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공장식 밀집사육 시스템, 무엇이 문제인가?

정암님 2019. 11. 7. 22:35


식생활이 풍족해지면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육류 소비의 증가이다. 육류에대한 거대한 수요는 보다 크고 빠르게 고기를 생산하려는 노력에 불을 붙였다. 이는 품종 개량과 사료 비율의 효력을 극대화하고 공장식 밀집생산 방식으로 가축을 빠른 시간 안에  더크고 빠르게 성체로 양육시키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육류의 공장식 밀집사육은 곡물의 단일경작에 해당하는데, 이는 곡물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켰다.


일단 공장식 밀집사육 시스템을 통래 가축에서 고기로의 전환 효율이 놀랍도록 높아졌다. 가령  고기용 닭은 1970년대에는 70일이 지나야 도살 체중에 도달하지만 현대의 품종은 40일로 충분하다. 현대의 젖소들은 50년 전에 비해 3배 이상의 우유를 생산한다. 인류는 이를 위해 품종 개량과 사료효율 개선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지만 성장촉진제도 사용했다. 또 밀집사육되는 가축의 사료로 옥수수와 콩을 사용한다. 곡물 사료를 가축에게 먹이는 것은 가축의 본성에 맞지 않는 일이다. 그럼에도 곡물 사료를 먹이는 것은 곡물의 영양이 풀보다 높아 가축이 훨씬 잘 자라고 한곳에 많은 수를 가두어 키울수 있어서다. 좁은 곳에 동물을 가두어 키우면 동물이 움직일 수 없어서 비육화에 도움이 되고 마블링 만들기에 유리하다. 그러나 가축이 자기가 싼 똥오줌 위에서 꼼짝도 못하고 자란다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뿐 아니라 비위생적 환경에서 비롯되는 면역력 결핍 상태에 놓일 수 있다. 특히 더 크게 자라도록 만든 비정상적 품종들은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필연적으로 항생제와 호르몬제 투여 등이 따를 수밖에 없다.


곡물의 단백질 전환율은 대단히 낮은데, 소의 경우 사료의 단백질 전환률이 5퍼센트에 불과하다. 따라서 가축을 더 빨리 키우기 위해서는 양질의 단백질 급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미국에서는 40년 전부터 가축과 가금류의 도살 과정에서 생긴 피, 내장 찌꺼기를 사료로 허용했다. 송아지는 옥수수 외에 닭장 쓰레기(닭똥, 죽은 닭, 닭털, 내장, 피, 먹다 남은 모이 등)를 먹고 14개월이면 시장 상품이 될 중량에 도달한다. 매년 약 100만 톤의 닭장 쓰레기가 소의 사료로 사용된다. 이런 시스템은 광우병을 일으킬 소지를 가지고 있다.


동물의 빠른 성장을 유도하는 방법은 학대로 이어진다. 가슴근육을 지나치게 크게 키운 산업용 닭은 가슴근육에 영양을 공급하느라 심장이 지쳐서 생후 5주가 지나면 걷지도, 제대로 서지도 못한다. 젖소도 우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2주마다 성장호르몬을 맞는다. 젖의 분비량은 송아지를 낳고 6개월 정도가 되면 감소하기 시작하므로 젖소는 거의 매년 인공수정으로 임신시키며 새끼는 태어나자마자 즉시 어미 소로부터 강제로 분리된다. 자연적인 젖소의 수명이 20년인 데 비해 농장 젖소들은 5~7세 사이에 죽는다. 양계용 닭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인공조명을 비춰 1년 내내 달걀을 낳도록 혹사한다.  1년이 지나면 닭들은 지쳐 달걀 산란 개수가 줄어드는데 이때 약 2주간 모이를 끊어버린다. 그러면 닭들은 털갈이를 하고 이 과정에서 일부는 죽고 살아남은 닭은 몇달 동안 다시 알을 낳는다. 물론 그 후에 폐기된다. 좁은 공간에 여러 마리의 닭을 넣어 키우면 닭들은 스트레스 탓에 서로 쪼아댄다, 업계에서는 이를 방지하려고 정기적으로 닭 부리 끝을 불로 달군 칼로 자른다.


