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북한 무장공비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휴전선을 넘었다. 청와대근처까지 들어왔지만
군경에 발각되어 대부분이 사살당했다. 박정희는 분노했고, 보복을 위해 각군에 북파특수부대가 만들
어졌다. 저 유명한 실미도부대는 공군이 만든 부대다. 마니산 정수사근처에도 북파특수부대가 있었다.
1975년까지 존재했던 해병대 산하 부대였다. 지금도 그자리에는 북파부대의 흔적이 남아있다.
불과 수십년전이었다. 정수사는 이렇듯, 인적이 드문 마니산 외진 곳에 있었다. 지금은 일차선도로가
뚫리고, 근처에 마니산 등산로가 생겼지만 아직도 사람들의 발길이 드물다.
강화도 정수사 위치도
가늘게 내리는 비가 온몸을 적시던 그날, 정수사에는 산사의 고즈넉함이 있었다. 한동안..아니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을 것이다. 나는 시간을 잊은듯 한없이 그 절을 바라보았다.
정수사는 신라 선덕여왕때 세워졌다고 하지만 알수 없다. 정수사는 전각이 3동밖에 없는 작은 절집인데
그중 대웅보전은 국가 보물 161호로 지정되어 있다.
현재 남아있는 절집들의 99%는 임진왜란 이후에 지어진 것들이다. 승병이 일어서자 왜군은 근거지인
절집들을 닥치는 대로 불질러 버렸다. 그래서 왜란이전에 지어진 목조건물은 통틀어 수십동에 불과하다.
그중 한동이 이 정수사 대웅보전이다. 기록에 의하면 세종5년(1423년)에 지은 것이라 한다.
이 건물의 정식명칭은 정수사 법당이다. 왜 대웅전,극락전등이 아닌 법당일까? 그것은 이 절집이 과거에
는 암자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암자는 재가신도들이 불공을 드리는 장소가 아니라 수행승들 몇명을 위
한 생활터이자 수행처이다. 따라서 규모가 영세할수 밖에 없고, 있는 건물도 고작 한,두동 정도여서 이름
을 붙이고 할것이 없었다. 부처가 있으면 법당이고, 중들의 생활공간이면 요사채라 불렀을 것이다.
그 불리는 명칭을 따서 문화재명이 정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 건물은 암자건물치고는 상당히 정교하다. 이는 암자가 마니산 교통로에 인접하고 있었기 때문
에, 신도들의 시주를 받아 형편이 다른 암자들에 비해 더 나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참,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강화도를 대표하는 전등사는 마니산에 있는것이 아니라 정족산에 있다.
민족의 영산인 마니산에 있는 절집은 정수사이다.
정수사 법당은 특이하게도 툇마루가 있다. 툇마루가 있는 절집은 안동 개목사 원통전을 포함해서 전국에
2곳뿐이다.법당에 마루가 있으면 이미지가 소박해 보인다. 규모가 앞면 3칸 옆면 4칸이지만, 원래는 앞면
과 옆면이 3칸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측면에서 바라본 지붕은 앞뒷면이 비대칭이다. 원래 옆면 3칸을 마루를 붙이느라 4칸으로 개축하면서 지
붕을 손보았을 것이다. 왜 수리할때 용마루를 가운데 두지 않았을까? 아마 내부공간의 분위기를 외부모
양보다 더 중시해서일 것이다. 겉모양보다 내실을,형식보다 실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암자의 공간미
학을 느낄수 있다.
법당 뒷면의 공포
법당 앞면의 공포
공포가 앞뒷면이 서로 다르다. 이는 앞면 툇마루가 후대에 설치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등사 법당(대웅보전)에서 꼭 보아야 할것이 있다. 그것은 전면 중앙 출입문의 꽃창살이다. 국내 절집
들중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꽃살문이다.
정수사는 전각이 3동에 불과한 작은 절집이다. 주불전인 법당에는 마루를 달아 친근하고 소박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인지 아기자기한 마당과 잘 어울린다. 절집이야 사람이 바글거리는 것을 좋아하겠지만, 나
는 한적한 산사의 정취가 조금이라도 오래가기를 소망해본다.
참조)
1 가보고 싶은곳, 머물고 싶은 곳/ 김봉렬 지음/ 컬처 그라퍼
2. 사찰의 상징세계/ 자현 지음/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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