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한국사

조선 후기 삼정의 문란과 상품경제

정암님 2018. 5. 9. 21:10


19세기에 이르러 화폐경제의 발달로 재정지출 규모가 급증하자 정부는 만성 적자에 허덕이게 되었다.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거래가 활발한 상공업에 세금을 물려 중앙재정의 신규 세원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있었다. 그러나 상공업을 장악하고 있던 세도정권은 이를 재원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지방 재정으로 사용하던 자금을 중앙에 상납하게 했다. 중앙정부의 재원 부족이 지방 재정의 고갈을 가져온 것이다. 게다가 세도정권기의 지방 수령들은 뇌물과 연줄로 임명된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자리를 유지하고 더 좋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 많은 돈이 필요했다. 그 비용은 지방민들에게 전가되었다. 수령들은 향촌 사회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이권을 장악해 수익을 챙겼다. 그것은 주로 부세운영을 통해 이루어졌다.


조선의 부세는 크게 토지에 부과하는 전정, 양인에게 부과하는 군정, 환곡 운영인 환정이 있었고, 이를 삼정이라 부른다. 조선 후기의 삼정은 총액제로 운영되었다. 원래 토지세인 전정은 그 해의 풍흉에 따라 세액을 조정해 주고, 군역은 해당 군현의 양인 수에 따라 세액이 결정되며, 환곡은 춘궁기에 대여한 곡식을 추수기에 1/10의 이자를 붙여 회수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매해 납세자의 변동 상황을 파악하고 세액을 조정하려면 행정력과 많은 경비가 들었고, 세액 조정과정에서 뇌물등 부정행위가 횡횡했다. 따라서 조정은 중앙 재정의 소요 경비를 기준으로 삼정마다 총액을 정하고 , 매해 변동 상황에 대해 기계적으로 세액을 조정해 주었다. 각 군현은 할당된 세액만 거두어 중앙에 상납하는 것으로 의무를 다했다.


문제는 각 군현에 할당된 세액이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전세는 실제 풍흉과 무관하게 책정되었고, 군역은 한번 총액이 결정되면 양인이 죽거나 도망가서 수가 크게 줄더라도 총액을 줄여 주지 않았다. 게다가 각 군현에 할당한 세액을 백성들에게 부과하는 것은 거의 향리의 손에 맡겨졌다. 향리는 뇌물의 많고 적음과 세력이 있고 없고에 따라 세금을 부당하게 부과했다. 그에 따라 수확이 잘된 논이 면세가 되고. 큰 흉년이 든 논에는 정상 세액이 추징되곤 했다. 죽은자와 어린아이에게 군역이 부과되고 도망친 자들의 몫은 이웃과 친척들에게 빼앗아갔다. 환곡은 장부로만 존재할 뿐 창고에는 곡식이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대여하지 않은 환곡의 이자를 거두어 갔다. 또 세금을 거둘 때 부가하여 걷는 잡세들이 많았고 양을 속이는 등 온갖 부정이 자행되었다. 이런 부정으로 얻은 이익은 수령과 향리들이 독차지하였다. 

나아가 상품경제가 발달하면서 차익을 얻기 위한 방법도 자주 사용되었다. 특히 환곡에서 주로 활용되었다. 환곡 분급 및 회수에는 곡물과 화폐가 함께 사용되었다. 그런데 곡물 가격은 지역, 계절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즉 가을에는 쌀값이 싸고 봄에는 가격이 오르기 마련이었다. 또 풍년이 든 지역은 쌀값이 싸고 흉년인 곳은 비쌌다. 이런 차이를 이용하여 관리들은 조세를 거둘 때와 중앙에 상납할 때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곡식 가격이 높을 때는 곡물을 대여해 주는 대신 팔고 낮아지면 비싼 값으로 백성들에게 빌려주고, 풍년이 들면 조세를 돈으로 받아 백성들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곡물을 헐값에 더 많이 팔아야 했다. 풍년이 흉년보다 더 궁핍하다는 백성들의 한탄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지방관과 향리들은 고리대금업에도 앞장섰다. 납세 시기를 전후해 세금낼 돈을 비싼 이자로 빌려주어 사익을 채웠다.  


이처럼 18세기 이후 부세의 총액제 운영은 향리와 수령같은 향촌의 부세 운영자들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 주었다. 이때문에 지역에서 상업으로 부를 축적한 이들이 향임이나 무임같은 향리직을 사들여 부세 운영에 개입해 더 큰 이득을 취하기도 했다. 19세기는 탐학이 풍습인 시대였다. 수령과 아전이 강도인 시대였다. 낡은 조세 제도와 부패한 세도정권의 부정부패가 극을 달리는 가운데 상품화폐경제가 확산되면서 돈만 있으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사고방식이 맹위를 떨쳤다.

혈안이 된 지방관들은 더 많은 이득을 취하기 위해 향리들의 부세 운영권까지 침탈했다. 이시기 수령들은 농민, 새롭게 부를 축적한 부민, 향리는 물론이고 양반들까지 수탈 대상으로 삼았다. 


요약정리)

1. 19세기/ 김정인등 지음/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