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유교화 과정/ 마르티나 도이힐러 지음, 이훈상 옮김/ 너머북스/ 545 페이지
이 책은 마르티나 도이힐러 교수가 1992년 영문판으로 출판한 것을 2003년 이훈상 교수가 번역한 뒤 절판되었다가,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고 문체를 읽기 쉽게 바꾼후 2013년 재출판 하였다.
오늘날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풍습은 대부분 17세기 이후에 형성된 것이다.
그 말은 17세기 이전, 그러니까 고려조부터 조선 전기까지의 풍습은 지금과 무척이나 많이 달랐다는 말이다.
그 현저한 차이는 고려후기부터 조선 중기까지의 변환기에 만들어 졌을 것이다.
마르티나는 그시기, 그 변동을 일으킨 원동력은 정치,경제적 요인보다는 신유학 이데올로기였다고 주장한다. 신유
학을 내재화한 일단의 유학자들은 신유학이 내세운 이상세계에 매료되었고, 그 세계를 만들수 있다고 확신하였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특별한 도덕적 우월성을 내세우며,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여러 규범들을 만들고 강제했다.
그 결과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출계범위가 엄격하게 좁아진 것이다. 남성은 물론 여성으로 이어지는 모든 후손
을 망라한 출계집단의 구성원 자격이 부계 출신으로 좁혀진 것이다.
이제 여성들은 혼인과 동시에 원 출계집단에서 퇴출되어 남편집단에 통합되었다.(출가외인) 이는 상속과 기타 여
러면에서 남자형제들보다 불리한 조건에 처하게 하였다.
즉 기존의 관습이었던 아들 딸을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재산을 물려 주던 균분상속, 돌아가며 제사를 지내던 윤행(윤
회)봉사, 처가살이등의 풍속이 사라지고 그자리를 장자우대상속, 시집살이, 제사의 적장자 독점등이 차지했던 것이다.
조선의 유교화 정도는 유교문화권 내의 그 어떤 나라도 도달하지 못했던 깊이와 넓이를 보여줬다. 그 영향이 긍정
적이든 부정적이든간에 이데올로기가 강요한 변동은 세계역사에서 보기 드문 단층대를 드러내 주었다.
그리고 현대 한국인들은 아직도 그 영향 속에서 살고 있다.
신유학자들은 200여년을 이어가며, 자신들의 이상에 맞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법제화 ,규범화를 꾸준히 추진해
나갔다. 그 모습이 바로 17세기 이후에 일반화된 풍속들이다.
마르티나는 방대한 사료로 고증해가며, 이 과정을 책 속에서 묘사해 나가고 있다.
물론 정치,경제적 영향을 과소 평가 했다는 비판도 따라 온다. 또한 마르티나 자신도 인정하듯 이 책은 조선 중기
까지의 연구에 불과해 조선후기에 대한 연결된 추가 연구도 필요하다.
한국 사학계의 연구는 정치,경제사에 편중되어 있다. 또 대중들의 관심은 미술사에 몰려 있다. 이런 환경속에서
사회사를 연구한다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사료 자체도 거의 없고 그나마 단편적이다. 다른 연구자들의 논문도
많지 않다. 더구나 저자는 외국인이다. 단 하나의 장점이 있다면 국내 사학계의 폐쇄되고 경직된 풍토에서 벗어
나 있다는 점 정도 일것이다.
그런 와중에서 저자는 문화인류학의 이론을 접목시키고 나름의 연구를 통해 200여년에 걸친 조선의 유교화과정
을 치밀하게 고증했다.
현대 한국사회 토대의 형성과정을 살펴 보려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추가 1) 논문형식이라 딱딱하고 지루한 감은 피할 수 없다. 문체는 번역문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매끄럽다.
추가 2) 마르티나의 원 저작은 표절논란이 있다. 최재석의 <한국가족제도사연구>(일지사 1983)를 송두리째 표절
했다는 것이다. 최재석은 한국가족사를 연구한 사회학자로 중앙대, 고려대 교수를 역임했다. 당시 최재
석은 책을 출간한 하버드대에 반론문 게재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하고, <한국사회의 유교적 변환 비판: 선
행 연구와 관련하여>(한국학연구 2005)라는 영문논문으로 반박했다고 한다.
(한국일보 2015년3월20일 이덕일의 천고사설:노학자의 회고록 읽기 참조)
'책을 읽고 (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을 읽고) 현앨리스와 그의 시대 (0) | 2016.01.07 |
---|---|
책을 읽고)노비에서 양반으로, 그 머나먼 여정 (0) | 2015.03.12 |
[스크랩] 「정의란 무엇인가」 현상을 다시 생각해보면 (0) | 2014.11.26 |
책을 읽고)사찰의 상징세계 (0) | 2013.09.21 |
책 추천)뉴턴 하이라이트 시리즈 : 현대자연과학이 이룬 금자탑들 (0) | 2012.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