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신용 화폐 시대에 중앙은행의 실질적 목표는 오직 하나였다. 디플레를 막는 것이었다. 즉 적정 인플레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일정 준칙에 근거해 꾸준히 통화를 공급하는 것이 경제 성장의 근본이라는 공감대는 레이건 시대 이후로 단단히 뿌리내렸다. 실제로도 통화는 꾸준히 공급되어 왔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해서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중앙은행이 물가에 대한 목표치를 미리 정해두고 실제 물가가 목표치보다 상승하면 시중 통화량을 축소하는 긴축정책을 시행한다고 해서 이것이 실제로 통화를 감소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이다. 실제 중앙은행은 수십 년간 본원통화의 공급을 줄여본 적이 없다. 즉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상 긴축이란 말은 과도한 신용 창출의 억제를 의미할 뿐이다. 통화정책상의 긴축 기간이라 하더라도 본원통화는 꾸준히 증가했고, 그것은 일정 수준의 물가 상승을 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물가가 생각만큼 안오르면 통화를 더 공급하고, 물가가 생각보다 더 오르면 통화를 덜 공급하는 것일뿐 물가가 내려가지 않게 계속해서 통화를 공급해 자극하는 것은 기본이라는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신용화폐 시대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디플레 방지다. 중앙은행은 적당한 인플레가 낮은 실업율과 일맥상통한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 따라서 그들이 실질적으로 고려하는 변수는 오직 인플레 뿐이다.
본원통화를 공급하고 신용을 창출해도 이로 인한 총수요 증가가 총공급의 증가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금리를 인하하고 신용을 더 창출해서 총수요를 더 자극했다. 실제로 지난 20여 년간 이런 흐름이 이어졌다.
만약 어떤 이유로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인플레가 달성되지 않는다면? 필립스 곡선에 의하면 인플레가 낮아지면 실업률이 증가하고 이는 경기가 침체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를 방치하면? 이제까지 발행한 엄청난 양의 통화가 수축하기 시작하면서, 멈출 수 없는 디플레의 수레바퀴가 돌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측되었다. 디플레에 대한 기대가 생겨 소비가 감소하고 저축이 증가하면, 이제까지 꾸준히 공급한 통화에 의해 높아진 자산가치가 하락하고 , 이는 신용을 축소시켜 다시 경기를 침체시키고, 다시 물가가 더 하락하는 것을 기대하게 만드는 악순환 말이다.
신용화폐 시대에서 좌냐 우냐, 통화정책이냐 재정정책이냐는 진정한 쟁점이 아니었다. 진정한 쟁점은 어떻게 인플레를 유지할 것인가 였다. 즉 어떻게 소비를 자극할 수 있는가 였다.
발췌)
1. 달러 없는 세계/ 이하경 지음/ 바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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