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국제정치 시사/현대 국제정치의 배경지식

다가오는 식량 위기의 공포

정암님 2019. 11. 7. 22:51


지구상의 인구 증가 속도가 심상치 않다. 맬서스가 아니더라도 세계의 식량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닥쳐올 식량 위기를 걱정하는 이유는 먹여 살려야 할 인류의 수가 너무 많아졌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사피엔스의 문명화는 불어나는 인구를 먹여 살리는 투쟁의 과정이었다. 인류는 늘어나는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열량을 내는 식품을 재배하되 중요한 식량 자원을 선택해 대량생산을 해왔다. 재배법은 단일경작과 플랜테이션이었다. 뿐만 아니라 동물성 단백질 식품을 풍족히 먹을 수 있도록 밀집 사육이라는 초유의 동물 사육법을 개발했고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식품업계는 대규모화, 대량생산이라는 공정을 통해 더 좋은 상품을 더 싼 가격으로 생산하고 , 유통업계는 세계적 규모로 편성된 까닭에 생산 가격을 최대한 낮춰 소비자에게 저렴한 식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로써 인류의 엥겔계수는 역사상 유래 없을 정도로 낮아졌다. 특히 미국의 엥겔계수는 1900년에 50퍼센트였으나 2014년에는 12.6퍼센트로 떨어졌다.(2016년 한국 26.8퍼센트/2017년 식품산업통계정보)

 세계의 각 지역이 특정 상품의 생산지로 특화되고 글로벌 교통 체제로 빠르게 배송되면서 지구촌 사람들이 공동 운명체로 묶이는 식품의 생산과 유통, 소비의 대혁명이 진행 중인 것이다. 이렇게  식량 생산과 배분을 위한 급진적 진보가 없었더라면 늘어난 인구를 충분히 먹일 수도 없었고 눈부신 생활의 진보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미래의 식생활은 어떨까? 1인 가구의 등장과 혼밥, 외식의 증가 및 간편식의 인기를 보건대 미래의 식생활은 가정에서 밥을 해먹던 전통적 방식은 사라지고 산업화된 부엌에 의존하는 비율이 점점 더 높아지면서 사람들을 주방에서 해방시킬 것이다. 

 

이제 우리는 위대한 진보를 기뻐하며 마냥 식생활의 미래를 장미빛으로 바라보아도 되는 것일까? 많은 식량 전문가들의 의견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인류가 지금껏 식량 증산을 위해 사용했던 독창적 방법들이 여러 부작용을 낳으며 한계에 다다르고 이것이 식량 위기를 다시 고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식량증산을 위해 석유와 물을 최대한 끌어다 쓰고 이산화탄소를 마구 발생시켜 이상기후 현상의 폭주를 불러왔다. 한편으로 식품업체들과 유통업체들은 글로벌화, 초대형화하면서 많은 문제점을 일으키고 있다. 20세기 후반 이래 인류는 그동안 늘 당면했던 기근과 배고픔의 고난을 잊은 듯이 살고 있다. 그러나 고난의 시대, 식량 위기의 시대가 우리 코앞까지 다가왔다고 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식량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요인들>

1. 인구의 폭증

:20세기 녹색혁명으로 식량이 풍족해지자 인구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1950~2000년의 50년 동안 세계 인구는 25억에서 60억으로 35억 명이 늘었다. 증가 추세는 지속되어 2017년에는 75억 명을 돌파했고 2050년에는 10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13년에 10억 명씩 증가하는 셈이다. 최근의 급격한 인구 증가는 주로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의 빈곤한 지역에서 주로 일어나며, 향후에도 이들 지역에서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또한 이들 지역에서 식량 수급 사정이 개선될 여지도 적다.

2. 증가하는 기상 이변

:지구 온난화가 진행됨에 따라 기상 이변이 급증하고 있다. 이는 농업과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3. 녹색혁명의 부작용

:단일 경작 플랜테이션, 유전자 조작 작물, 화학비료와 살충제 등을 이용한 녹색혁명은 수확량을 대폭 증가시켰지만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이에따라 수확량 증가율이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가령 쌀 생산량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증가율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증가율이 떨어졌고, 미국의 옥수수 수확량은 매년 겨우 2퍼센트씩 증가하고 있다.

단일경작의 경우 식물의 유전 조성이 같은 데다 작물 간의 재배 거리가 너무 가까워 병충해에 심각한 피해를 당한다. 더군다나 수확량이 많은 새로운 교배종의 단일경작은 언제나 치명적인 병을 불렀다. 이를 막기 위해 인류는 더 강력한 살균제와 살충제를 개발했지만 병해충균은 박멸하지 못하고 환경 오염이라는 엄청난 후유증과 내성을 가진 병해충균만 불러들였을 뿐이다.

또 대규모 단일경작 플랜테이션은 지력을 고갈시키고 토양의 유실을 일으켜 자연의 복원력을 상실시켰다.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이 있었던 포르투갈의 아조레스제도, 브라질 동북부, 카리브해의 많은 섬들은 토양이 침식되어 자갈밭으로 변해버렸다. 토양의 산성화도 심각하다. 벌레, 곰팡이류, 잡초도 내성이 생겨 곡물 재배에 피해를 더하고 있다.

