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세계사

중세 유럽인들이 섹스를 할 수 있었던 날은 일 년 중 며칠이나 됐을까?

정암님 2020. 1. 1. 00:45


일반 종교에서는 인간의 육체를 하등한 물질로 보고 그 육체로 인한 욕망을 불경한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성행위가 그렇다. 기독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초기 기독교 사상을 이끈 아우구스티누스조차도 "출산 목적이 아닌 성관계는 죄악"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종교적 의미가 있는 날에는 성행위를 죄악시했다.


월요일은 박해받고 숨져간 모든 영혼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목요일은 예수가 잡힌 날이기에, 금요일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힌 날이기에, 토요일은 동정녀 마리아의 영광을 위해, 주일은 예수의 부활을 기려야 한다며 섹스를 금기시했다. 이 것만이 아니었다. 예수가 태어난 날과 부활한 날은 경건한 몸과 마음으로 맞아야 한다면서 부활절 전 40일간, 크리스마스 전 40일간은 섹스를 할 수 없었다. 또 성찬식 전 사흘간도 섹스가 금지되었다. 이외에도 결혼식 후 사흘이 지날 때까지 섹스를 금했다. 이른바 토비아스의 밤이다. 


섹스만이 아니었다. 교회는 체위는 물론이고 자위행위까지 엄금했다. 정상위를 제외한 항문성교, 구강성교, 후배위 등은 인간의 품위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엄격히 배척했다. 섹스는 후손을 남기기 위한 목적으로만 하는 것이기에 결합과 사정이라는 최소 요건만 충족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자위는 죄악이었다. 따라서 발각되면 처벌을 받았는데, 여성은 7년간 절식, 남성은 20일간 금식 처분을 받았다. 또 몽정을 했을 경우에도 7일간 금식, 손을 사용한 몽정은  20일간 금식을 해야 했다.


결국 이런저런 종교적 이유로 섹스를 금지하는 날이 많아 1년에 성교가 가능한 날이 며칠 되지 않았다. 그럼 이를 어기면 어떻게 될까? 처벌을 받았다. 위반한 자들은 사람들 앞에서 고해성사를 해야 했다.이는 나중에서야 비밀 고해성사로 바뀌었다.

토비아스의 밤을 어긴 사람들은 30일간 교회 출입을 금지당했다. 당시 교회 출입금지는 사회생활의 박탈을 의미했다. 30일이 지난 후에는 40일간 고행을 해야 했고, 교회에 속죄의 헌금을 바쳐야 했다. 사제 앞에서 한 서약을 어긴 댓가였다.


반면 기독교의 뿌리인 유대교는 성을 신의 창조물로 이해하고 야훼가 준 성스런 선물로 받아들였다. 신이 이브에게 잉태를 많이 하여 번성하라고 명한 것으로 보아 성행위는 권장할 일이지 죄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모든 일이 금지된 안식일에 유일하게 야훼를 기쁘게 할 수 있는 일이 부부간의 섹스였다. 그만큼 성을 성스런 행위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로 인한 임신은 신의 선물로 간주되어 피임을 하지 않았다. 고대부터 유대인이 자녀가 많은 이유다.


중세 교회가 섹스를 규제한 것은 종교적 이유만은 아니었다. 당시는 농업 생산력이 극히 낮았던 시대였다. 이런 상황에서 인구가 급증한다면 재앙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사제들은 신의 이름으로 섹스 규제라는 인구 억제책을 시행한 것이다.


참고)

1. 문명으로 읽는 종교이야기/홍익희 지음/ 행성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