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상당한 육식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작은 입과 빈약한 턱, 그리고 다른 육식동물에 비해 작은 치아를 갖고 있다. 호모 에렉투스 때부터 나타난 이 해부학적 특징은 동물의 질긴 날고기를 먹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리고 20만 년 전에 출현한 현생인류도 비슷한 특징을 보여준다. 이를 토대로 화식(火食)이야말로 인류의 진화를 급격하게 촉진한 원인이라는 요리가설이 등장했다. 요리가설의 주창자들은 인간이 단순히 불을 소유해서가 아니라 불을 사용한 요리를 통해 진정한 만물의 영장으로 거듭났음을 주장했다.
주창자인 리처드 랭엄은 인류의 진화과정에 미친 식생활의 영향을 이원화하여 설명했다. 즉 오스트랄로피테쿠스(400~500만 년 전 출현)에서 호모 하빌리스(250만 년 전 출현)로 진화할 때 육식이 중요한 원인이 됐다면 호모 하빌리스에서 호모 에렉투스((200만 년 전 출현)로의 진화에는 화식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화식이야말로 호모 에렉투스로의 진화과정에 나타나는 해부학적 특징 변화를 잘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럼 음식을 익혀 먹으면 날로 먹을 때와 비교해서 어떤 이점이 있어 진화에 유리하게 작용했는지 살펴보자.
<화식의 이점>
1.날로 먹는 것보다 화식이 소화시키기 쉽다.
:소화가 용이하다는 것은 인체가 음식에서 획득할 수 있는 에너지량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전분 식품은 인류의 주요 에너지원이었다. 전분의 소화율은 생으로 먹으면 50~70퍼센트에 지나지 않으나 익혀 먹으면 거의 95퍼센트에 이른다. 이는 전분이 호화되어소화되기 쉽게 변해서다. 생달걀도 날로 먹으면 소화율은 50~60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익혀 먹으면 90퍼센트 이상으로 높아진다. 단백질이 변성단백질이 되면서 펩티드 결합이 풀어져 소화효소가 작용할 수 있는 면적이 넓어져서다. 이처럼 익혀 먹는 것은 같은 양을 먹어도 날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와 영양소를 흡수한다.
연구에 의하면 부드럽고 잘게 자른 음식일수록 더 빨리 더 완전하게 소화되었고 익힌 음식이 더 소화가 잘되는 것이 확인됐다. 가령 익힌 소고기는 위에서 2시간 후 사라졌으나 생고기는 표면이 약간 부드러워졌을 뿐 그대로 머물렀다.
2.식감이 부드러워지고 맛이 좋아진다.
3.안전한 식품으로 만들어준다.
:가열로 비타민이나 미네랄 등 음식물의 영양소가 일부 파괴되기는 하지만 식품의 독성분을 무력화하거나 세균과 기생충을 죽여 안전한 식품으로 만들어준다.
4.음식으로 먹을 수 있는 식품의 폭을 넓게 해준다.
:화식은 식품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게 만들어 줌으로서 먹을 수 있는 식품의 폭을 넓혀 준다. 그럼으로써 인간의 생존률과 번식률을 높여 진화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참고)
1사피엔스의 식탁/ 문갑순 지음/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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