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의 역사를 돌아보면, 미국은 표현은 어찌됐든 시종일관 약달러를 원했다.
그래야 경기가 살아나고 부채 탕감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약달러 정책에는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알게 모르게 발행량을 늘려 달러 가치를 서서히 떨어뜨리는 인플레이션이고
다른 하나는 노골적으로 대놓고 하는 평가절하다.
하지만 미국에게는 고민이 있다. 미국은 내심 약달러를 지향하지만, 기축통화로서
의 달러위상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 말은 강달러를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강달러란 달러의 실질 가치를 높이자는 것이 아니라, 국제 결제통화로서 강
한 지배력을 가지는 달러를 말한다.
그래서 미국은 항상 대외적으로 강달러를 지지한다고 주장한다.
1913년 미 연준이 설립되었을 때의 1달러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인 2007년의
21.6 달러와 같다. 무려 96%나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그 대부분이 미국이 금태환을
정지시킨 1971년 이후에 급락한 것이다. 금과 교환하지 못하는, 오직 상대의 인정,
믿음에 의해서만 가치가 유지되는 달러, 그 돈이 남발되고 미국이 달러의 가치를 지
킬 의지가 없어 보인다면 누가 달러를 보유하고, 달러로 거래를 하려 하겠는가?
따라서 미국은 국내 재정정책상의 약달러 정책과 기축통화로서의 강달러 정책을 동
시에 유지해야 하는 모순을 안고 있었다.
이 모순된 딜레마를 가능한 눈치 채지 못하도록 끌고 나가는 과정이 미국 달러의 역
사다. 그 과정에서 큰 피해를 보는 것이 이머징 국가들이다.
국제 결제통화로서 강한 지배력을 유지하려면 시장이 달러를 요구하게 만들어야 한
다. 방법은 여러가지다. 특히 위기의 징후가 보이면 세계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인 달
러로 회귀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강달러가 나타난다. 따라서 미국은 필요할 때마
다 위기를 조장한다. 이머징 국가들에게는 외환위기가 나타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역설적이게도 서브프라임사태로 발생한 작금의 금융위기가 미국에게는 유리하게 작
용하고 있다. 엄청난 통화량 남발로 달러의 실질 가치는 떨어졌지만, 유럽의 재정위
기와 개도국의 외환위기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생기면서 달러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외부요인들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다. 하지만 미국은 이런 장세가
상당기간 지속되기를 바란다.
참고)
환율전쟁 이야기/ 홍익희 지음/ 한스미디어
'현대 국제정치 시사 > 현대 국제정치의 배경지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셰일혁명, 미국의 중층적 노림수는? (0) | 2016.02.01 |
---|---|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장기간 지속된 이유는? (0) | 2016.01.30 |
현대 경제학의 두 흐름) 케인스주의 VS 통화주의 (0) | 2016.01.20 |
왜 공산주의는 붕괴했나? /근원적 원인을 중심으로 (0) | 2015.10.07 |
엘리트 주의 (0) | 2015.09.30 |