곡물의 단일경작이 병충해를 농지로 불러 모았듯이 가축의 밀집사육 공장도 병충해를 불러모았다. 대표적인 질환이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이다. 과학자들은 AI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인류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변한다면 수천만 혹은 수억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 조류독감 원인 중의 하나가 밀집사육 방식이다. 사실 야생조류가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는 대부분 별로 위험하지 않다고 한다.하지만 그런 바이러스가 밀집사육 체제와 접목했을 때 악성 바이러스로 변이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유전적으로 동질적인 닭들이 좁은 공간에 갇힌 채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므로 저항력이 훨씬 약하다.


육류 공장에서 초고속으로 육류를 기계 가공하는 현재의 방식도 식품의 오염 가능성을 매우 높인다. 햄버거의 경우 다수의 공급처에서 받은 다양한 고기를 기계로 갈아 패티를 만들어낸다. 이때 문제가 되는 유독한 병원균 중 하나가 O157:H7 대장균이다. O157:H7 대장균의 등장도 소의 밀집사육에서 시작됐다. 즉 건초나 풀 대신에 소에게 옥수수 사료를 먹이면서 소의 장이 점차 당도와 산도가 높은 환경으로 바뀌었고 대장균도 점차 산에 내성이 생겼다. 결국 이 새로운 바이러스가 인간 위장의 산성 충격을 견뎌내고 장에 도착해서 만든 독소가 신장을 파괴하면서 치명적인 증상을 일으킨다. 1992년 미국 시애틀에서 600명 이상이 이 균에 감염되었고 4명이 사망하면서 큰 사회문제가 됐다. 대부분의 감염자는 신장 및 다른 장기가 영구적으로 손상됐으며 이들은 덜 익힌 햄버거를 먹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가축 생산자가 저농도 항생제를 남용한 결과, 현재 전세계 항생제 사용의 절반이 가축에 쓰이며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신종 박테리아가 수없이 생겼다. 높아가는 항생제의 내성 때문에 인류는 감염 치료에 쓸 효과 있는 항생제가 사라지는 시대를 맞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항생제 사용을 줄이면 닭이 병에 걸리고 병든 닭고기에는 대장균과 살모넬라균이 2배나 많으므로 인간은 진퇴양난에 에 처하게 되었다.


가축은 먹고 배설할 때 엄청난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를 배출한다. 2006년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온실가스의 18퍼센트가 축산 농가, 축산물 가공 생산에서 나온다고 보고했다. 

가축의 사육에는 넓은 땅과 많은 물이 필요하므로 환경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미 지구촌 땅 절반은 축산농가가 사용 중이며 매년 아마존강 유역의 열대 우림이 2만 5,000제곱미터씩 사라지는 대신 그 자리에 소를 기르는 목초지나 동물에게 먹일 콩밭이 들어서는 중이다. 이렇게 목초지 조성을 위한 산림 파괴는 세계적으로 토지 황폐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또한 가축이 대량으로 소비하는 물 문제도 심각하다. 고기 1킬로그램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물 617리터가 필요하다. 세계는 많은 곳에서 심각한 물 부족현상을 겪고 있다. 세계 곡물의 절반은 관개경작지에서 나온다. 관개시스템으로 강에서 퍼올린 농업용수 때문에 세계 주요 강은 말라가고 있으며 대수층도 고갈되고 있다.물은 대안이 없다.물이 부족해지면 목축은 불가능해진다. 중국도 조만간 물 부족국가에 들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중국이 수입 곡물에 의존한다면 세계 곡물 시장은 엄청나게 요동칠 것이다.


공장식 밀집사육이 없었다면 저소득층은 동물성 식품을 적절히 섭취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선진국 사람들은 필요 이상으로 고기를 먹고 그 양은 건강을 위협할 정도로 많다.  


 참고)

1. 사피엔스의 식탁/ 문갑순 지음/ 21세기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