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국제정치 시사/현대 국제정치의 배경지식

소련의 지정 상황이 불러온 체제의 한계/ 전체주의, 중앙집권적 계획경제, 군비증강,경제파탄

정암님 2019. 1. 27. 19:42


소련 경제의 파탄은 정책과 운용의 실패라는 기술적 문제가 아니었다. 러시아의 지정적 상황이 결부된 체제의 한계였다. 


유라시아 대륙 한가운데 위치한 러시아는 고래로부터 끊임없이 안보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는 팽창 아니면 외침이라는 지정적 숙명을 안겨 주었다. 러시아의 영토 팽창은 외침을 막는 지형적 장벽과 전략적 종심을 확보하는 과정이었다. 영토 팽창은 외부 세력의 침략을 무력화하는 전략적 종심을 제공했으나, 막대한 체제 유지 비용도 요구했다. 정복한 지역에서 이민족들의 반발과 소요가 끊임없이 일어났고 제국의 역량은 이들을 제어하는 데 상당 부분 소모됐다. 제국을 유지하기 위한 팽창이 오히려 제국에 부담을 주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런 상황이라, 차르 시대 이래 러시아는 제국의 성립과 유지를 위해서 전체주의와 공포정치로 갈 수밖에 없었다. 소련의 공산주의 체제 역시 그 일환이다.


경제적 면에서 방대한 영토와 희박한 인구와 열악한 기후는 러시아 경제의 효율을 저해하고 중앙집권적 계획경제로 귀결시켰다.

열악한 기후로 작물 재배 시기와 장소가 제한된데다, 수확한 작물도 방대한 영토에 따른 상대적 수송망의 결여로 인해 도시등 소비지에서 소비자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지불하게 했다. 고비용으로 인한 도시인구의 기아를 막을려면 ,식량 생산 지역의 희생이 필요하다. 즉 도시 지역에서 식량 가격을 시장가격 이하로 판매하도록 강제할 수밖에 없다. 소련의 중앙계획경제는 단순히 공산주의 경제이론과 철학의 바탕에서만 나온 것은 아니다. 생산지와 소비지간 물류비로 인해 하나의 통합 시장으로 묶이지 못해서 중앙집권적 계획경제를 통해 조율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근본적으로 소련의 중앙집권적 계획경제는 제국의 유지라는 러시아의 역사적 지정 과제를 해결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소련이 사실상 그 영역을 동유럽 전체로까지 확장하자, 체제 유지를 위한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의 부담은 갈수록 커졌다. 


소련의 팽창은 서방의 군사 대응을 불렀고, 이는 다시 소련의 군비확장으로 나타났다. 경제의 효율이 낮은 상태에서 집권층의 안보 불안감은 경제에 과중한 군비 부담을 지웠다. 미 정보부는 소련 국민총생산의 14~16%가 군사비로 할당된다고 분석했지만, 실제부담은 간접 비용까지 포함해서 25~40%에 이를 것으로 보았다.


내부의 계속되는 반발과 소요, 헐값에 농작물을 빼앗기는 농민들의 불만, 과도한 국방비등 러시아의 내부적 취약성은 중앙집권화된 정부를 필요로 했고, 이는 러사아제국 이래 방대한 보안기구들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러시아의 중앙집권적 정부가 국가의 효율적 운영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중앙집권적 정부의 역량은 대부분 내부 단속에 집중됐다. 이런 과도하고 비효율적인 중앙집권화는 경직된 관료체제를 만들었고 이는 모순이 폭발하면서 발생한 문제들에 대처하지 못하게 했다.


발췌 요약)

지정학의 포로들/ 정의길 지음/ 한겨레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