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된 남자들/ 거세 후 무슨 일이 생겼나?

전근대 시기, 동.서양에서는 여러 이유로 남성에게 거세를 행했다. 거세 방법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음경(성기)은 그대로 두고 고환(음낭)만 자르는 것이다. 이 경우 성욕과 발기력은 크게 떨어지지만, 성교는 가능하다. 주로 서양에서 사용했다. 다른 하나는 음경과 고환을 같이 제거하는 것이다. 동양에서는 이 방법을 주로 사용했다.

많은 남자들이 거세 후 과다출혈과 감염으로 죽었다. 살아남은 자들도 후유증을 안고 살았다. 그 후유증은 수술 기법과 몇 살 때 거세술을 받았는 가에 따라 달라졌다. 이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때문이다. 테스토스테론은 사춘기 시절부터 고환에서 만들어진다. 이제 거세 후 나타나는 증상에 대해 알아보자.

음경이 절단된 경우, 요도 혹은 생식기 나머지 부위에서 다음의 문제가 발생한다. 

음경 내에는 요도가 있는 데, 상처가 아물면서 요도 구멍이 막히거나 좁아져 소변 보기가 어려워진다. 동시에 괄약근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쳐 소변을 참기 힘들어진다. 요실금과 요도가 좁아지는 문제가 같이 나타나므로, 환관들은 하루종일 소변이 찔금찔금 나오는 상태로 지냈다. 이를 막기 위해 중국과 오스만제국의 환관들은 한쪽 끝에 끈이나 손잡이가 달린 금속 막대를 요도에 삽입했다.

거세 후에는 호르몬 균형이 바뀐다. 이에 따라 거세자들은 뼈가 빠르게 자라 신장이 커지지만, 젊은 나이에 골다공증에 시달리고 척추 뼈가 눌리는 증상이 나타났다. 탈모, 유방의 비대화, 목소리가 점점 가늘어지는 변화도 생긴다.

이런 이유로 환관들에게는 시큼한 소변 냄새와 몸집은 큰데 구부정한 자세, 매끈한 얼굴, 억양이 없는 단조로운 음성이 특징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거세라는 독특한 수술 때문에 얻는 장점도 있었다.

환관들은 평균수명보다 더 오래 사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거세보다는 진입장벽이 좁은 특수 집단이라 동시대인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환경과 더 나은 생활 여건을 누렸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거세를 하면 소년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목소리가 변하는 현상을 피할 수 있다. 18세기 유럽에서, 거세된 남성 소프라노인 카스트라토는 엄청한 인기를 누렸다. 이들은 소프라노 음성으로 수많은 여성 관객들의 열광을 이끌어내며 이탈리아 오페라의 슈퍼스타가 되었다. 그 중 가장 유명했던 자가 파리넬리라는 예명으로 널리 알려진 카를로 브로스키였다. 물론 파리넬리가 성공한 이유를 거세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 그는 선천적으로 천상의 목소리를 갖고 태어났다. 허나 욕심에 사로잡힌 부모들 중, 파리넬리같은 성공을 꿈꾸며 어린 아들을 거세시킨 자들이 속출했다. 거세 후에야 그들은 아들에게 성공의 필수 요소인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 재능없는 거세자들은 자살하거나 폐인이 되어 비참한 삶을 연명했다. 

카스트라토가 엄청난 인기를 누린 때는 바로크 시대지만, 이들은 오래전부터 오페라와 종교 음악분야에서 활동했다. 중세 유럽을 지배했던 교회는 여성이 노래 부르는 것을 금지했고, 노래부르는 여성을 창녀만큼 천시했다. 그럼에도 성가대와 오페라에서 여성 음역은 필요했고, 이는 사춘기 전에 거세된 소년들로 채워졌다. 카스트라토의 연원이다.

거세 후에는 성욕이 약화되는데, 이 것도 수술의 주 목적중 하나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성적 취향이 비정상적이라고 판정받은 사람들을 치료한다는 이유로 거세가 실시됐다. 2차대전기에 독일의 암호문 애니그마를 해독하고 컴퓨터를 발명한 앨런 튜링도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1952년 화학적 거세를 당했다. 지금은 성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다.

오늘날에도 거세는 실행되고 있다. 매년 전 세계에서 수만 명의 남성들이 고환을 제거한다. 전립선 암 치료를 위해서다.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은 전립선 암세포의 증식을 자극하므로, 이를 제거하면 암의 증식을 약화시킬 수 있다. 역사적으로 거세가 이루어진 여러 이유들과 달리, 암 치료가 목적이라면 이 모진 수술을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더욱이 전립선암이 생기는 시기나 치료를 위해 거세를 받아야 하는 시점은 생식활동이 활발한 시기를 지난 노년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참고)

1. 메스를 잡다/ 아르놀트 판 더 라르 지음/ 제효영 옮김/ 을유문화사 간/ 2018년 출판

2. 고환의 원리에 얽힌 인터섹슈얼의 비밀/ https://blog.naver.com/joju1200/221232039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