친 자들은 끌려나와 신전 옆에서 살해되었다. 혹은 신전에 감금되어 그안에서 

어 죽었다...


이런 내란은 그리스의 도시들에게 커다란 고통을 안겨 주었는데, 이런 고통은 사람의 본성이 변하지 않는 한 잔

혹함에서 정도의 차이가 있고, 주어진 여건에 따라 양상이 달라져도 되풀이 되고 있으며 언제나 되풀이 될 것이

다. 번영을 누리는 평화시에는 도시든 개인이든 원하지 않는데 어려움을 당하도록 강요받는 일이 없으므로 더

높은 도덕적 수준을 유지한다. 그러나 일상의 필요가 충족될 수 없는 전쟁은 난폭한 교사이며, 사람의 마음을 

체로 그들이 처한 환경과 같은 수준으로 떨어뜨린다. 그리하여 도시들에 잇달아 내란이 발생했다. 나중에 내

이 발생한 도시들은 먼저 내란이 발생한 도시에서 일어난 사건에 관해 듣고는, 이전과는 달리 권력을 장악

는 치한 방법과 전대미문의 잔혹한 보복행위에서 극단으로 흘렀다...


사람들은 행위를 평가하는 데 통상적으로 쓰던 말의 뜻을 임의로 바꾸었다. 그래서 만용은 충성심으로 간주되

고, 신중함은 비겁한 자의 핑계가 되었다. 절제는 남자답지 못함의 다른 말이 되고, 문제를 포괄적으로 이해하

는 것은 무엇하나 실행할 능력이 없음을 뜻하게 되었다. 충동적인 열의는 남자다움의 징표가 되고, 등 뒤에서

적에게 음모를 꾸미는 것은 정당방위가 되었다...


어느 쪽도 종교적 경건함 같은 것을 존중하지 않았고, 수치스러운 행위를 미사여구로 정당화할 수 있는 자들은

 명망이 높아졌다. 중립을 지키려던 시민들은 투쟁에 참가하기를 거절했기 때문이든, 그들만이 살아남게 될까

시새움을 샀든, 상관없이 극단으로 흐르는 두 정파의 희생양이 되었다...


말은 믿을 것이 못 되었고, 맹세는 이런 사태를 끝낼 억지력이 없었다. 그래서 우위를 점한 모든 정파들은 항구

적인 안정은 바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상대방을 믿느니 차라리 자신들이 공격당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발췌)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투퀴디데스 지음, 천병희역/ 도서출판 숲


추가)

전쟁에서 내전만큼 잔인하고 참혹한 전쟁은 없다. 더구나 서로 죽고 죽이던 그 희생자들은 낯선 외지인이 아니

라 어제까지 한솥밥을 먹고 격의없이 이야기하던 이웃들과 친척,친구들이었다.

기원전 431년에서 404년까지, 27년간 스파르타와 아테네 진영으로 나뉘어 서로가 서로를 죽였던 그리스 내전의 

처참함과 잔혹함을 투퀴디데스는 담담하게 써 내려갔다. 그가 쓴 이 기록은 인류사의 여명기에 나타났던 진

한 기록으로 불후의 고전이 되어 많은 이들에게 읽혀졌다.


헤로도토스의 역사와 더불어, 인류의 초기 역사 기록물을 대표하는 이 저작은, 신의 섭리가 역사의 동인이라고

생각한 헤로도토스와 달리 인간관계의 상호 작용이 그 동인이라고 갈파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과거사와 인간의 본성에 따라 언젠가는 비슷한 형태로 반복될 미래사에 관해 명확한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은 내 역사 기술을 유용하게 여길 것이며, 나는 그 것으로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