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국제정치 시사/현대 국제정치의 배경지식

현대 은행은 왜 수익 구조를 바꾸었나?/ 그림자 금융의 탄생

정암님 2016. 3. 29. 03:10


1971년 미국이 금본위제를 페지한 후, 달러 공급량이 크게 팽창하면서 자산가격은 실물경제 수익율보다 훨씬 더

삐른 속도로 상승했다.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한 것이다. 생존 위기를 느낀 미국 제조업체들은 허겁지겁 낮은 원가

를 찾아 아시아 지역으로 공장을 대거 이주시켰다. 이런 현상이 40여 년간 지속되면서 미국내 제조업은 공동화

되었다. 안정적 현금 흐름을 발생시키던 우량 자산이 해외로 빠져나가자, 은행들은 부동산 대출과 소비자 대출에

점점 더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 은행들은 기업, 특히 수익성이 높은 제조업체에 제공한 대출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기업이 더

많은 부를 창출해 빚을 갚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가 주택이나 자동차를 구매하기 위해 대출

을 신청한 경우에는 소비자의 수입과 상환 능력을 꼼꼼하게 체크해야 했다. 소비자 신용 대출은 부를 창출하는데 

이용되지 않고 대부분 개인의 소비욕구를 충족시키는데 사용된다. 그만큼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은행입장에서 생산성 자산과 소비성 자산에는 본질적 차이가 있다. 비록 두가지  다 은행에 수익을 가져다 주지

만 전자는 경제에 현금흐름을 만들어주는 데 반해 후자는현금흐름을 소모한다. 더욱이 소비량이 창조량을 초과

할 경우에는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해외 자금에 의존해야 한다. 이것이 현실화된 것이 작금의 달러 환류 의존형 

경제모델이다.


전통 은행은 자산(대출) 품질이 총체적으로 하락하고 수익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달러 공급 과잉으로 인한 극

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이는 은행들에게 공포로 다가왔다. 자산품질의 악화 위험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대출 가치 하락은 은행을 파멸로 이끌 수 있었다.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가급적 은행 자산을 빠르게 현

화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자산 보유 주기가 줄어들고 자금 회전속도가 빨라져서 위험들을 회피할 수 다.

이런 배경하에서 나타난 금융혁신이 자산의 증권화, RP융자등으로 대표되는 자산유동화이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하에서, 전통 은행들은 대차대조표 규모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혔다.

이는 자산과 부채를 쏟아내겠다는 강렬한 충동으로 이어졌다. 이에 자산의 유동화로 불리는 다양한 금융 혁신들

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났다. 이 추세가 달러화 환류 열풍과 완벽하게 맞물리면서 은행시스템의 새로운 수익 모델

을 만들어냈다. 즉 방대하고 복잡한 금융시장을 새로 만들어 내고 이 시장에서 금융자산을 팽창시켜 일반 대출보

다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하게 된 것이다.


은행의 자산과 부채 쏟아내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련의 새로운 시장과 서비스가 탄생했다. 그림자금융의 탄생

이다. 거기에는 MMF, 뮤추얼펀드, 헤지펀드, ETF펀드, 국부펀드 그리고 연기금과 보험등이 참여하여 시스템을

구성했다. 그림자금융 시스템은 대개 다음의 두가지 사슬에 따라 업무를 전개한다.

첫번째는 자산 증권화 사슬로 주업무는 은행을 도와 자산을 매각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환매체(RP) 거래 사슬로

 주 업무는 은행이 보유한 자산을 담보로 제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 두 사슬은 나중에 하나로 연결된

다. 자산 증권화의 최종 산물은 MBS, ABS, CDO등이다. 이 증권들은 RP 시장에서 융자 담보물로 사용 가능하

 그림자금융의 본원통화 역활을 한다. 동시에 국채,회사채 심지어 정크본드와 함께 더 큰 규모의 그림자통화 창

조 과정에 참여하여 통화량을 증가시킨다.


달러 환류 추세가 심화되는 와중에 전통화폐와 그림자통화가 가세하면서 유동성이 증가하여 미국 금융자산 가격

이 꾸준히 상승하고 은행수익율 역시 대폭 올랐다. 덕분에 유사은행들도 떼돈을 벌 수 있었다.

이제 선진국 은행들은 수익창출의 중점을 금융자산 거래 업무에 두는 수익 모델을 내세운다. 즉 대출을 경시

거래를 중시하는 모델이 일반화된 것이다. 1999년 미국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업무를 분리시킨 글라스 스티걸

을 폐지하고 상업은행, 투자은행, 보험등 금융 업종간의 겸업을 허용하는 금융서비스 현대화법을 통과시켜 한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렸다.


참고)

1. 화폐전쟁 5/ 쑹홍빙 지음/ R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