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자유가 시작 되는 모습과, 그 뒤를 이은 기독교와 사회의 억압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가 있다. 자위행위 탄압의 역사다. 17세기에 생식세포가 발견되면서 시작된 탄압은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 전 유럽에서 맹위를 떨쳤다. 자위를 탄압하는 것은 단순히 성충동을 억압하는 것을 넘어 자유를 열망하는 개인의 자율성이 커지는 현상에 대한 전통 사회의 반발이었다.
17세기 초 네덜란드는 고품질 광학기기로 유명했다. 1604년 암스테르담에서 자하리아스 안센은 현미경을 발명했다. 그로부터 60년 후 네덜란드의 델프트에서 드 그라프가 여성 생식세포인 난자를 발견했다. 여기에서 여성의 난자만으로 아기가 태어난다는 난자론이 대두한다. 즉 여자 혼자 인간을 탄생시킨다는 것이다. 남성 지배가 강한 당시 유럽에서 이 이론은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이로부터 15년 후 네덜란드의 안톤 판 레이우엔훅이 정자를 발견했다. 그는 남성의 정액에서 올챙이처럼 생긴 무엇을 발견하고 극미동물이란 이름을 붙였다. 레이우엔훅은 특히나 그 수에 놀랐다. 어떤 때에는 모래알만 한 공간에 1000 마리도 넘는 정자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것을 목격했던 것이다. 정자가 발견되자. 남성 질서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미 완전한 형태를 갖춘 태아가 정자에 들어 있다고 주장했고 난자론자들은 이런 태아가 난자에 들어 있다고 반박하면서 둘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시간이 감에 따라 정자론이 우세해졌다.
그러다 더 심각한 질문이 제기됐다. 하트소커는 정액 한방울에 정자 3억 마리가 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 수만으로도 당시 지구상 인간들 총 수보다 많았다. 한방울이 그 정도인데 남성 한 명이 평생 생산해내는 정자 수를 생각한다면? 신은 왜 이렇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정자를 남성에게 주었단 말인가? 여기서 종말론적 주장이 난무한다. 만일 아담의 고환에 앞으로 태어날 모든 인류가 들어 있었다면? 즉 오늘날 모든 인간이, 또 앞으로 태어날 모든 인간이 그 안에 들어 있었다면? 사람들은 걱정에 휩싸였다. 만일이게 사실이라면 정액을 잃는 것은 인류의 멸망이요 세상의 종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자위행위에 의한 사정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시기 학자들은 의아해하면서도 신중했다. 그들은 의문을 제기하는 데 그치고 아무것도 비난하지 않았다.
종말론적 메시지는 종교개혁론자(개신교도)들에게 전달되었다. 이들은 성 도덕에 유달리 엄격한 자들이었다.
자위를 금지한 최초의 사례는 18세기 초 북유럽에서 나타났다. 이는 한 루터파 설교자의 영향으로 시작되었다. 자위행위 금지는 처음에는 신교도들의 금지사항이었고, 신교도들이 주류인 네덜란드, 영국, 칼뱅주의 스위스로 번져나갔다. 이제 종교개혁의 엄격한 눈이 자위 행위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1710년 런던에서 의사라고 자칭하던 사기꾼 베커스가 <오나니아>라는 얇은 책을 출간했다. 그는 이책에서 자위를 규탄했다. 책은 날개돋힌듯 팔려나갔다. 서점에서 마케팅을 위해 한 병에 12실링하는 자위 방지 가루를 책과 함께 팔았기 때문이다. 시림들을 섹스로부터 치유한다며 말이다. 베커스는 자신의 엉터리 주장을 뒷받침하려고 성경을 인용했다. 성경에 자위에 대한 내용이 없었기 때문에 자위랑 비슷하면서 비난할 만한 행동을 찾아냈다. 오난의 죄다. 그래서 오난의 이름이 부당하게 사용되어 자위에 오나니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성경에 따르면 이스라엘 일곱 부족의 수장인 유다에게는 아들이 둘 있었다. 엘과 오난이다. 맏아들인 엘이 죽자, 수혼법에 따라 차남인 오난은 형수, 즉 엘의 아내와 성교를 해야했다. 이 결합에서 태어난 아이는 법에 따라 엘의 자녀가 된다. 그것을 원치 않은 오난은 사정하기 전에 음경을 질에서 빼내 정액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하느님은 이 일을 못마땅하게 여겨 오난을 죽였다.
