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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유스호스텔 주인의 눈물

정암님 2018. 6. 11. 17:50


1박2일로 경주를 다녀왔다. 

숙박은 불국사 근처 유스호스텔로 잡았다. 저녁을 먹고 주위를 둘러보니 지나가는 행인들이 도통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이른 시간인데도 노래방도, 식당도 문을 닫고 있었다. 

6월이면 생각에 한창 피크일 것 같은데 말이다. 숙소로 돌아와 주인과 이야기하다가 내친 김에 물어보았다.

왜 이리 거리가 한가하냐고..

주인은 긴 한숨을 내쉬더니 이런 불경기가 벌써 4년째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원래 유스호스텔은 학동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던 곳이었다. 수학여행이나 현장체험단이 주 타킷이었다.


4년 전 그 날,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전국적 추모 열기와 학부모들의 수학여행에 대한 불신감으로 그 해 장사를 

망쳤다고 했다. 그랬지만 주인은 그 해만 지나면 회복될 것이라고 믿었다. 왠 걸..이번엔 메르스가 전국을 강타

했다. 예약 취소 전화가 빗발쳤다. 그 다음 해는 괜찮겠지. 또 희망을 품었다. 경주에 지진이 일어났다..그 다음

 해에는 인근 포항에서 지진이 연거푸 일어났다. 그 기간이 무려 4년이었다. 

이런 일들이 계속해서 생기자 학부모들은 경주를 기피하게 되었다. 학교 역시 덤터기를 쓸까 두려워 수학 여행

지에서 경주를 제껴놓았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학부모들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학동 수가 가장 많은 그 곳에서

학생들은  4년 내내 오지 않았다..

주인은 적자를 줄일려고 무던히 애썼다. 종업원들을 모두 내보내 혼자서 하루종일 일했다. 간혹 일손이 딸리

면 일용으로 사람을 구해서 썼다. 그렇게 일했지만 손님은 오지 않고 빚은 늘어났다. 그 와중에서 주된 이용객

이 성인 단체가 되었다.


성인들은 학동들에 비해 신경쓸 것이 많아서 그리 달갑지 않단다. 1박3끼에 3만5천 원 정도 하지만 비슷한 가격

라면 차라리 학동을 받는다고 주인은 말했다. 우선 성인들은 학생들에 비해 먹는 양이 곱이다. 반찬도 많이 먹

다. 요즘 같은 물가 폭등기에 가격 대비 원가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다음으로 말을 듣지 않는다. 통제에 순

하는 학동들에 비해 시고 사고치고 지시를 따르질 않는다. 거기에 이 것 달라 저 것 달라 요구하는 것도 

고, 가격은 눈에 쌍심지를 돋우며 깍으려고 든다. 이리 힘들어도 손님이 없으니 성인 단체라도 서로 잡으려고 

난리란다.

그 와중에 망한 업체도 있고 전업한 업자도 드물지 않은 데 이 불경기가 어디까지 갈 지 알 수도 없고, 문을  닫

다쳐도 마땅한 호구지책이 생각나는 것이 없으니 답답하고 불안하지만 일단 문은 열어 놓고 있다며 또  한숨

을 쉬었다. 세상 살이..쉬운 것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