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했던 전쟁이었다 7년간이었다
산도 불타고 들도 불탔다 보이는곳마다 시체가 산처럼 쌓였고 피가 강물처럼 흘렀다
먹을 것이 없었다 부자가 서로 잡아먹고 부부가 서로잡아 먹었다 뼈다귀는 길에 내버렸다(징비록)
굶어 죽은 송장이 길에 널렸다 한사람이 쓰러지면 백성들이 달려들어 그살을 뜯어 먹었다
뜯어 먹은 자들도 머지 않아 죽었다 (난중잡록)
명나라 군사들이 술 취해서 먹을 것을 토해내면 주린 백성들이 달려들어 머리를 틀어박고 빨아 먹었다
힘이 없는자는 달려들지 못하고 뒷전에서 울었다(난중잡록)
그때 바다에는 이순신이 있었다
적들은 많은 전선을 거느리고 다가왔다 화약냄새와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바다는 검붉게 변해갔다 쓰레기들이 바다를 가득 메웠다
보급품을 싣고 서해를 돌아 육군을 지원하려던 왜군의 수륙합동작전은 무산되었다
전쟁은 그렇게 계속되었다
연전연승하는 이순신을 의심에 찬 눈초리로 바라보는 자가 있었다 선조였다
선조의 시는 슬펐다 그의 마음은 항상 두려워하고 의심했다 권력에 대한 그의 애착은
백성들에게 신망있고 능력있는 신하들을 경원시했다
그는 멀리 있는 왜적보다 가까이 있는 신하들을 더 두려워하고 질시했다
그것이 격렬한 광폭함으로 폭발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역적의 누명을 쓰고 죽어갔다
임진난이 일어나기 몇년전부터 왜적이 쳐들어 온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민심은 흉흉했다
선조는 전쟁준비를 싫어했다 그 군사들이 잘못하면 자신에게 칼을 겨룰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조정은 무력했다 신하들은 눈치만 살폈다 세월은 빠르게 흘러갔다
서울도성에서는 사대부가의 자식들이 수백명씩 몰려 다니며 미치광이 흉내를 내면서 히히덕 거렸다
그 놀이의 이름은 등등곡이었다 도성안 백성들은 산에 올라가 해가 지도록 술마시며 노래했다
<복사꽃 피니 세상은 끝나네>가 그들의 노래였다
1592년 왜적 15만이 바다를 건너왔다 전쟁이 시작됐다
이순신은 두 칼끝사이에 서있었다 선조가 겨누는 칼과 왜적이 겨누는 칼이었다
언젠가는 두칼중 하나에 목숨을 잃으리라....이순신은 죽을 자리를 찾고 다녔다
그는 적의 칼날에 죽기를 원했다
선조는 이순신을 잡아들였다 죽일수가 없었다
바다건너에서 왜군이 또다시 쳐들어 온것이다 이순신은 살아도 ,죽어도 선조의 적이었다
1598년 11월19일 노량앞바다... 바람은 차가웠다
적은 지평선을 덮으며 끝없이 몰려왔다 조선군과 왜군,명군은 서로 뒤섞여 난전을 벌였다
이순신은 심한 졸음을 느꼈다 눈을 감았다 그는 다시는 깨어나지 못했다
싸움은 계속되고 있었다...
선조는 죽은 이순신을 선무일등공신에 봉하고 좌의정을 추증했다
김훈의 글은 짧지만 묵직하다 그것이 선조와 왜적사이에서 방황하는 이순신을 잘 드러내고 있다
국가존망의 위기속에서도 이순신을 시기하는 선조 ..이순신은 적의 칼날아래 쓰러지길 원했다
그가 전사하자 전쟁은 끝났다..인간사의 결말은 때로는 허무하다
임진난이전 조선인구는 천만명이 넘었다 전쟁중에 35-50%의 조선민중들이 죽었다고 한다
최소 300만이 사망했다
바다에는 이순신이, 육지에는 유성룡이 있었다
그들 뒤에는 이름없는 뭇 백성들이 있었다 그들이 민족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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