여기서 오난의 죄는 자위가 아니라 질외사정이다. 하지만 베커스가 자위를 오나니슴이라고 부르고 성경이 자위를 금지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사회는 사춘기 소년들에게 막 생기기 시작한 성 충동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이리하여 성숙한 성생활을 위해 필요한 더없이 정상적이고 유용한 성행동이 두세기에 걸쳐 탄압받게 되었다. 뒤이어 이 탄압을 이어간 사람은 스위스 로잔의 의사 티소다. 천연두 치료법으로 유럽에서 명성을 떨친 티소는 1758년에 <자위때문에 생기는 질병에 관한 에세이>를 출간했다. 이 책은 20세기 초까지 재판을 거듭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책에는 자위라는 수치스러운 행위에서 생긴 무시무시한 사례가 수록되어 있다.
"시계 제조공 LD는 매우 건강했다. 하지만 17살부터 자위를 시작했고 이 나쁜 짓을 하루에 세 번까지 했다." 걱정이 된 티소는 그의 집을 방문했다. LD는 너무 허약해져서 꼼짝도 못하는 상태였다. "바짝 마르고 창백해진 그는 살아 있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누워있는 송장이었다. 그는 그 타락한 짓에 온 정신이 팔려서 다른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었다. 병이 너무 깊어서 몇 주 후에 죽었다"
이런 절망적인 이미지는 이 후 몇 세기에 걸쳐 청소년을 겁주어 그들이 성에 입문하는 자연스러운 도구를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유럽 전 지역에서 자위에 대한 탄압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칼뱅파 신교도들이 나서고 뒤이어 카톨릭이 가세했다. 그리고 의사, 윤리학자, 위생학자들이 나름의 이론을 내세웠다. 비방이 난무하고 사람들은 앞다투어 과격한 표현을 써가며 이 해로운 습성을 비난했다. "여자아이들의 타락 역시 주의해야 한다. 클리토리스는 음경과 크기가 같고 가끔은 더 크기 때문에, 여자는 다른 여자들과 더불어 클리토리스를 나쁘게 사용할 수 있다"라고 고해신부들은 경고했다. 그들은 클리토리스가 죄가 크므로 자르고 불태워서 거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쾌락을 여자들이 자급자족한다는 것은 독립적이 됨을 뜻하는데 이는 남자들의 구미에 맞지 않았다. 자위행위 못지않게 상상도 큰 죄라고 비난받았다. 성적 환상은 정숙한 성생활이라는 고결한 삶에서 멀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큰 죄는 감히 교회에서 섹스에 대해 생각하고 심지어 섹스를 하는 것이었다.
섹스에 관한 것은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비난받아 마땅한 것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병을 만들어냈으니 그 치료법도 찾아내야 했다. 수 세기에 걸쳐 여러 치료법이 고안됐는데, 하나같이 기발하고 사악하고 가학적이고 변태적이었다.
일단 이 가증스러운 죄를 고백해야 한다. 고해신부는 관음증 환자처럼 집요하게 질문하면서 모든 것을 알아내고 자백을 받아내려 했다. 그 다음 각종 물약과 약품으로 치료했다. 사람들은 정숙함을 지키려고 녹나무에서 채취한 장뇌와 수련을 침대에 두었다. 심지어 성기 부위에 거머리를 붙였다. 성기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19세기에는 자신의 성기를 절대 만지지 못하도록 몸을 빈틈없이 감싼 반오나니슴 코르셋이 발명되어 큰 인기를 누렸다. 사춘기 소년들은 밤이면 온갖 유혹에서 보호하려고 성기에 상자를 씌웠다. 곧이어 영국에서는 성기 부위만 단단히 밀봉하는 남성용 정조대가 발명됐다. 이런 방법들이 소용이 없다면 전기치료와 외과수술을 하였는데 효과가 대단했다고 한다. 20세기 초에 랄르망 박사는 자위는 사회집단을 좀먹고 , 부부관계를 약화시키고 , 사회의 근간인 가족을 무너뜨린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페니미즘과 성해방이 상당히 진전되었음에도 자위행위는 1950년까지 금지되고 비난받으며 하지 말도록 권고되었다. 그 이후에도 여전히 시대에 뒤떨어진 교회는 자위를 혐오의 대상으로 선전했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야 근대 성과학에 의해 자위의 여러가지 장점들이 입증됐다. 자위는 한 개인이 성애를 구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 평생동안 성적으로 성숙하고 성욕을 유지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자위행위는 남자뿐 아니라 여자에게도 반드시 필요하다. 자위가 그토록 박해받은 것은 분명히 사람들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그 중요성만은 대단하다는 것을 예감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요약 정리)
만화로 보는 성의 역사/ 필리프 브르노 지음/ 다른 간/ 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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