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서평)

책을 읽고)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정암님 2018. 5. 15. 18:18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데이비드 콰먼 지음/ 강병철 역/ 꿈꿀자유>


오늘날 과학자들은 인류를 멸망으로 몰고 갈 가장 유력한 사건으로 기후변화와 전 세계적 유행병을 든다. 이때 전 세계적 유행병은 틀림 없이 인수공통감염병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인류가 정착 생활을 시작하면서 질병의 역사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현재 알려진 모든 감염병 중 약 60퍼센트가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인수공통감염병이란 동물과 인간 사이를 일상적으로 왕래하거나, 최근에 그런 감염 경로가 확립된 질병들이다.


병원체는 생태계의 일부로서 아득한 옛날부터 존재해 왔다. 인류에게는 그들이 질병을 일으키는 없어져야 할 악의 근본으로 간주되지만, 그들에게 감염이란 단지 생존과 번식의 자연스런 과정일 뿐이다. 모든 병원체에게는 특별히 선호하는 숙주가 있다. 병원체가 동물 숙주가 제공하는 안락한 환경에서 종간 장벽이란 엄청나게 힘들고 위험한 과정을 넘어 인간에게 침투하는 데에는, 그것을 강요하는 환경의 변화가 있었다.


인간의 개체수는 현재 약 75억 명이다. 13년에 10억명씩 늘어난다. 최근 속도가 떨어져서 년 증가율이 1%대라고 하지만, 그래도 년 7천만 명이다. 지구의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다. 사피엔스가 늘어날 때마다 적지않는 자원이 소모되어야 한다. 인간답게 살려면 더 많이 소모되어야 한다. 누구는 탐욕때문이라고 비난하지만. 살기 위해서 우리는 숲을 망가뜨리고, 흙과 바다를 오염시켰다. 산을 지우고 수백만 마리의 동물을 죽였다. 동물은 갈 곳이 없다. 그 동물에 기생하는 병원체도 갈 곳이 없다. 밀려나고 쫓겨난 미생물은 새로운 숙주를 찾든지 멸종해야 한다. 그 앞에 수십억 인체들이 서 있다. 이들이 특별히 우리를 선호하거나 표적으로 삼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너무 많이 존재하고, 너무 주제넘게 침범해온 것이다. 병원체에게도 종간장벽을 뛰어넘는 것은 모험이다. 셀 수 없는 돌연변이가 일어나고 대부분의 개체들이 소멸했다. 어쩌다가 종간장벽을 돌파하여 사람 몸에 안착하는 데 성공한 병원체는 증식을 시작하고, 이것은 우리에게 질병이나 죽음으로 찾아온다.


1918~1920년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유행해 5000만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스페인 독감, 2900만 명의 사망자와 3천만 명이 넘는 환자를 낳은 에이즈, 그 외에 에볼라, 메르스, 사스, 조류독감, 광견병, 황열, 뎅기열, 탄저병등 이름만 들어도 공포스러운 질병들이 모두 인수공통감염병들이다.


인수공통감염병은 박멸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류는 천연두와 소아마비를 박멸시켰다. 사피엔스가 이런 병을 정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병원체가 인간만 숙주로 삼기 때문이다. 백신을 통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면역을 획득하자 병원체는 갈 곳을 잃고 소멸했다. 인수공통감염병은? 이들은 동물과 인간을 모두 숙주로 삼는다. 유행이 가라앉아도 모든 동물 숙주를 멸종시키지 않는 한 근절시킬 수 없다. 또 동물의 몸속에서 계속 변이를 일으키며 진화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백신을 만들기도 어렵다.


사피엔스의 폭발적 개체 수 증가와 탐욕은 병원체들의 서식처를 파괴했다. 바이러스들도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들앞에 놓인 수십억 인체는 기막힌 서식처다. 더하여 발달된 교통과 과밀한 도시들의 존재는 병원체의 유행에 더욱 더 환상적인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비록 최선의 답은 아니지만 모든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작은 행동들이 모여 전 세계적 유행병의 큰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 것뿐이다. 아직은...완전한 해결책은 없다. 어쩌면 영원히 해결책을 구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 


이책은 스릴러다. 저자는 이야기를 맛갈나게 쓰기 위해 중앙아프리카의 정글은 물론이고 중국 광둥성의 식용동물시장, 방글라데시의 오지등을 돌아다니며 현장감을 높였다. 거기에 침팬지, 고릴라, 박쥐, 사향고양이, 앵무새 등이 등장하면서 이들에게 기생하던 병원체가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변화해갔던 과정을 책장에서 눈을 떼지 못하도록 실감나게 묘사해 나간다. 누가 여기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외국책은 항상 번역 문제에 시달리는 데, 강병철의 번역은 꽤나 매끄럽다. 술술 읽혀지는 것이 한편의 소설이다.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