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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정신의학의 역사 :정신병은 어떻게 규정되어 왔는가?

정암님 2010. 10. 25. 00:31

정신의학의 역사

                               에드워드 쇼터 작/최보문 역/ 바다 출판사/2009년 12월/655페이지

한때 정신의학은 의학계내에서 의학이 아니라는 차가운 시선을 받아왔다.또 외부에서는 가난하고

반항적이고 관습을 따르지 않는자들을 제거하는 권력의 도구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는 정신의학이

항상 당대의 정상과 비정상을 결정하는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이 힘에 대한 증오가 1960년대 

 격렬한 반정신의학운동을 불러 일으켰고, 그 지지자들은 정신병,그 자체를 부정했다

정신병은 정말 조작된 것일까? 만일 실체가 있다면 정신병은 어떤 것일까? 아직도 정신병은 몇몇

원인이 밝혀진 질환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원인을 알지 못한다.아니 장신질환에 대한 정의 자체가

시대적,문화적,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변해 왔다.

이제 시대마다 정신질환이 어떻게 규정되고 그 치료방식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살펴보면서

정신의학의 영광과 오욕의 역사를 살펴보자 그 과정속에서 정신질환의 실체와 그 뒤에 숨은

이해관계를 느껴보자.

현대사회에서는 성격적 특이함이나 실존적 고통까지도 정신병으로 규정하고, 우울증약을 영양제

먹듯이 복용하고 있다 이 와중에서 나타나는 인간정체성에 대한 근원적의문은 어떻게 해결할것인가?

정신병이란 개념은 본래 사회적 격리를  통해 정상인을 보호하려고 한데서 탄생했다

중세시대, 광인들은 굴속에 갇혀 죽어가거나,부랑아,거지,치매환자들과 같이 수용소에 갇혀있었다

지옥이었다. 18세기,계몽주의의 시대가 열렸다. 인간성과 인류의 진보에 대한 끝없는 믿음이 넘쳐났다.

의사들은 수용소에서 광인들의 쇠사슬을 풀어주고, 격리수용하면서 인간적대우와 전문치료를 시행했다

그럼으로서 광기를 제거할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치료적수용소는 실패하고 말았다 급증한 수용자들을

감당할수 없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은 핵가족화를 가속화시켰다 가족의 품안에 있던 많은 광인,치매환자

들이 수용소로 몰려왔다 산업화의 와중에 알콜중독자와 신경매독,정신병자들이 급증하였다 또한 수용소

치료방식은 정신병자들을 효과적으로 치료할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이때의 치료방법은 구토,방혈,관장,

목욕,명상,규칙적운동,상담정도였다.

급증한 병자들을 처치할만한 효과적 방안이 절실히 요구되었지만 아무도 그 방법을 몰랐다.결국 수용소는

적정인원을 초과한 광인들의 관리에만 급급해지고 말았다

또다른 흐름이 있었다 이들은 정신질환을 뇌질환으로 규정하면서 1세대 생물정신의학의 창시자가 되었다

 하지만 뇌와 정신병의 연관관계를 증명하는것은 당시 과학수준으로는 무리였다 치료에 아무런 공헌을

하지 못한채 퇴행이론으로 정신병자들에 대한 혐오감만 일으킨채 사라져 갈수밖에 없었다. 퇴행이론은

정신질환이 유전되면서 그 가계에 속한 사람들은 점차 퇴행된다는 것이고,더 나아가 그 가계가 속한

인구집단전체가 퇴행에 빠질 위험이 크다는 이론이다.

정신의학은 수용소와 함게 대중들의 혐오의 대상이 되어갔다 유전적 숙명을 뜻하는 광기의 오명을

피하기 위해 정신의학은 신경성이란 용어를 만들어 냈다 광기환자라는 불명예와 유전병과 퇴행자라는

치욕을 모면하려고수용소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환자와 부자환자를 유치하려는 의사들이 공모해

신경성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낸것이다 신경성환자를 유치하기위한 온갖 치료법이 난무하던시기

심리적치료의 싹이 트기시작했다

세기말과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가 덮쳐오던 시기,중산층은 방황한다 중산층의 자기인식욕구가 끓어오르던

이때 오스트리아 빈의 신경과의사였던 프로이트는 정신분석을 고안해 내어 중산층의 성찰욕구를 채워준다

프로이트의 추종자들은 정신분석을 치료에 적용하고  나아가 운동의 차원으로까지 밀고갔다 유태인학살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유태계정신분석가들은  미국정신의학계를 장악했다. 프로이트는 수치스런 어린시절

성적기억과 환상이 무의식속으로 가라앉았다가, 성인이되어 의식표면으로 떠오를때 신경증이 생긴다고

했다 이를 정신분석을 통해 무의식을 이해함으로서 극복할수 있다는 것이다 정신분석은 대유행이 되었고

정신과의원들은 중산층환자들로 북적거렸다. 1970년대까지 정신분석은 번영을 누렸다.

