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승 저/돌베개 출판사/320페이지/2010.06
한국전쟁은 끝나지 않았다.2010년 연평도는 전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 속에는 남과 북의 깊은 불신이 있었다 60년전 한국전쟁의 상흔에서 흘러나온....
휴전이후 60년이 지났다. 그동안 학계의 연구는 전쟁의 발발배경과 진행과정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결과 한국전쟁은 국제전이면서 내전의 성격을 지녔다는 것이다 내전적 측면에서의 연구는 전쟁기
농촌마을에서 있었던 사건들을 미시적으로 살펴보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한국전쟁기, 마을에서는 광적인 민간인학살이 자행되었다.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최소 10만에서
최대 수십만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학살은 남북국가권력에 의해서도 자행되었지만,마을주민들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경우도 많았다.어떤경우에는 주도적으로 참여하기도 하였다.
이웃이 ,친족이,심지어는 집안사람들이 좌우로 갈려 죽고 죽였다.피해자들이 가해자가 되었고,
가해자들이 피해자가 되었다.밀고 밀리던 전쟁은 피해를 더욱 증폭시켰다.
아무리 국가권력이 뒤에서 조종했더라도,왜 마을 사람들은 서로 갈라서서 서로를 죽였을까?
혹시 마을주민들 내부에 이미 이런충돌을 야기할 갈등요소들이 있었고 이것이 전쟁을 계기로 폭발했던
것은 아닐까? 이책은 이런 물음에서 시작한다.
그동안 학계는 한국전쟁기까지 좌우대립과 충돌을 좌우 이념갈등과 지주-소작인간 게급대립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보았다.하지만 문맹율이 90%에 가까웠던 농촌사회에 자본주의,공산주의를 이해할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또 지주-소작 관계가 일상적이었던 농촌에서, 소작인들이 얼마나 계급의식을 갖고 있었을까
저자는 기존통념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문제는 당시 농촌마을에 대한 이해에서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전쟁이전 마을들은 많은 갈등구조를 안고 있었다.
신분제(양반-평민-머슴),지주제(지주-소작인),마을간 갈등(반촌-민촌,반촌-반촌),씨족간 갈등등이다.
1894년 갑오개혁으로 법적 신분제는 소멸했지만, 지주-소작제를 기반으로 신분제는 존속되었다.대부분의
평민소작인은 양반지주에게 경제적으로 예속된경우가 많았기에 관습이 유지될수 있었던 것이다.하지만
신교육을 받은 세대들이 성년이 되자, 해방전후기에 신분문제로 잦은 충돌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마을내부에는 양반층과 천한 신분인 머슴,산지기,백정,무당간의 갈등이 있었다. 이들은 전쟁기 인민군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당시 마을은 동성마을들이 많았다. 특히 양반동성마을은 주변 평민마을들을 멸시하고 노동력을 착취했다.
그러면서 다른양반동성촌과는 경쟁의식을 가졌다.
지주-소작인간,부농-빈민간 갈등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마을의 갈등구조는 매우 복합적인 것이 되었다.
여기에는 양반-평민간의 신분갈등,지주-소작인간의 계급갈등,친족내부간 갈등,마을간 갈등,
기독교와 사회주의자간 이념 혹은 종교갈등등이 복합적 갈등구조를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갈등구조가운데 어떤갈등이 더 심했는지는 마을마다 달랐으며 그결과 한국전쟁기 충돌양상
도 각기 달랐다.
사레연구가 더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이념갈등보다 친족마을 신분간 갈등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 마을지도자들의 영향력,국가권력의 개입과 강제가 있었다.
특히 국가권력의 강제는 큰영향을 미쳤다. 그런 영향력이 없었더라면 마을주민간 갈등이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나타나지 않았을것이다.국가권력은 마을주민들이 어느 한쪽을 분명히 선택토록 강요했다.
마을주민들은 학살에 직접 가담함으로서 돌아올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민간인들이 학살에 직접 개입한것은 한국전쟁기부터이다. 전쟁이터지자 경찰은 보도연맹원들을 학살했다.
인민군이 들어오자,유가족들은 보복을 했다.후퇴를 앞두고 북한은 지방좌익들에게 우익과 그 가족들을 학살
하라고 부추겼다.당사자뿐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 학살대상이 된것이다.수복후 들어온 경찰과 우익은 좌익들과
그 가족들을 학살했다.살육의 과정에서 마을사람들은 좌와 우로 분명히 구분될수 밖에 없었다.
그 휴유증은 지금까지 마을에 남아있다.
조선시대와 식민지시대를 거치면서 한국사회는 수많은 갈등요인을 안고있었으나, 이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채 전쟁을 맞았다. 그결과는 격렬한 충돌과 참혹한 학살로 나타났다.
갈등없는 사회는 없다. 중요한것은 그러한 갈등을 어떻게 현명하게 풀어나가는가이다.
한국전쟁때 마을공동체의 힘이 강했던곳은 외부의 힘을 최대한 막아내어 큰 희생이 없었다.안타깝게도
그런 곳은 많지 않았지만...
지금 우리는 남북간,남한내 각 사회집단간의 갈등을 현명하게 풀어가고 있는가.. 혹시 대화와 타협보다는
힘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려고 하지는 않는가....
60년전의 한국전쟁은 그런 현실이 가져온 비극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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