다량의 화학비료 사용은 초기에는 지력 고갈을 막아 생산량을 높여 주었으나 계속된 비료 사용은 토양의 산성화, 황폐화를 불러왔고 남은 비료 성분이 하천, 강, 바다로 흘러들어 수계를 부영양화시키고 적조를 만들어 바다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뿐만 아니라 비료의 투입으로 겉자란 작물들은 쉽게 쓰러졌다. 이를 막기 위해 앉은뱅이 품종이 도입됐는데 키가 작은 이 작물은 햇빛을 두고 벌이는 잡초와의 경쟁에서 불리하므로 다량의 제초제 사용이 필수적이었다. 게다가 곤충, 병해충, 잡초 등이 경작지로 몰려들었다. 잡초는 작물의 영양과 물을 빼앗고 세균과 균류는 작물에 질병을 퍼트려 대규모 피해를 일으켰다. 오늘날 작물의 3분의 1에 해당되는 10억 톤이 질병으로 사라지고 있는데 이는 인구 10억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양이다.

이외에도 농민에게 가중되는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 농부들은 합성비료나 제초제, 살충제, 종자 등을 구매해야 했으므로 녹색혁명을 이룬 신농법은 그들을 빚더미로 내몰았다. 더구나 다수확종으로 개발된 하이브리드 종자는 이듬해 종자로 다시 쓸 수 없어서 농민은 울며 겨자 먹기로 종자를 재구매해야 했다.

이렇게 현대적 농법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4. 대량 육류 소비의 부작용

식생활이 풍족해지면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육류 소비의 증가이다. 육류에 대한 거대한 수요는 보다 크고 빠르게 고기를 생산하려는 노력에 불을 붙였다. 이는 품종 개량과 사료 비율의 효력을 극대화하고 공장식 밀집생산 방식으로 가축을 빠른 시간 안에  더크고 빠르게 성체로 양육시키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육류의 공장식 밀집사육은 곡물의 단일경작에 해당하는데, 이는 곡물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켰다. 비위생적 밀집 사육환경, 항생제와 성장촉진제의 과다 사용, 동물성 사료의 사용, 학대, 혹사, 병충해, 오염,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의 배출, 산림 파괴, 식수 고갈 등의 문제를 일으켰다.


5. 거대해진 식량 유통 시스템이 가져온 부조리들

곡물과 육류의 생산에 혁명적 변화가 왔다면 식품의 유통 시스템에도 거대한 변화가 닥쳤다.극심한 경쟁 체제가 만들어지면서 식품의 가격이 유례없이 저렴해지고 풍부해졌다. 이제 생산자보다 유통업자가 식품 가격의 결정권자가 됐다. 세계 곡물 시장은 4대 메이저인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 벙기, 카길, 루이드레퓌스가 약 80퍼센트를 장악하고 있다. 소매시장도 월마트,코스트코같은 대규모 소매점이 주도하고 맥도날드, 버거킹 같은 거대 패스트푸드점의 시장 점유율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들 메이저 곡물회사나 대형 소매업체들은 자신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저가 매입 정책을 강행했고, 이에 농민들은 더 많은 곡물을 생산함으로써 손실을 만회하려고 했으나 결과적으로 공급이 과잉되어 가격은 더 떨어졌고 생산 원가도 건질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해 졌다. 결국 중소 농장은 밀려나고 대형 기업농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대형 소매업체들은 식품사에도 가격 인하를 강요했고, 결과적으로 소수의 거대 식품사만 살아남아 필사적으로 비용을 절감하기 시작했다. 대규모화하고 저렴한 원료를 찾아 전세계를 누볐으며, 식품의 크기를 늘려 더 많은 식품을 먹도록 유도하고 광고를 통해 소비를 촉진시켰다. 이런 시스템은 필요 이상의 과도한 칼로리를 공급해 비만과 심장병, 당뇨를 불러들였다.


6. 유전적 다양성의 고갈

전지구적으로 작물과 가축의 유전자 다양성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FAO에 따르면 지난 세기에 인류는 작물 다양성의 4분의 3을 잃었고 6,300종의 가축 중 1,350종이 위험에 처했거나 멸종했다고 추정한다. 인류는 지금까지 수십만 종의 식물 중 수백 종을 선발하여 유전자를 변형시켜 재배작물로 만들었다. 주요 4대 작물인 쌀, 밀, 옥수수, 콩은 전 세계 농작물 재배 면적 중 50퍼센트를 차지한다. 여기에다 농지의 확보를 위해 산림과 밀림들이 개간되었다. 나무들이 사라지자 숲속에 살던 동식물의 개체 수가 급감했다. 이는 지구 상의 먹이 사슬이 심각하게 파손되고 있고 최상위 포식자인 인류의 발밑이 무너지고 있음을 뜻한다.

현재 인류가 재배하는 식물종, 동물종, 해양생물종은 유전적으로 일원화된 데다 밀집재배 또는 사육 체제하에서 관리됨으로 질병에 아주 취약하다는 것은 지속 가능성 면에서 매우 심각하다.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가진 것은 야생종인데, 야생종의 수가 나날이 줄어간다는 것(유전적 다양성이 고갈)은 좋은 일은 아니다.  


참고)

1. 사피엔스의 식탁/ 문갑순 지음/ 21세기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