하지만 정신분석과 수용소 어느쪽에도 마음이 끌리지 않았던 의사들도 있었다.그들은 대안을 찾기 시작했

다.인슐린 쇼크요법,전기충격요법,약물치료,뇌엽절제술등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많은 치료법이 등장했

다.이중 뇌엽절제술은 많은 후유증을 남긴채 정신의학의 이미지를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새로운 이론이 등장했다.정신병은 유전자나 어린시절의 경험때문이 아니라 환자가 현재 처해있는 잘못된

인간관계나 환경때문이라는 것이다.이를 사회정신의학 또는 지역사회정신의학이라고 한다.이 이론에

따라 출퇴근이 가능한 개방형수용소(낮병원)와 정신과 외래가 생겼다.집단치료와 치료공동체,가족돌봄제

통해 환자가 처한 환경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신병이 유전과 뇌의 발달이상,뇌의 화학적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근거들이 나타나

시작했다.거기에 근거한  항정신성약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효과를 보이면서, 정신병이 뇌질환이라는

생물정신의학이 정신분석을 밀어내고 마침내 무대의 전면에 섰다.

현대정신의학은 정신병의 원인을 생물-심리-사회 모델로 본다.생물학적 요인(유전,뇌질환)과 심리적

요인(유소년기때 경험),사회적요인(잘못된 대인관계,환경)이 서로 얽히거나 단독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그동안 심리영역은 프로이트 정신분석론의 독무대였으나,정신분석은 치료효과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지연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래서  정신분석이라는 사이비과학을 버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한 정신분석은 정신병이란 오직 한가지뿐이라고 주장했다 증상은 환경적응에 실패한 정도에 따른

차이일뿐이라는것이다.따라서 병과 건강의 경계선은 모호해서 완치개념대신 원인이 된 심리상태를

원상으로 돌리는 것을 목표로삼았다.그렇기에 정신분석파들은 정신병의 진단과 분류에 무관심했다. 

이것이 저자가 정신분석을 정신의학의 연속성의 단절로 보는 이유다.(저자는 정신분석에 매우 비판적

이다)

현대서양의학의 치료논리는 증상과 검사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원인에 따른 치료를 하는것이다.

생물정신의학이 주류가 되자,원인파악과 약물처치를 위해 증상을 분류하는 정신장애의 진단과 통계요람

(DSM)이라는 질병분류근거를 만들었다.이제 증상에 따라,진단하고 치료하는 과학적체계를 갖추게

된것이다.그런데 1994년 만들어진 DSM-4는 질환수가 무려 297개 였다.이는 다른 장기에 비하면 너무

많은 질병수였다.

뇌질환이 이렇게 많을수 있을까?아직도 정신병은 몇몇 유전요인들을 제외하고 원인이 밝혀진 질병은

많지 않다.따라서 원인보다는 증상에 의해 분류할수밖에 없고,이는 지역적,문화적,정치적 영향을 받을수

 밖에 없다.

과거 정신질환이었던 동성애는 지금은 제외되었으며,퇴역군인들의 압력으로 외상성스트레스 장애가

생겼고.페미니스트들 때문에 자기패배성 인격장애(여성에 호발,피학적성격)는 들어가지 못했다.

항우울제 프로작의 대성공은 제약회사들로하여금 항정신성의약품시장에 비상한 관심을 갖게 하였다.

1990년통계를 보면, 미국성인의 48%가 일생에 적어도 한번이상 정신과를 방문하거나 약물복용을

하였으며.우울증은 질병부담율 2위로,2005년까지 항정신성의약품판매는 4000%의 경이적신장을 하였다.

스트레스받는 자아는 현대인의 상징이다 현대인들은  사회,도덕적문제등 일상적 스트레스와 삶의

문제를 의사에게 상담하기시작했고,전문지식을 찾아 무장하고 능동적 의료소비자가 되었다.

결국 현대정신의학은 대중의 요구에 회유되고, 제약회사의 이익에 발목잡혔다.한편으로는 커진 정신

의료시장으로 뛰어든 임상심리학자나 정신사회사업가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위해 과거에는

병으로 간주하지 않던 일상적 고통과 성격적 특이함을 질병으로 진단하였다.그결과 과학주의에 기반을

두었다던 질병분류체계는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모험심넘치던 개구장이 톰소여는 이제 과잉행동을 가진 주의력결핍장애 환자가 되버린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정신의학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병리성과 특이성사이의 구분조차 애매해졌다. 20세기

정신의학은 과학의 한분야임을 주장하여 의학의 옷을 걸쳤으나 그안에서 목적없이 방황하고 있다.

질병때문이 아닌 일상의 기분변화와 일시적 실존의고통을 해결하기위해 화장품처럼 항정신성약물이

사용되고 있다 

개인의 특성과 성격이 약물에 의해 변형될수 있는시대,우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근본적 특성은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정신질환은 존재한다.하지만 환자가 정신병을 어떻게 경험하고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는

문화,관습의 역량이다

정신의학은 200년간 정신질환의 과학적 실체를 찾아다녔지만 근거는 아직도 미흡하다.

질병분류체계는 사회,문화,정치적 압력으로 수렁에 빠졌다 현대인들은 질병이 아닌 삶의 불행까지

돌보아 달라고 요구한다 그런 와중에서 개인의 정체성은 약물에 빠졌다.

1997년  출간되어 어느덧 정신의학의 고전으로 자리잡은 이책은 단순한 정신의학 역사를 기록한것이

아닌 근대화과정에서 인간정신의 실존적 고통에 대한 또다른 자화상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